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슈'는 '늦었다'와 '이슈'를 결합한 합성어입니다. 이른바 '한물간' 소식들 중 여전히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합니다. 물론 최신 이슈에 대한 날카로운 의견도 제시합니다. 놓치고 지나간 '그것'들을 꼼꼼히 점검해 나갈 예정입니다.
어쩌면 첫 단추부터 잘 못 꿴 건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설정해 놓은 결론을 향한 억지스러운 퍼즐 맞추기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재벌 총수 손자와 유명 연예인 아들 등이 가해자로 지목된 숭의초등학교 학교폭력 논란이 그렇습니다.
사안의 휘발성은 강력했습니다.
'갑질', '왕따', '학폭' 등 사회적 거대 이슈와 연장선을 그렸던 탓입니다. 호의호식하며 버릇없이 자란 아이들의 철없는 행동으로도 비쳐졌습니다.
네티즌, 특히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은 공분했습니다. 유사한 상황에 언제든지 내몰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기 이전임에도 '카더라'는 넘쳐났습니다. 정체 불명의 제보도 잇따랐습니다. 기자의 발길을 숭의초등학교로 이끈 계기가 됐습니다.
폭력에 사용됐다는 야구방망이를 본 순간 실소가 새나왔습니다. 길이 1m를 넘길까 말까 한 장난감이었습니다.
쥐어봤습니다. 가볍습니다. 속이 텅 빈 플라스틱 소재입니다. 안전을 고려한 듯 검은색 스폰지가 단단히 감싸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둔기(鈍器)'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는데요.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발육이 남다른 힘 좋은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가 휘두른다면 물론 얘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키 130~135㎝ 전후, 몸무게 22~27㎏에 불과한 '꼬맹이들'이 그랬다는 사실이 반전이라면 반전이랄까요.
게다가 이불을 덮은 채 가격했다고 하니 물리적 충격은 거의 없었을 것이란 판단이 섰습니다.
사용된 도구와 충격 여부를 떠나 폭력에 부합하는 지가 중요한 만큼 관련 지점을 꼼꼼히 살폈습니다.
수련회장에서 벌어진 사건 전후 스토리를 담고있는 수백 쪽 문건은 비교적 상세했습니다. 사건 현장 곳곳의 사진을 비롯해 다수의 목격담이 나열됐습니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는 것은 확인됐습니다. 가해 어린이 3명은 명확했습니다. 숨기려다 들킨 것이 아닌 스스로 손을 들고 담임선생님에게 고백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재벌 손자가 가담했다는 정황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복수의 목격자 증언이 궤를 함께 했습니다. '비뚤배뚤 손글씨'로 가득한 증언록에 허위의 흔적은 없었습니다.
주목되는 대목은 수련회를 다녀온 이후의 풍경인데요. 이번 사안에 연루된 어린들 모두 지극히 평범한 일상들을 보냈습니다.
밝게 웃으며 더불어 노는 장면이 교내 CCTV(폐쇄회로화면) 곳곳에서 촬영됐습니다.
일정 정도 공감되는 학교법인 숭의학원 관계자의 의견입니다.
수련회에 놀러간 아이들이 흥분된 감정에서 조금 격한 장난을 친 것으로 해석하면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철없던 그 시절 한데 뒤엉켜 벌인 베개싸움과 질적 면에서 다르지 않다는 결론이 조심스럽게 도출됐습니다.
오래 전 기억을 더듬는 과정에서 사실이 일정 부분 확대·왜곡된 게 이번 사건의 최초 발화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린이들의 장난을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가해자, 피해자, 둔기, 폭력 등 거친 단어를 대입한 어른들의 오판이 이번 사건의 중심을 가른다고 보여집니다.
억울한 피해자와 더 억울한 가해자를 양산한 사건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시작부터 어긋난 퍼즐 맞추기 끝에 일부 퍼즐이 남았다면. 처음부터 다시 맞춰 봐야 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주체는 물론 어른들입니다.
컨슈머타임스가 입수한, 가해자로 지목된 배우 윤손하 씨 아들의 편지 사본을 고민 끝에 공개합니다.
'학폭'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지. 그래도 폭력인지, 여전히 악의인지, 처벌의 대상인지는 독자 판단입니다.
윤 씨 측이 삭제를 요청하는 경우 조치 하겠습니다. 가해·피해 아이들 모두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과 PC를 통해 자신들의 얘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일종의 기피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예상치 못한 정서적 악영향을 어린이들에게 미칠 수 있기에 어른인 저 또한 조심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