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통사 '망' 중립성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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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통사 '망' 중립성의 '불편한 진실'
  • 최동훈 기자 cdhz@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08월 21일 0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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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이통사와 콘텐츠 제공사 등 이해관계 엇박자…소프트·하드파워 융합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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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최동훈 기자] 최근 20∼30대 젊은이들은 외국의 블록버스터 영화의 경우 국내 개봉일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예고편을 먼저 내려받아 평가 후 극장을 찾는 세심함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글 자막이 삽입돼 공개된 예고 영상이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은 되지만 볼 수 없을 때가 종종 있다. 작품이 만들어진 나라와 한국의 상영일이 달라 현지에서 이미 풀린 예고편이 국내에 아직 수입되지 않아 서다.

반면 미국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접속하면 관련 동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유튜브에서는 이뿐만이 아니라 케이팝(K-POP)의 뮤직비디오, 한국 예능프로그램 갈무리 영상 등 다양한 동영상을 접할 수 있다.

유튜브의 경우 각국 유저가 작품을 올려 다수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수요를 유발한다. 최근 유튜브가 세계적인 영상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이유다.

사실 유튜브의 편의성과 기술적 역량이 독보적인 수준은 아니다. 게시물의 양적 차이를 제외하면 국내 네이버TV, 카카오TV, 옥수수 등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다만 국내 인터넷 동영상(OTT) 시장에서 네이버TV와 유튜브의 차이는 국내 통신망 사업자에 망이용료를 지불하느냐의 여부다. 네이버TV는 지불하고, 유튜브는 지불하지 않는다.

국내외 망사업자가 이처럼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내 유저들이 유튜브, 페이스북 등 해외사이트를 이용할 경우 이들 사이트의 서버가 위치한 나라의 망사업자가 수익을 얻는다. 우리의 경우 망사업자는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이 있다.

이를 감안해 해외사이트 측이 우리 망사업자에 솔깃한 제안을 냈다. '캐시(cache)서버'라는 것을 구축해 서로 돕자는 것.

캐시서버는 한국 유저가 자주 이용하는 사이트나 콘텐츠의 접속 경로를 '즐겨찾기'하듯 모아놓은 네트워크 영역이다. 캐시서버가 현실화 되면 유저들은 동일한 해외 콘텐츠를 이용하지만, 네트워크 상으로는 국내 서버에 접속하게 되면서 이용료를 내지않아도 된다.

해외 망까지 접속할 필요없이 국내 데이터센터(IDC)에 기반한 캐시서버를 통해 서비스를 원활히 이용할 수 있고, 외국 동영상 사이트에서도 국내망 비용을 지불하지 않게된다.

국내 망사업자에게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는 망이용료를 지불하는 국내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들은 불공평하다고 아우성이다.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망 중립성'을 위반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해외 유수의 기업과 경쟁 자체가 안된다는 게 내수 콘텐츠 업계의 볼멘 소리다.

실제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유튜브, 페이스북은 국내 OTT 시장의 54%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이와 관련,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으로부터 역차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우리나라는 1인 창작 영상이 특화됐고 K-POP 영상의 인기 등 소프트 파워를 가지고있다. 게다가 우리는 스마트폰과 가전처럼 콘텐츠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하드 파워에도 충분한 저력을 확보했다.

이들의 융합·발전이 망 중립성의 모순을 극복하는 열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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