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승환 '돈의 신'은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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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승환 '돈의 신'은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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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종효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정조준한 이승환의 신곡 '돈의 신'이 자취를 감췄다. 곡의 특성과 관계된 인물들을 생각할 때 합리적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뮤지션 이승환은 8월 24일 오후 6시, 신곡 '돈의 신'을 발표했다. 대표적인 소셜테이너로 꼽히는 이승환이 발표한 곡이자, 직설적인 가사와 명확한 곡의 대상으로 인해 '돈의 신'은 발표 전부터 이목을 집중시켰다.

주진우 시사인 기자와 MC메타, 이승환 본인이 작사한 '돈의 신'은 '늬들은 왜 그리 사니? 근데 왜 그 꼴로 사니?', '행복하자면서 돈이 다가 아니란 말,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등 1인칭 화자 시점의 가사는 물론 '오 나의 개돼지', '오 나의 천민들' 등 직설적 풍자도 담겨 있다. "가카께 이 곡을 봉헌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을 정조준한 점은 이 곡이 여러 곳에서 언급되는 가장 큰 이유였다.

24일 오후 곡이 발표된 후의 파장은 더 셌다. 한 편의 뮤지컬을 연상시키듯 웅장한 사운드로 무장한 '돈의 신'은 완벽주의에 가까운 이승환의 성격을 드러내듯 면면이 놀라운 뮤지션들의 참여로 완성됐고, 이승환 본인은 100트랙의 코러스 트랙을 혼자서 불렀다. 이승환 소속사 드림팩토리 측의 "이승환의 노력과 실력이 이 한 곡에 집대성 돼있다"고 말한 것이 과장이 아니다.

이승환이 "3개월간 오로지 이 한 곡만 조이고 닦고 기름쳐왔다"고 말했을만큼 '음악적으로는 까기 힘든' 곡이었다. 어느 곡이나 완벽함을 추구하겠지만 이승환의 성격상 '돈의 신'이 논란이 될 것을 알았기에 더더욱 음악적인 흠결이 없도록 했을 것이다.

함께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돈의 신'이 더 주목받게 된 이유가 됐다. 주진우 기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분장해 온갖 악랄해보이는 표정을 포함한 밉상 연기를 했다. 소름돋는 싱크로율로 인해 현장에서 박수와 야유가 동시에 터져나올만 했다. 

가사와 뮤직비디오를 봤을 때 '돈의 신'은 단순히 웃고 넘기는 풍자보다는 대상이 흠칫할만한 저격 곡이었다. 분야를 막론하고 정치적 인물이나 민감한 주제를 논할 때 늘 그렇듯이 반응은 엇갈렸고, 그 논란 속에서 이승환 신곡인 '돈의 신'은 별다른 홍보 없이도 화제가 됐다. 이 정도까진 예상하지 못했지만 포털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곧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2위였던 '돈의신', '이승환 돈의신'이 아예 사라져 버린 것이다. 순위가 내려간 것도 아니고, 검색어 차트에서 불과 몇 분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은 두 눈을 의심케 했다. 포털사이트 측은 자체 검색어 수집 알고리즘을 통해 실시간 검색어 랭킹을 정한다고는 했지만, 곡의 성격과 관계된 인물은 차치하고라도 MBC에서 '돈의 신'이 석연찮은 이유로 방송불가 판정을 받은 사실과 갑작스런 검색어 순위 변동을 연관짓게 되는 것은 피해의식이나 과대망상은 아닐 것이다.

이승환과 드림팩토리 측은 '돈의 신' 발표 전 MBC 심의실에서 '돈의 신'이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하며 "심히 유감스럽고 걱정스런 결과"라고 밝혔다. 가사 내용이 팩트를 왜곡하지 않도록 -굳이 이런 과정이 필요한지조차 모르겠지만- 변호사 검증을 마쳤고, 욕설이나 성적 묘사, 비속어가 없음에도 KBS, SBS와는 달리 MBC에서만 방송 불가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승환은 "그들이 지적한 '오, 나의 개돼지'란 부분은 몇몇 위정자들이 국민들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기사나 방송에서도 언급한 단어로, 문맥상 꼭 필요한 묘사였다"고 말해 MBC가 문제삼은 부분에 대한 항변을 했다.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발언으로 인해 그야말로 전국민적 유행어(?)가 된 그 표현 아닌가. 만일 MBC가 해당 가사를 문제 삼았다면 같은 가사('우린 다 개돼지')가 포함된 방탄소년단의 '엠 아이 롱(Am I Wrong)'이 이 방송사의 '쇼! 음악중심'에서 플레이된 것은 설명이 안된다. 같은 기준이라면 영화 '내부자들'은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조차 소개해서는 안됐었다. MBC의 이중잣대가 아니라, MBC 심의실에 특정한 기준 자체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이승환은 MBC의 방송 불가 판정과 갑작스런 실시간 검색어에서의 증발, 포털사이트에서의 홍보 거부 등을 언급하며 "여기저기 다 막힌다"며 "가카의 파워를 실감 중이다. 어디선가 '별 거 아니네'라며 웃고 계실 가카를 떠올린다"고 허탈한 심경을 전했다. 공들여 만든 곡이 홍보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분노도 포함됐다.

유독 영화나 방송과는 달리 음악에 있어선 정치적 표현이 금기시되곤 한다. 영화배우와는 달리 가수에겐 이런 잣대가 더 심하게 적용된다. 쌍용자동차 노동자 해고 문제를 다룬 영화 '안녕 히어로', 언론장악 현실을 적나라하게 밝히며 그 문제를 추적한 다큐 영화 '공범자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 문제를 추적한 '저수지 게임' 등이 -개봉 후 상영관 문제가 얽혀있긴 하지만-관객들의 호평 속에 흥행하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이명박 전 대통령 저격곡인 '돈의 신'이 받는 대우는 가혹하다.

새옹지마, 전화위복이라고 표현하긴 이승환에게 미안하지만 이런 소식이 알려진 뒤 이승환 '돈의 신'은 포털사이트 검색어 대신 SNS 등의 다른 채널에서 발표 당시보다 더 주목받고 있다. '돈의 신' 뮤직비디오 영상이나 가사 이미지의 공유 역시 빠른 속도로 늘었다. MBC의 방송 판정 불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들이 등장하면서 이승환이 했던 사회적 발언은 이번 사태와 더불어 재조명 받았다.

이승환은 "분하다"면서도 "그래도 전 선한 영향력, 제 음악의 우수성, 올곧은 문화의 힘을 믿는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아쉽긴 하지만 MBC에서 플레이되지 않으면 어떠한가,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고수하지 못하면 어떠한가. 이승환의 말대로 그는 지금처럼 '계속 가면' 된다. 많은 대중은 '그 분'의 '개돼지'는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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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사도 2017-09-18 22:22:20
진실을 밝혀주는 기사 감사합니다 돈의 신 정말 좋은 음악이에요 최고에요 명박헌정하기는 아깝다네~

어른이대공원 2017-09-06 10:19:05
잘읽었습니다. 기사 멋있어요~!

Money 2017-09-02 12:17:37
멋집니다

이지현 2017-08-31 09:25:47
멋진 기사다.

미대생 2017-08-30 08:42:22
멋진 기사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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