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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5시에 퇴근하겠습니다

이와사키 유미코 지음/동양북스/1만2500원

최동훈 기자 cdhz@cstimes.com 2017년 08월 10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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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최동훈 기자] 어느 기업에서든 경영자와 근로자 간에 동상이몽(同床異夢)이 나타난다. 경영자는 인원을 최대한 줄이면서 생산 효율성은 극대화되길 바라고, 근로자들은 노동량을 최대한 줄이면서 급여는 더 받고 싶다. 각자의 희망사항은 극렬히 엇갈리기 때문에 이를 동시에 만족시키기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일본의 한 기업이 마치 풀리지 않은 문제를 최초로 해결하듯 노사의 고민에 대한 정답 아닌 모범답안을 제시한다. 이 기업이 실행한 전략을 그대로 모방해 각 사가 눈 앞에 둔 과제를 풀었다면, 이 책은 탄생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똑같이 적용해보라는 의미로 쓰인 책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이 회사가 현재의 성공을 이어가게 된 비결을 좇아가면서 자기 회사에 시사하는 부분을 찾아볼 수는 있겠다.

이 책 ‘사장님, 5시에 퇴근하겠습니다(원제 : ほとんどの社員が17時に歸る賣上10年連續右肩上がりの會社 거의 모든 사원이 5시에 퇴근하는데 10년 연속 매출이 오르는 회사)’는 제목처럼 직원이 호기롭게(또는 무지막지하게) 사장에게 의지를 표현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업주가 직원들에게 이 같은 인사말을 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준 것이다.

저자는 일본의 중소 화장품 회사 ‘랭크업’의 여성 CEO 이와사키 유미코다. 저자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을 책에 기록했다.

이 회사 사람들은 오후 5시가 되면 대부분이 퇴근을 한다. 근무시간에도 요가와 필라테스를 배울 수 있다. 매년 연차와 별개로 안식 휴가 5일이 지급된다. 아픈 자녀 돌보미 제도가 운영돼 워킹맘이 도움 받는다. 회의 시간은 30분 이내, 회의 자료 제작은 금지됐다.

이래가지고 기업에 생산성이 있겠느냐는 의혹이 쏟아진다. 랭크업은 실적으로 이에 답한다. 기업의 직원은 43명이고 매출액 75억 엔(2015년 기준)이다. 창업 이후 10년 간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다. 출산율이 50%를 넘고 이직률은 0%에 가깝다.

중소기업이지만 구글 다음으로 일하기 좋은 회사(2013년 기업 서베이 ‘Great place to Work’)로 꼽혔다. 일과 삶의 균형(Work & Life) 부문 1위, 기업, 육아 · 간호휴직 제도 부문 1위 기업으로 선정됐다(2013년 도쿄도 선정). 이 같은 사실은 일본의 주요 언론에 여러번 보도됐고 이는 다시 매출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회사가 이처럼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비결에는 창업주인 저자의 기업 경영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저자는 랭크업 설립에 앞서 광고 영업으로 능력을 인정받으며 화려한 커리어 우먼의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매일 지속되는 야근과 입사와 퇴사가 반복되는 사풍에 질렸고 ‘야근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랭크업이라는 회사를 창업한다.

그녀는 야근하지 않아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3가지 비결과 7가지 업무 혁신 제도를 기치로 삼았다. 그 중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내가 정말 갖고 싶은 물건만 만들고 팔자’다. 구매력이 확실한 제품은 고객이 먼저 찾게 돼있기 때문에 노동 시간을 늘일 필요가 없다는 것.

이 같은 논리에 따라 랭크업에서는 차별화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생각하는 인재’, ‘도전하는 인재’를 장려한다. 실패를 걱정해 움츠리고 있기보다 도전하는 것을 가치 있게 여긴다. 또 상사 눈치 보느라 입을 다문 직원보다 의견을 당당히 표출하는 직원을 더 소중히 여긴다. 저자는 이렇게 하는 것이 회사 발전과 매출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장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에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오류는 ‘자기 자신만이 가장 옳다고 생각하는 독단’이다. 이를 개선하는 것은 직원에 대한 대표의 신뢰와 연계된다. ‘나한테 충성을 다 바쳐야 믿어주지’가 아니라 ‘믿어주면 회사에 이바지하게 돼 있다’가 저자가 가진 사고의 기본 틀이다. ‘사장이 직원들을 먹여 살리는’게 아니고 ‘직원들이 회사를 먹여 살린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가 한 회사의 주인이라면 저자가 책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소설’로 치부하기 전에 조금만 품을 들여 내용을 살펴보길 권한다. 프랜차이즈 기업체 대표의 갑질 논란, 기업가 정신의 부재 등이 사회문제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현재 우리 사회에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노사 갈등과 어두운 기업문화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포함한 이 책은 경영자와 노동자 모두에게 ‘일하는 철학’과 ‘일하는 방식’에 대한 나침반이 돼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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