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을의 눈물 닦아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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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을의 눈물 닦아줄 터"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07월 31일 06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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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과 갑질 근절 공조…프랜차이즈협회 의견 수렴 등 먼저

▲ 지난달 27일 열린 바른정당 갑질 근절 간담회에 참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제공
▲ 27일 열린 바른정당 갑질 근절 간담회에 참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제공

[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6월 취임 당시 말이다.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 위원장의 취임으로 산업계 전반에 혁신이 일 것으로 기대하는 소비자가 많은 이유다.

기대는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강도 높은 '프랜차이즈 갑질 근절 대책'을 내놓은 김 위원장은 가맹점주, 프랜차이즈협회 등 이해 관계자들과 소통하는 자리에 연일 참석하는 적극적인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27~28일 연달아 열린 김 위원장과 가맹점주, 프랜차이즈협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그의 혁신안에 대해 들었다.

- '10년차 계약해지'로 고통받는 가맹점주를 위한 대책을 구상하고 계신지요.

▲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위 간부들이 하루 종일 회의를 했습니다. 제가 취임하기 이전에 공정위가 국회 정무위에 제출했던 의견을 유지할 것인지, 변경할 것인지에 대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결론 내기 어려운 부분이 10년차 계약 갱신과 가맹점 사업자 단체의 단체협상권 2가지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법 체계, 관례와 관련된 것이라 공정위 차원에서 판단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죠.

공정위뿐 아니라 범 정부 차원에서 계약갱신보호권 범위가 어디까지 가야할 것인지, 자영업자 단체에 어느 수준의 권리를 부여할 것인지 등 문제는 공정위 차원에서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대해 범 정부 차원에서 사회 공감대를 모으고 논의를 해야합니다. 공감대를 모으고 국회와 협의하는 과정에 공정위가 앞장서겠습니다.

- 공정위의 신고 처리가 늦어진다는 불만이 많습니다만.

▲ 지금은 신고를 접수하는 입장이 됐지만, 시민단체를 이끌 때 공정위에 신고를 많이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신고를 접수하면 지방 사무소에서 처리하게 되는데 집단 민원이 들어올 경우 본부와 연결해 직권조사로 연결하는 시스템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연계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있죠.

공정위의 국민적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이 사건처리를 신속하게 하는 것입니다. 인력뿐 아니라 공정위가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서 독점권을 갖고 있던 부분도 있습니다. 국회, 지방자치단체, 이해당사자 등 법 집행의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개선하겠습니다.

- 가맹점주협의회에 대한 '보복'도 우려되는 상황인데요.

▲ 가맹점 사업자 단체의 결성과 활동을 이유로 보복조치, 계약을 해지하는 일은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행위입니다. 이 같은 가맹본부의 불공정 행위가 계속되지 않도록 엄정하게 법을 집행할 것을 약속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신고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살피겠습니다.

- 프랜차이즈 업계에 대한 법적 재제 수위가 궁금합니다.

▲ 사회질서를 다스리는 데는 2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법으로 정해 강제적으로 집행하는 방식과 교육이나 도덕적 계몽으로 인식을 높이는 방법이죠.

중국의 역사에서 '법가'와 '유가'가 있습니다. 법가 사상은 대륙을 통일하는 데까지는 갔으나 통치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사람을 모으고 통합하는 데는 법이라는 강제적 수단이 갖는 한계가 명백한 것이죠.

반면 도덕을 강조하는 유가 사상은 현실적인 국가의 통치수단으로는 추상적인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우리가 현실 세계에서 만들어가야 하는 제도는 법과 도덕 중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령으로 강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봅니다. 관행을 만들어내기 위한 이해당사자들의 자율적인 노력, 이른바 '모범규준'이 필요합니다.

▲ 김상조 위원장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박기영 회장(왼쪽).
▲ 김상조 위원장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박기영 회장(왼쪽).

- 프랜차이즈협회가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는데요.

▲ 자율적인 모범규준을 만드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공정위도 6개 분야에서 세부적으로 23개 목표를 냈는데, 이중 9개는 법을 개정해야 하고 나머지 14개 중에서는 공정위 차원에서 규정을 수정해야 합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한다고 해도 법과 시행령 개정은 11~12월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프랜차이즈협회도 협회 차원의 '모범규준'을 가능한 10월까지는 만들었으면 합니다. 상생안을 만들어 발표를 한 후 사회 구성원들이 공감을 한다면 그 이후에 정해질 법령은 심의과정에서 협회 의도가 상당부분 반영될 것입니다. 보다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데도 도움이 되겠죠?

- 필수품목 공개 등에 대한 가맹본부의 반발이 예상됩니다만.

▲ 공정위는 자율 경제질서를 지키는 기관이지 시장에 깊이 침투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 주체인 민간기업의 경영자율성을 훼손할 생각이 없습니다.

필수품목, 유통마진 등을 공개하라고 한 것은 상장기업 등이 대중에게 공개하는 사업보고서, 감사보고서에 공시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여한 게 아닙니다. 행정집행기관인 공정위에 정보를 제출하라는 뜻이었습니다. 가맹본부 차원에서 서면으로 정보를 제출하면 그 자료 중에서 '영업기밀'에 대한 부분은 배제할 계획입니다.

공정위는 자료를 제출 받은 다음에 어디까지 공개할 건지 고민할 생각이고, 협회와도 상의할 예정입니다. 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까지만 공개할 생각입니다.

- 협회가 모범규준을 만들 때 꼭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요.

▲ 상생의 노력이 합리적인 결실을 맺기 위해선 이해당사자가 대등한 협상력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현실에서는 가맹본부와 점주가 대등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가맹점주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가 가맹점주사업자단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맹본부의 보복 조치인데요. 모든 게 불공정거래 행위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헌법에 규정된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침해라고 할 수는 있겠죠?

앞으로 프랜차이즈협회가 모범규준을 만들 때 가맹점주들의 협의체를 만드는 부분에서 가맹본부 차원에서 강요를 하거나 보복조치가 이뤄진다는 의구심이 불거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협회가 협의를 할 수 있는 채널을 투명하고 공장하게 만들었으면 합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전까지 한성대학교에서 1994년부터 무역학과 교수로 활동했다.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경제개혁센터 소장 등을 역임하면서 '재벌 저격수'로 유명세를 탔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재벌 개혁과 관련한 정책과 공약을 입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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