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6.19대책' 한 달…이러려고 규제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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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6.19대책' 한 달…이러려고 규제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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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얼마 전 전셋값으로 5000만원을 올려 주고 지금 사는 아파트를 재계약했다는 한 지인은 앞으로도 집 살 생각이 없다고 했다. 서울 집값은 너무 비싸 곧 떨어질 거다, '부동산 버블'을 겪은 일본에선 도쿄 외곽 아파트가 1000만원꼴 헐값에도 주인을 못 만나고 있다, 하는 주장을 펼쳤다.

이런 생각에 완전히 동조하거나 아예 틀렸다고 반박하는 건 무의미하다. 다만 분명한건 국민 상당수가 주택 가격을 두고 과연 이 집값이 합당한 것인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그렇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74.6%를 기록했다. 현재 매매가가 1억원인 집의 전셋값이 7500만원이라는 얘기다. 사람들은 왜 2500만원을 보태 집을 사지 않을까.

당초 집값에 대한 의심을 유발하는 건 비정상적인 가격 형성을 주도해온 투기세력이다. 실수요가 아닌 가수요가 상당부분 개입한 시장에서 제대로 된 '시가'를 가늠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런 가격 교란 세력을 잠재우고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를 촉진한다는 명목 하에 작년부터 부동산 관련 대책이 나오고 있다.

6.19 대책이 발표된 지 1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11.3 대책'에 이어 이번 처방까지 나오면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길은 전보다 완만해졌을까.

기존 주택 매매시장을 중심으로 잠시 호가가 수천만원 떨어지긴 했지만 집값은 금세 제자리를 찾았다. 전국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6.19대책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3주 연속 오름폭을 키워왔다.

'집값 안정화' 측면에서만 따지면 6.19대책은 1주일 짜리 미봉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단지들이 '6.19 대책 풍선효과'를 이용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오피스텔도 규제 이후 갈 곳 잃은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주거용' 오피스텔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세상이지만 엄밀히 말해 주택이 아닌 오피스텔은 여전히 주택규제의 무풍지대에 있다.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청약조정지역에선 분양권이 자취를 감췄다. 이에 기존 분양된 아파트는 전매제한이 풀리는 즉시 분양권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다. 분양권의 빈자리를 대신해 입주권 가격이 급등세를 나타내기도 한다.

청약조정지역 분양시장은 조바심 내는 실수요자들과 전매제한따위 아랑곳 않는 자산가들로 여전히 문전성시를 이룬다. 

6.19 대책은 발표 직후만 해도 꽤나 인정 받았다. 시장에선 서울 전역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고 수도권과 부산 인기 지역을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한 것을 두고 이른바 '핀셋 규제'라며 호응을 보냈다.

시장에선 공급 정책 없이 수요만 잡는 정책은 반쪽짜리일 수박에 없다고 지적한다. 주택 공급이 늘지 않는데 수요만 억제한다고 집값이 잡힐 순 없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새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완벽히 못 잡은 채 섣불리 나섰다는 점이다.

6.19 대책은 문재인표 대책이라기보다 박근혜 정부의 11.3 대책의 연장선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새로운 것이 없었다는 얘기다. 곳곳의 전문가들이 투기과열지구 지정 정도는 나왔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최장 5년간 분양권 전매금지,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40% 등 규제가 일시에 적용된다. 앞서 강남3구는 지난 2002년 9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2011년 12월 해제된 바 있다.

세간에선 국토부가 찬밥신세가 됐다고 한다. 과거 정권처럼 굵직한 인프라 투자로 고용과 생산을 촉진하는 식의 정책이 이번 정권 들어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거안정이란 새 과제를 받아 든 국토부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험대를 통과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표'라고 내세울만한 묘수를 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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