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24년간 버려진 선산시장 상가에 '상생스토어' 신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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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24년간 버려진 선산시장 상가에 '상생스토어' 신바람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06월 27일 16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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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표 상생실험 2탄…마트-시장-청년상인 똘똘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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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구미 선산봉황시장이 이마트와 손잡고 '상생스토어'를 통해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당진 어시장에 1호 상생스토어를 개설한지 1년여만이다.

27일 상생스토어에 대한 열기가 뜨거웠다. 노브랜드 쿠키를 품에 안고 걸어가는 어린이부터 "다음에 또 와야겠다"라며 미소 짓는 지역 주민들을 곳곳에서 만났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그동안 '골목상권 보호' 문제로 다툰 점을 떠올리면 천지가 개벽할 일.

이 상생스토어를 지역 청년상인이 먼저 제안했다는 사실을 알고, 기자는 한 번더 놀랐다.

◆관내 유일 노브랜드몰∙희망놀이터 "히트다 히트"

선산시장은 경북지역 내 최대 규모의 '5일장'이다.

주간 평균 방문객은 1만~1만5000명에 이르지만, 시장 내부에 위치한 상가는 공실이 많다.

그 기간이 무려 24년이다. 방문객들이 시장 외부의 5일장터는 찾지만 발길이 내부까지는 닿지 않았던 탓이다.

방문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기 위해 시장과 이마트, 청년상인이 합심한 공간이 바로 상생스토어다.

상생스토어는 선산시장 입구 근처의 상가 2층에 마련됐다. 이날 시장 1층에서는 인기 가수 홍진영 씨의 공연이 인기를 끌었다. 방문객들의 호응 소리가 기자가 있는 2층까지 생생하게 들렸다.

상생스토어는 청년몰과 노브랜드∙희망놀이터∙노브랜드카페 등 2개 구역으로 나뉘며 각각 250평규모다.

▲ ▲청년몰에는 네일아트, 공방, 사진관 등이 들어서있다.
▲▲청년몰에는 네일아트, 공방, 사진관 등이 들어서있다.

청년몰은 20곳이 입점할 예정이며, 현재 17곳이 먼저 둥지를 틀었다.

장을 보다가 다리 쉼을 할 수 있는 카페와 허기를 달랠 수 있는 분식집부터 네일아트숍, 아동복 가게, 그릇 공방 등 젊은 방문객들이 선호할 만한 업종의 가게들이 즐비하다.

김상민 이마트 CSR 수석부장은 "이전에는 입점 업체가 적었는데 상생스토어가 들어오지 않으면 청년몰에 입점하지 않겠다는 상인들이 있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날 이마트가 가장 자신 있게 자랑한 공간은 '희망 놀이터'다.

36평 규모로 키즈카페에서 볼 수 있는 볼풀장과 영유아가 갖고 놀기 좋은 각종 레고 놀이감도 갖춰져 있다.

놀이터 이용시간은 2시간으로 제한이며, 이용 요금은 5000원. 다만, 시장에서 구매한 영수증을 제시하면 3000원이 할인된다. 만 3세부터 초등학생까지 이용 가능하다.

이마트는 전통시장이 활성화 되지 않는 이유를 차별화된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해 놀이터와 쉼터를 들여놨다고 강조했다.

이 부분이 상생스토어인 선산시장과 당진 어시장의 가장 큰 차이점.

노브랜드 매장도 단연 인다. 방문객들은 와인, 쿠키, 커피 등 수입 제품을 연상케 하는 깔끔한 패키지의 노브랜드 제품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한켠에서는 노브랜드표 뷰티 제품과 외부 브랜드의 마스크팩 등도 판매하고 있어 축소화된 드럭스토어를 보는 듯 했다.

당진 상생스토어 때와 마찬가지로 신선식품 입점은 없으며, 이곳 선산시장에는 수산물 코너도 없다. 이를 감안해 멸치와 건새우 등을 판매하는 수산물 코너가 조그마하게 자리를 잡았다.

노브랜드 카페는 노브랜드에서 900원짜리 종이컵을 구매하면 '무한 리필'로 커피를 뽑아먹을 수 있다. 카페라기 보다는 방문객들이 쉬었다가는 장소라는 데 의미를 둔 공간이다. 테이블마다 콘센트를 구비했고, 무료 와이파이도 설치했다.

▲ 희망 놀이터 내부 모습
▲ 희망 놀이터 내부 모습

◆ 30대 청년상인 아이디어…'정용진표 상생모델' 흥행할까

선산시장 상생스토어는 지역 상인의 의견이 반영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선산시장 1층에서 천연 생활용품을 판매하던 30대 상인 김수연 씨는 지난해 '청년상인 아카데미'를 수료하면서 이마트의 상생스토어 제도에 대해 알게됐다.

젖소목장을 운영 중이라는 김 씨는 초유 성분을 담은 생활용품으로 품질도 공인 받았지만 선산시장 내 청년상인들의 영업 현황은 좋지 않았다. 2015년 8명이던 청년상인은 현재 2명으로 줄었다.

김 씨는 1월 상인회에 상생스토어에 대해 알렸다. 2월에는 상인회가 이마트에 먼저 상생스토어 개설을 제안하는 등 추진이 속전 속결로 이뤄졌다.

이후 당진 상생스토어 벤치마킹, 상인회 설명회, 상생협약 등의 절차를 거쳐 6개월만인 이날 상생스토어가 들어서게 됐다.

청년몰의 경우 22개가 정원이지만, 아직 17개 매장만 입점한 상태다.

"청년몰이 있어서 상생스토어 설치를 결정하게 됐다"는 의도가 빛나기 위해서는 청년몰의 의미 있는 매출과 추가 입점이 필요한 때라고 이마트 측과 현지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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