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초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와 기술력 차이가 5년 정도이던 중국의 정보기술(IT) 산업도 우리나라를 추월할 기세다.
국내 산업계는 중국의 스마트폰 산업이 적극적인 연구개발(R&D)과 제품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맞춤형 전략 등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면서 최근 급성장했다고 13일 분석했다.
이로 인해 중국은 현재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올라섰으며, 최근에는 고급 스마트폰인 삼성전자의갤럭시시리즈와 LG전자 G시리즈, 미국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도 위협하고 있다.
2분기 중국 스마트폰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48%로, 삼성전자(22%)와 애플(11.2%)의 점유율을 합한 것보다 높았다. 다만 수익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중국의 화웨이, 비보, 샤오미 등이 뒤를 이었다.
중국 스마트폰의 약진은 우선 가성비에 따른 것이다.
실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는 애플 아이폰과 비슷한 고성능에 저가인 고급 스마트폰 'R11'을 최근 출시했다.
6월 현지에서 먼저 선보인 이 제품은 5.5인치 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와 1600화소 듀얼 카메라 등을 탑재했다. 이 제품은 오포 라인업 가운데 최고 가격이지만 3499위안(58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애플의 중저가 보급폰인 아이폰SE(3388위안,56만원)과 비슷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R&D에 적극적이다.
현지 1위 기업인 화웨이는 지난해 R&D 투자에 110억달러(12조원)을 투입했다. 이는 동기 매출의 14.6%에 달한다.
이에 따른 화웨이의 자국내 특허출원 건수는 누적 5만7456건으로 1위에 올랐다.
지역별 맞춤 전략으로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내수와 함께 해외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점도 중국 업체의 성공 요인이다.
화웨이 등은 내수를 소득, 발전 수준에 따라 구분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유통채널을 구축했다.
이들 기업은 대도시 등 1~2선 도시에서는 해외 유수 기업의 고급 스마트폰과 경쟁을 전략적으로 피한다.
그러면서 오프라인 유통이 비교적 활발한 3~5선 도시에서 중저가폰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3~5선 도시에 직영 매장을 개설하고, 버스정류장 등의 광고판을 활용해 '구입하기 편리한' 제품으로 자국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스마트폰 수요가 급팽창하고 있는 해외 신흥 시장을 공략해 세계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실제 중국 업체들은 2050년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지목된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13억 인구를 가진 인도의 경우 올해 1분기에 출하된 스마트폰이 2700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14.8% 급증했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중국 제품의 1분기 점유율은 51.4%로 최고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등 고급브랜드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라인업을 앞세운 게 주효했다는 게 업계 풀이다.
이를 감안해 국내 기업이 경쟁 우위에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고부가가치 소재의 역량을 강화한 고급제품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경쟁 우위에 있는 부품 기술을 지속 혁신해 고급 제품군을 선보여야 한다는 것.
현재 중국 업체들은 삼성과 LG전자가 모바일을 비롯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자국 기업이 스마트폰을 아무리 많이 팔아도 이윤 30~40%는 한국 기업이 가져간다'고 자조하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중국 브랜드는 자국에서 입지를 굳힌 다음 해외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으며, 인도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를 먼저 공략하고 향후 미주와 유럽 등으로도 손을 뻗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희 코트라 베이징무역관 차장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 기업이 가진 강점을 가진 고부가가치 부품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경우 중국 기업의 발전이 국내 기업에도 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스마트폰 핵심 부품은 중국 기업들이 한국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 제품 점유율로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