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 불쏘시개'…불 붙은 서울 분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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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불쏘시개'…불 붙은 서울 분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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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규제 염려해 바빠진 청약자들…시장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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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 전업주부인 아내와 초등학생 자녀 둘과 함께 강동구에 살고 있는 13년차 회사원 박모씨(42세, 서울 강동구)는 지난 10년간 이어온 무주택 생활을 끝내고 내 집을 마련하기로 결심했다. 10년 넘게 관리해온 청약통장의 첫 사용처로는 강남 재건축 단지를 낙점했다. 이왕 집을 살 거면 추가 규제가 나오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는 강남권 거주 지인들의 조언을 듣고 마음을 굳혔다.

◆ 6.19 대책, 서울 청약시장선 힘 못써

작년부터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이 연이어 마련됐음에도 서울 분양시장 열기는 잦아들 조짐이 안 보이고 있다. 정부가 순차적으로 규제를 조이면서 추가규제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이 점이 되려 예비청약자의 조바심을 자극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으로 추가 규제가 나올 가능성이 큰 만큼 혼란 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에서 분양된 'DMC 롯데캐슬 더퍼스트'는 평균 37.98대1 경쟁률로 올해 서울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 센트럴 아이파크'는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평균 23.58대 1 경쟁률을, '고덕 센트럴 푸르지오'는 6.9대 1 경쟁률을 각각 나타냈다. 노원구 월계동 '인덕 아이파크'는 3.8대 1 경쟁률로 전주택형이 당해지역 1순위에서 청약 마감됐다.

3.3㎡당 평균 3630만원의 고분양가가 책정돼 화제를 모은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 스퀘어' 역시 3.16대 1 경쟁률로 전 주택형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6.19 대책' 시행 이후에도 서울 분양시장에서 청약경쟁률이 이전과 다름없이 고공행진을 하고 1순위 마감이 줄 잇고 있다.

당초 시장에선 6.19 대책으로 서울 전역에서 전매가 제한된 만큼 청약 경쟁률도 상당수준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기존주택 시장이 잠시 관망세를 보였을 뿐 분양시장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부동산 규제가 순차적으로 이뤄진 가운데 실수요자 상당수는 되려 서둘러 청약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6.19 대책 발표 당일부터 서울 전역의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 데 이어 이달 3일부터 주택담보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책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지 못한다는 '학습 효과'가 작용한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기도 한다. 정부 정책이 예비 청약자들 혼란만 키우고 시장 과열은 못 잡았다는 지적이다.

청약자들이 혼란을 겪으면서 청약경쟁률이 계약률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갈피를 못 잡은 실수요자들이 일단 서두르고 보자는 태도로 청약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당첨돼 놓고 계약 여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며 "청약경쟁률은 높지만 실제 계약률은 이에 크게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내달 분양시장서도 혼란 계속된다

정부가 시장 추이에 따라 투기과열지구 지정, 청약요건 추가 강화 등 조치를 이어간다고 예고한 만큼 다음 달에도 서울 분양시장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달 서울에서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개포시영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와 신반포6차를 재건축해 짓는 '신반포센트럴자이', 홍은6구역의 '두산위브' 등 4745가구로 집계됐다.

이현수 부동산114 연구원은 "6.19대책 효과가 미비해지면서 정부는 청약 1순위 요건 강화,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부동산규제 추가 강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며 "추가규제를 앞두고 건설사들의 눈치보기와 예비청약자의 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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