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말뿐인 초대형 IB…당국은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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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말뿐인 초대형 IB…당국은 뭐하나
  • 우선미 기자 wihtsm@naver.com
  • 기사출고 2017년 08월 14일 0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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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우선미 기자]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5개 증권사의 초대형 IB(투자은행) 출범 준비가 한창이다.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엇갈린 법률로 금융당국이 손발을 묶어놨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회도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가 금융위원회에 '초대형 IB 지정 및 단기금융업 인가' 신청서를 제출한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초대형 IB 인가를 받기 위해 그동안 5개 증권사는 유상증자 및 합병 단행, IB부문 강화 등 온 힘을 쏟아왔다.

당국의 인가 검토가 2개월 이내에, 결격사유 조회에 1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10월 경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진한 노력의 끝자락, 초대형 IB 출범이 임박했지만 아직까지 핵심사업인 단기어음 발행과 기업 신용공여(대출) 관련 규정이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자기자본 200% 한도 내에서 만기 1년 이하의 단기어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해줬다. 어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기업금융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빠르게 회전하는 돈으로 유동성 위기를 잠재우는 효과가 기대된다.

5개 증권사가 모두 초대형 IB 자격을 얻는다고 가정하면, 2분기 기준 이들의 자기자본은 23조원 규모다. 그렇다면 5개 증권사는 46조원까지 단기어음을 발행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현행 자본시장법은 유독 기업 신용공여 한도 부분에서만 기업 신용공여와 일반 신용공여(주식담보대출)을 합산해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중소기업·벤처기업'에 초대형 IB가 융통해 줄 수 있는 자금조달 한도액만 다시 23조로 쪼그라들게 된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현행법에 따르면 신용공여 대상을 '증권 투자'로 한정하고 있어 단순 '금전' 차입은 불가능하다. 헤지펀드가 투자대상 자산에 제한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차별이다.

이는 국회에 계류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한 부분이다. 개정안은 개인 신용공여와 별도로 기업 신용공여만 따져서 자기자본의 100%까지 허용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난해 11월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 외 11인이 기업 및 개인 신용공여 대상을 금전으로까지 확대하고 총 한도를 자기자본의 200%까지 늘리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발의한 지 4개월이 지나서야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고 힘겹게 전체회의로 올라갔지만 정치 일정이 맞물리면서 후속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초대형IB 본격 시행 전 마무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초대형 IB를 출범시켜놓고도 정작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방법 중 하나인 기업 신용공여업무는 현 수준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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