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밀어낸 카톡 '3세대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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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밀어낸 카톡 '3세대 경영'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08월 10일 0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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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의 늦었슈] 이종업 경계 희미…'새판짜기' 역량 집중

'늦었슈'는 '늦었다'와 '이슈'를 결합한 합성어입니다. 이른바 '한물간' 소식들 중 여전히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합니다. 물론 최신 이슈에 대한 날카로운 의견도 제시합니다. 놓치고 지나간 '그것'들을 꼼꼼히 점검해 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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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50대 이상 중·노년층 소비자 상당수는 여전히 카카오뱅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상 생활에 불편함이 없는 만큼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 불신여론을 추가해야겠는데요.

몇 번의 스마트폰 클릭으로 내 돈이 타인에게 전달되는 시스템이 못미더운 겁니다.

어디선가 들어본 '해킹'이라는 나쁜 것이 언제든 내 스마트폰 속 은행잔고를 털어갈 수 있다는 불안감도 상당한 게 현실입니다.

'은행은 지점을 찾아야 제 맛'이라며 여전히 대면거래를 선호하는 이유로 볼 수 있습니다.

8월 현재 카카오뱅크 영업 초반은 순조로운데요. 출범 일주일만에 가입자수 150만 명을 돌파하는가 하면 예·적금액 7000억원 선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카카오뱅크를 누가 만들었나. 청년층, 즉 요새 애들 작품이냐?

반을 맞고 반은 틀립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은 1966년 생, 51살입니다. 나이만 놓고 보면 은행 지점 방문을 마다하지 않는 '그들'에 가까운 게 사실입니다.

1992년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IT 업종에 전력투구를 해 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관련 업종에서는 박사를 가르치는 박사로 통용될 만큼 실력이 출중합니다.

특정 기술·학문적 나이는 청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몇 사람의 의기투합으로 카카오뱅크가 태동하게 되는데요. 대표적인 인물이 김 의장보다 3살 많은 1964년생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입니다.

이 대표는 1992년 현대경제연구원을 거쳐 동원증권 전략기획실장,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한국투자신탁운용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 등을 역임한 금융 전문가입니다.

카톡에 은행을 접목시키는데 일조한 대표주자인데요. '돈 냄새'를 맡는 사업적 감각이 탁월하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이들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업종 경계를 단박에 뒤흔든 일대 사건으로 볼 수 있는데요.

TV, 세탁기 등 백색가전을 앞세운 제조업 중심 1~2세대 경영마인드를 역사의 뒤안길로 안내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단순 생물학적 나이가 어린 '무늬만' 3세대가 아닌 IT 기술로 이종 업계간의 경계를 허문 진짜 3세대들이 경영의 중심에 선 겁니다.

삼성전자도 이 같은 흐름에 몸을 맡긴 지 오래입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없이 지난 2분기 매출 61조원에 영업이익 14조700억 원이라는 역대급 실적은 거두지 못했을 테니까요.

삼성전자 진두지휘를 '잠시 쉬고 있는' 1968년 생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적 판단에 점수 부여가 가능합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자료사진)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자료사진)

혁신으로 무장된 3세대 경영인들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 2세대 인물도 있습니다.

주인공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입니다.

현장 실무진들의 의견을 정책에 우선 반영키로 가닥을 잡은 겁니다.

이에 따라 롯데는 46개 계열사 대리, 과장급 직원 46명으로 구성된 '기업문화위원회 주니어보드'를 최근 가동했습니다.

젊은 직원들의 싱싱한 아이디어에 그룹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신 회장의 판단입니다. 책상머리 '꼰대질'로는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다는 고백으로도 읽힙니다.

카카오뱅크가 넘기 힘든 이종업 '수평장벽'을 허물었다면 롯데는 넘을 수 없었던 직급간 '수직장벽'을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효율성과 합리성을 공통분모로 이전과는 다른 새판짜기에 각각의 역량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 등 대기업 임원들 일부는 여전히 부하 직원들에게 커피심부름을 시킨다. 누려야 하는 특권으로 생각한다. 그 짧은 시간들이 모여 얼마나 생산적인 일이 가능한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눈앞의 숫자에 매몰된 옛날사람들일 뿐이다. 회사에 도움이 될 지 의문이다."

"우리 회사에 그런 인물이 있다"는 한 대기업 임원의 얘깁니다.

세대에게 '밀려나지 않는' 경쟁과 노력은 개인과 기업을 초월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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