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소시엄 아파트의 명암…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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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소시엄 아파트의 명암…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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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효율적 사업 돕고 집값에도 긍정적이지만…동 별 품질차이 등 문제

▲ 9510가구 규모의 초대형 컨소시엄 아파트인 '송파 헬리오시티' 단지모형
▲ 9510가구 규모의 초대형 컨소시엄 아파트인 '송파 헬리오시티' 단지모형

[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30대 주부 이모씨는 컨소시엄 아파트라고 하면 넌더리가 난다. 이씨는 3년 전 서울 답십리뉴타운에서 막 준공된 한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왔다. 그런데 입주한지 얼마 안 돼 안방 드레스룸 벽에 물얼룩이 생기더니 몇 달 만에 곰팡이가 벽을 뒤덮었다.

집주인에게 연락해도 하자보수 접수를 해 놨으니 기다리라는 대답만 반복해 돌아왔다. 기다리다 못해 건설사 측에 직접 연락해봤지만 보수 일정 확약을 받을 수 없었다. 알고 보니 이씨와 같은 동 라인의 다른 집들도 같은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이들 얘기를 들어 보니 단지를 공동 시공한 A사와 B사 중 유독 B사가 지은 동에서만 하자보수 문제가 말썽이었다. 이씨는 "오래 기다린 끝에 수선은 받았다"며 "같은 값의 아파트임에도 B사보다 인지도나 규모 면에서 월등한 A사가 지은 동에선 이런 문제가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2개 이상 건설사가 시공하는 컨소시엄 아파트가 보편화되면서 그 명암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공급자 입장에서 컨소시엄 방식은 과잉 경쟁에 따른 비용 상승과 미분양 등에 따른 리스크를 피하는 좋은 수단이다. 소비자 편에서도 대규모 단지에 걸맞는 커뮤니티∙인프라와 랜드마크 효과 누릴 수 있고 집값에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동 별로 담당 시공사가 다른 데 따라 동별 품질 차이와 하자 발생시 대응 효율성 저하 등 문제도 고개를 들고 있다.

◆ 컨소시엄 아파트 전성기…사업 효율성 좋고 집값에도 긍정적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전국 각지에서 분양을 앞둔 10대 건설사 컨소시엄 아파트는 2만4999가구(9개 단지)로 상반기(4개 단지∙5319가구) 대비 5배 가량 많다.

특히 분양 예정인 대형사 컨소시엄 단지는 서울과 경기지역에 쏠려있다. 구체적으로 △서울 3개 단지∙8311가구 △경기 4개 단지∙1만1003가구 △부산 1개 단지∙4295가구 △전북 1개 단지∙1390가구 등이다.

2000년대만 해도 컨소시엄 아파트는 흔치 않았다. 컨소시엄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후반 건설 경기가 침체되면서다. 당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대형 건설사들은 미분양∙공사지연 등에 따른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컨소시엄을 적극 활용했다.

특히 뉴타운이나 대형 택지지구처럼 대규모로 단지를 개발하는 경우 컨소시엄 형태로 사업하면 금융비용이 절감되고 사업기간이 단축된다. 컨소시엄으로 입찰하면 출혈경쟁을 피하는 효과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컨소시엄 아파트는 매력적이다.

대형사 컨소시엄 아파트는 보통 수천가구 수준의 대규모로 지어지는 데다 각 건설사 브랜드 파워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 집값 상승이나 환금성 면에서 유리하다.

실제로 삼성물산∙대우건설이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서 2014년 9월 준공한 '마포 래미안푸르지오'는 현재 3.3㎡당 2808만원으로 아현동 최고 집값을 자랑한다. GS건설∙현대산업개발∙대림산업∙삼성물산이 성동구 하왕십리동에서 2015년 4월 준공한 '텐즈힐' 역시 3.3㎡당 2415만원으로 일대에서 가장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현대건설∙삼성물산이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서 2015년 11월에 분양한 '송파 헬리오시티'(9510가구)는 전용면적 59㎡ 분양권이 지난달 8억6700만원에 거래됐다. 분양가가 7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약 1년 반 만에 1억5000만원 가량 뛴 셈이다.

◆ 컨소시엄 아파트의 어두운 단면

컨소시엄 아파트가 흔해지면서 좋은 점만 있을 것 같던 컨소시엄 아파트의 어두운 단면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권 재건축 조합들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 노골적으로 컨소시엄 입찰을 배제하고 나섰다.

지난달 말 서초동 신동아아파트는 '공동참여 불가'를 조건으로 걸고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쳤다. 지난달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낸 한신4지구와 내달 시공사 선정 입찰을 개시하는 반포주공1단지도 컨소시엄 입찰을 불허하기로 했다. 방배5구역, 신반포15차, 신반포22차 등도 입찰 공고문에 컨소시엄 불허를 명시했다

조합들이 컨소시엄 입찰을 불허하는 건 건설사 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경쟁 구도가 갖춰져야 사업을 따내려는 건설사들이 건축비용과 금융비용, 일반분양가 등을 조합에 유리하게 제시하고 결과적으로 재건축 사업 수익성이 극대화된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재건축 조합들도 컨소시엄 입찰을 일종의 담합으로 보기 시작했다"며 "특히 강남 재건축은 건설사들이 앞다퉈 수주하려고 하기 때문에 조합이 굳이 공동입찰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입주 후에도 컨소시엄 아파트만의 한계가 나타난다.

컨소시엄 아파트는 같은 단지지만 동 별로 시공사가 다르고 입주 후 하자보수도 각 동 시공사가 담당한다. 때문에 동 별로 시공 품질이나 사후관리 충실도 등에서 차이가 나는 일이 다반사다. 이에 입주 전부터 시공사 인지도에 따라 동 별 선호도가 갈리기도 한다.

컨소시엄 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에선 동 별로 시공사가 다르면 집단 하자 발생 시 입주자대표회의를 중심으로 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건설사들은 이 같은 문제가 일부에 국한된 현상이라고 해명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컨소시엄으로 들어가서 동별 시공사가 달라도 책정된 사업비는 같은 수준이라 시공사에 따른 품질 차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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