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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달걀사건, 소비자 실망과 불안의 근본 원인에 주목하자

문은숙 소비자와 함께 공동대표 admin@cstimes.com 2017년 09월 04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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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살충제 달걀
 
유럽도 살충제 달걀로 몸살을 앓았다. 벨기에 농장에서 살충제가 든 달걀이 발견된 후 이 사건은 유럽 15개국으로 퍼졌고 스위스와 홍콩에도 번졌다. 글로벌시장 특성이 그렇지만 특히 단일시장 유럽은 개별국가의 식품안전사고가 곧바로 유럽전역 사고로 확산되는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유럽의 자랑인 식품·사료긴급정보시스템(RASFF)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시민단체 비판까지 일면서 유럽 식품안전관리체계는 상처를 입었다. 벨기에 정부가 살충제 피프로닐이 든 달걀이 발견되었다고 처음 발표한 것은 6월 19일이었다. 한 달여 지난 후인 7월 22일 네덜란드 식품안전청은 7개 농장에서 피프로닐이 사용되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해당 농장 차단과 함께 이미 판매 중인 달걀을 회수했다. 유기농(organic)달걀 일부도 피프로닐에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유럽 국가들은 어떻게 대응했나?
 
이후 유럽 국가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금지된 피프로닐 사용 경위에 대한 공동수사에 들어갔고, 네덜란드 달걀의 주요 수입국인 독일(소비자보호식품안전청)은 위해평가 강국답게 연방위해평가원을 통해 소비자들이 걱정하는 피프로닐 오염식품의 장기간 소비에 따른 건강위험을 평가해서 결과를 발표했다. 달걀을 거의 수입하지 않는 영국에서도 피프로닐에 오염된 케이터링용 케이크믹스가 발견되자 영국(식품기준청)은 즉시 리콜하고 모든 국내산달걀까지 조사해 소비자를 안심시켰다.
 
왜 우리 정부는 우왕좌왕했는가?  
 
살충제 달걀사건에 대한 유럽 국가의 대응은 우리나라 정부와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부처 간 혼선을 빚으며 우왕좌왕하는 나라는 보이지 않았다. 유럽을 먼저 쓸고 간 사건을 겪으면서도 우리 정부는 왜 미숙한 대응으로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했을까? 정부 책임자가 말하듯 언론이 과했고 공무원이 책임에 소홀했을까? 전문가들이 습관적으로 말하듯 이번에도 소비자가 너무 민감했을까?
 
단지 달걀을 먹을 수 없어 소비자가 분노한 것이 아니다
  
유럽 소비자들은 자국이나 인근에서 생산한 달걀을 선택할 대안이 있었고 정부의 미숙한 대응을 목격하지 않을 수 있었다. 선택할 대안이 없고 신뢰할 정부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화나고 불안해하지 않을 소비자는 유럽이든 한국이든 어디에도 없다. 한 발 나아가 우리는 소비자를 정말 낙담하게 하고 불안하게 한 근본적인 원인을 직시해야 한다. 그것은 수년째 변하지 않는 식품안전관리체계의 구조적 병폐일 것이다.  
 
현행 식품안전관리체계는 오랜 소비자의 노력과 신뢰를 져버린 결과물이다
 
오랫동안 소비자단체들은 ‘식품과 의약품을 분리하고 생산과 소비까지를 통합한 국가식품안전관리체계’를 주창해왔다. 정부가 2005년 식품과 약품을 분리해 식품안전처를 설치하려 했지만 관계부처간 이해대립으로 무산되었고, 2013년 생산에서 소비까지의 통합관리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출범시켰지만 관계부처 반대로 생산단계 안전관리를 농림축산식품부로 위임시켰다.
 
누가 무엇을 위해 국가식품안전관리체계를 양분했는가!
 
관계부처간 이해대립과 나눠먹기의 지긋지긋한 구태 반복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국민의 안전과 안심에 피해를 주고 있으면서도 ‘만들다 만 식품안전관리체계’를 그대로 방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전예방과 마찬가지로 발생한 사고를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능력이다. 농림부와 식약처로 나뉜 안전관리체계를 통합하지 않는 한 ‘엇박자로 인한 부실대응’은 반복될 것이고 ‘사고가 위기로 번지는 늦장대처’는 이어질 것이다.  
 
생산부터 소비까지의 식품안전관리체계를 분절시킨 안전선진국은 없다.
 
안전선진국들은 전 공급망에 걸친 안전관리단계를 생산에서 소비까지, 사료에서 폐기까지 논스톱으로 통합하고 투명한 추적관리체계를 갖춰가고 있다. 독일은 연방소비자보호·식품안전청(BVL), 영국은 식품기준청(FSA), 네덜란드는 국가식품·소비자제품안전청(NVWA), 벨기에는 연방식품안전청(AFSCA)이 全공급망에 걸친 식품안전을 책임진다.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식품과 약품을 분리 관리하고 있다. 식품, 제품, 화학물질에 걸친 소비자안전도 한 곳으로 통합시키는 추세이다. 위해와 위기의 예방, 관리, 평가, 소통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합리적인 노력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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