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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김기덕 새날 대표변호사

“임금손실 없이 주 52시간 근무, 먼 이야기 아냐”

김수정 기자 crystal@cstimes.com 기사 출고: 2017년 06월 26일 오전 8시 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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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저녁있는 삶’. 평일엔 아침 9시 출근해 저녁 6시 퇴근하고 주말에는 쉬면서 돈에 쪼들리지 않고 사는 이상적인 삶이란 의미가 함축된 말이다. 지낼 집과 먹을 돈이 있어야 저녁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저녁있는 삶을 갖는다는 건 죽도록 일하지 않고도 기본적인 생활이 되는 사회에서 가능한 일이다.

새 정부 들어 ‘주 52시간 근로시간 상한제’ ‘최저 임금 1만원’이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이 좋은 제도에 반대할 사람이 있나 싶지만 실상 이런저런 잡음이 일고 있어 나아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 받는 돈 그대로 받으면서 일을 적게 하는 게 정말 가능한지, 이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변호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우리나라 노동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장 수준이라고 합니다.

==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노동시간은 약 2200시간입니다. OECD 평균은 1800시간이 안 됩니다. 우리가 훨씬 일을 많이 하고 있죠. 심지어 2200시간도 파트타이머 등 단기 노동자까지 포함해 낸 평균치입니다. 정규 노동자들만 따지면 평균 노동시간이 훨씬 길어질 것입니다.

근로조건이 좋은 직장으로 꼽히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도 3~4년 전까지만 해도 주간 10시간30분, 야간 10시간30분 이렇게 주야 맞교대 시스템으로 사업장을 운영했습니다. 당시 근로자 한 사람의 노동시간을 따지면 약 2700시간이나 되니 어마어마하죠.

Q. 최대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습니다.

== 현재 법정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입니다. 여기에 연장근로가 12시간까지 가능하다고 돼 있습니다. 1주일에 총 52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노동부는 휴일을 별개로 봅니다. 즉, 월~금요일 40시간, 토~일요일 16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하면 최장 주 68시간까지 노동자에게 일을 시킬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겁니다. 그래서 주 68시간 현장 근로가 아무런 법적 통제를 받지 않는 것입니다.

이를 바로잡겠다는 취지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혁 법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휴일까지 포함해 1주일에 52시간까지만 일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죠.

Q. 주 52시간 노동은 적당한 수준인가요? 세계적으로 근로시간 기준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프랑스는 법정 근로시간이 주 35시간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법으로 정하지 않았더라도 독일이나 선진국에서는 주 35시간 안팎 노동이 보편적입니다.

사실 우린 100년 전 근로시간 기준조차 안 지키고 있는 셈입니다. 국내 법정 근로시간인 하루 8시간은 이미 100년 전인 1919년 국제노동기구(ILO)가 처음 설립될 당시 만들어진 것입니다. 현재 주 68시간제로 운영하면서 주 52시간제로 바꾸겠다고 하는 것조차 너무 낙후된 수준이죠.

Q. 법정 근로시간이 52시간이 되더라도 이를 준수하는 건 대기업밖에 없을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 가장 문제는 역시 임금이겠죠. 노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근로시간이 줄면서 급여도 줄지 않을까 하는 것이고 사업주들이 걱정하는 건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인건비가 추가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문제 같습니다.

중소기업은 인력 충원이 어렵다고 하는데 이는 중소기업 근로조건이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적정 임금을 보장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등 근로조건을 개선하면 인력 충원이 가능합니다. 지금처럼 장시간 근로를 시키고 최소한의 급여를 줘서는 계속 인력 충원이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법으로 장시간 근로를 제한하는 것은 장시간 노동으로부터 노동자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법정노동시간을 취지에 맞게 준수하는 건 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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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저임금 1만원’ 이슈도 뜨거운데요.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어떤 연관 관계가 있을까요?

== 52시간 넘게, 최장 68시간까지 초과근무를 시키는 현장 근로자의 경우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지금 같은 임금 구조에선 임금 자체가 줄어듭니다. 초과 수당이 시간급으로 책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부분에 대한 보전이 없으면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근로자들은 임금 면에서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근무시간 단축에 앞서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근무시간을 단축하면서 임금을 기존수준 이하로 저하하지 말아야 한다는 부가조치를 취하면 최저임금을 인상하지 않고도 임금손실 없이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Q. 지금 받는 급여를 그대로 받으면서 근무 시간만 줄이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요?

== 법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할 때엔 항상 그렇게 해왔습니다. 앞서 2003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됐는데 이 때 법정근로시간이 일 8시간∙주 44시간에서 일 8시간∙주 40시간으로 단축됐습니다. 그 때도 주 4시간 노동시간이 단축된 데 따라 임금손실이 발생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으로 근로자 기존 임금이 저하되면 안 된다고 부칙에 규정해뒀습니다.

Q. 법을 제정해 시행하는 데서 멈출 것이 아니라 법이 얼마나 잘 지켜지는지 관리∙감독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 그래서 근로감독관을 확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이 있어도 현장에서 사업주가 제대로 법을 지키지 않아 노동자들이 권리 침해를 당하면서 열악한 처지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근로감독관을 확충해서 제대로 노동법이 집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기덕 변호사는?

1999~2007년 금속노조법률원장으로 있다가 2008년부터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의 노동법률원장이자 대표변호사로서 근로자 권리 제고에 힘쓰고 있다. 이 외에 한국노동법학회·노동법이론실무학회 이사, 대법원노동법실무연구회·서울대노동법연구회·민주주의법학연구회 정회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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