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스마트폰 시장 초기에 태블릿은 큰 화면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이후 스마트폰의 화면도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천덕꾸러기가 됐다. 태블릿이 성능에서는 노트북에, 가격과 편의성에서는 스마트폰에 각각 밀렸기 때문.
태블릿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들 기기와 차별 요소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있는 이유다.
6일 미국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태블릿 출하 대수는 3620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8.3% 감소했다.
2003년 첫 출시된 이후 태블릿은 그동안 신시장 개척을 위한 마케팅 비용, 애플리케이션(앱) 지원 부족, 투박한 디자인, 높은 가격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다만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세계 유수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단점을 보완한 태블릿을 출하면서 깜짝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의 경우 2010년대들어 태블릿 시장이 본격 출범했지만 태블릿의 보급은 지지부진하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구당 태블릿 보유 대수는 2012년 0.06대에서 지난해 0.15대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태블릿의 장점을 흡수한 노트북과 스마트폰의 보편화에 따른 것이라는 게 방통위 설명이다.
노트북의 경우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구성 부품에 혁신이 일어나면서 '더 얇게', '더 가볍게'를 표방한 제품들이 속속 출시됐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완전 충전 시 12~15시간을 무선으로 사용 가능하고 무게 2㎏ 미만에 두께가 2㎝를 넘지 않는 노트북을 선보였다.
이들 제품은 게임 전용, 전자 펜을 통한 필기가 가능해 태블릿과 노트북의 경계를 없애고 있다.
국내 보급률 95% 이상인 스마트폰의 휴대성, 편의성, 가격경쟁력은 태블릿의 사양화를 부추기고 있다.
고객들은 스마트폰으로 통신 서비스를 비롯해 웹서핑, 음악·영상 재생, 쇼핑 등 태블릿 못지 않은 복합 기능을 이용하고 있다.
게다가 성능을 좌우하는 D램, V낸드플래시 등 부품이 괄목할 속도로 업그레이드 되고있어 스마트폰이 인터넷 속도, 작업 처리량에서 태블릿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고가의 태블릿을 구입해야 할 명분이 사라진 것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태블릿은 당초 스마트폰과 노트북 사이에서 제품을 하나 더 보유해야 할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태블릿은 일부 역할에 한정돼 시장성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관계자는 "태블릿은 통신 기능만 빼면 스마트폰과 완전히 똑같은 제품이라고 볼 수 있어 대체재나 보완재로서의 가망은 없다"며 "스마트폰처럼 시장이 앞으로 더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태블릿은 콘텐츠 소비용으로 구매하는 일부 고객외에도 보험사, 병원, 학교 등 기관·단체 등이 업무용으로 활용하면서 명맥은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외에서는 태블릿의 운명을 희망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달 아이패드 시리즈 최신작 '아이패드 프로'를 출시하며 라인업을 강화했다. 이는 애플이 세계 태블릿 시장에서 13분기 연속으로 전년 동기대비 매출이 하락했지만, 가격 인하와 전용 키보드 탑재 등으로 시장에서 통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태블릿의 평균 이용 주기는 스마트폰의 2년보다 훨씬 길다는 장점이 있다"며 "애플이 진행 중인 '로우-엔드(가격과 성능을 낮춰 제품을 대중화하는 것)' 전략은 시장을 넓히는 데 유효할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