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책 적폐청산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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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책 적폐청산 시급하다
  •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08월 25일 10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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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주창하고 있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금융의 불공정한 룰'은 두껍게 쌓여 있다. 정부가 금융정책의 적폐를 얼마나 해소하느냐에 따라 '재벌개혁과 공정한 사회'로 갈 수 있느냐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여러 명이 계를 조직해서 돈을 모아 땅을 사고 건물을 지었다. 30~40년 후 이 건물은 노른자위가 되어 수백 배 값이 뛰었다. 그동안 신규 계원들이 들어오고 최초 계원들은 탈퇴하거나 고인이 되어 두어명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그 부동산 명의가 계주로 되어 있어 많은 계원들은 매각전이라도 죽기 전에 배당을 요구했으나 계주는 "팔면 나누어 준다"라며 배당을 거절했다. 돈을 댄 계주들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 했으나 법원 역시 매각 차익이 없으니 '지급할 수 없다'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최근 계주가 그 부동산을 팔았다. 하지만 계주는 돈을 낸 계원에게 배당을 하지 않았다. 계원 중 탈퇴하거나 고인이 된 계원한테는 한 푼도 배당해주지 않고 얼마 남지 않은 계원한테만 조금 주고 나머지는 계주가 다 가져갔다. 설마 이런 일이 실제로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답은 "있다" 이다. 

우리나라 생명보험 산업이 그렇다. 생명보험 배당문제를 알기 쉽게 '계'로 예를 들었지만 딱 들어맞는 비유다. 생명보험회사들은 원래 이익이 남으면 계약자에게 90%를 돌려주는 유배당 상품만을 판매했다. 유배당 계약자에게 거둬들인 돈으로 전국 요지에 땅을 사고 사옥을 지었다. 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회사'주식도 대량으로 사두었다. 

회사가 커져 주식시장 상장을 준비하다가 상장차익(상장 시 회사가치를 시가 평가하여 주가를 결정하고 발행가액과의 차액)을 과실에 기여한 '유배당 계약자'에게 나누어 주려 생각하니 배가 아팠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무배당 상품'이다. 

무배당 상품은 배당이 없는 대신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으로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사만 판매하고 있던 것을 90년대 후반 기존사도 팔겠다고 나섰다. 이들이 판매하는 무배당 상품은 이름만 무배당이지 보험료는 물론 유배당 상품과는 다른 게 없었다. 차이가 있다면 모든 이익은 주주가 다 가져가는 것뿐이었다. 이렇듯 무배당보험 판매의 배경에는 상장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묘책이 숨어 있던 것이었다. 

그러면서 법도 아닌 감독규정을 부동산등 장기보유자산처분 매각이익은 매각시점의 유무배당 계약자 준비금 비율로 배분하도록 배당규정을 만들어 놓았다. 이는 '돈 낸 계원이 아니라 매각시점의 계원"에게 배당하도록 하는 상식상 말도 안 되는 것이었지만, 삼성을 위시한 재벌가와 금융담당 공무원들이 짬짜미해서 그런 규정을 만들어 놓았다. 

장부에 기장은 취득원가(은행, 증권 등 모든 금융사가 시가로 기장하지만 보험만이 취득가로 기장함)로 해놓고 매각이익은 매각시점의 유무배당 계약자 자산비율로 나누는 이중적 모순이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규정을 그대로 두고 있다. 

그런 후 생보사들은 소비자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금감위와 짜고 상장을 강행했다. 얼마 남지 않은 유배당 계약자들이 '상장차익배당'을 요구하며 소송으로 맞섰지만 법원도 재벌편을 들었다. 과거 계약자 몫으로는 허울 좋은 '사회공헌기금'을 사회에 내놓겠다며 수천억원 기금을 만들어서 자기들 '쌈짓돈'으로 마음대로 쓰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장기보유자산을 취득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고 취득시점의 계약자 비율대로 차익을 배분하는 법률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이 삼성생명이다. 먼저 삼성그룹의 '태반'과 같은 소중한 그룹 본사는 물론 조선시대 돈 만드는 '전환국'터로 돈이 화수분처럼 모인다는 곳으로 이병철 창업자가 세운 태평로 삼성생명 사옥부터 팔아 치웠다. 값이 크게 올라 차익이 큰 전국 요지의 부동산을 팔아 치워 수조 원을 주주 몫으로 챙겼다.

 법이 개정되면 주주는 차액의 10%밖에 못 챙기지만 현행 규정대로는 80%이상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법이 개정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팔아 치워야 했다. 더구나 이건희 회장이 뇌사상태에서 후계자로 상속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현금마련이 절실히 필요한 급박한 시점이기도 하다.

보험사의 장기보유자산을 시가 평가 할 경우 그룹을 지배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보유주식이 법정한도인 총자산의 3%를 넘어서게 되어 매각할 수밖에 없다. 보험사의 장기보유자산의 평가방법은 감독규정에 있어서 '금융위원회'에서 쉽게 바꿀 수 있다. 그런데 금융위원장은 감독규정을 자기 손으로 변경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국회에서 밝혔다. 이보다 더 황당할 수 없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7.55%는 시가 32조원으로 매각시 차익은 24조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식상 삼성전자주식을 살 때 100% 유배당 계약자 돈으로 매입했으면 그당 시 유배당 계약자에게 배당하는 것이 타당( 매각차익의 90%인 21조6천억원)할 진데, 현행 규정대로 하면 2조원만 유배당계약자에게 주고 20조원을 주주가 다 가져가도록 되어 있다. 이 잘못된 것을 정당하게 고치자는데 '금융위원장'이 반대하는 것이다. 이것이 '공정한 사회'의 길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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