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소형 SUV에 '목숨'걸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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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소형 SUV에 '목숨'걸 일 아니다
  • 정수남 기자 perec@naver.com
  • 기사출고 2017년 06월 22일 06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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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정수남 기자] 현대자동차가 이달 중순 소형(배기량 1600㏄ 미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를 선보인데 이어 기아차도 내달 동급의 스토닉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이로써 2013년 초 한국GM이 트랙스를 선제적으로 내놓으면서 문을 연 국내 소형 SUV 시장에 국산 완성차 5사가 모두 가담하면서 경쟁이 치열해 질 전망이다.

같은 해 말 르노삼성이 모기업 프랑스 르노의 동급 캡처를 QM3로 국내에 들여오면서 경쟁 체제를 구축한 지 4년여 만이다.

이어 쌍용차가 티볼리를 선보이면서, 그동안 소형 SUV는 마이너업체들의 틈새 시장용 내지는 생존을 위한 방편으로 작동했다.

현대기아차의 이번 소형 SUV 진출이 다소 아쉬운 이유다.

르노삼성은 2010년대 들어 국내외 경기악화로 내수 판매가 50%에 육박하는 급락세를 기록했다. 실제 이 회사는 2012년 전년대비 내수 판매가 45%, 수출이 32% 각각 급감했다.

그러다 2013년 하반기 르노삼성에 영업본부장으로 합류한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전(前) 사장은 같은 해 말 캡처를 들여오면서 연간 내수 하락세를 0.5%로 막았다. 이듬해 르노삼성은 QM3의 선전으로 전년대비 33%의 초고속 판매 성장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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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이 2012년 5월 부산모터쇼에서 선보인 소형 SUV 캡쳐(QM3). 정수남 기자

2000대 후반 중국 상하이자동차와 결별하면서 생사의 기로에 놓였던 쌍용차도 2015년 티볼리를 선보이면서 같은 해 내수 판매가 전년보다 44%이상 급증하면서 업계 4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소형 SUV는 그동안 마이너 업체들이 생존을 위한 전략 차량으로 자리했다.

여기에 현대기아차가 뛰어든다?

종전 내수 자동차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코나와 스토닉으로 고객 쏠림 현상이 가속화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고객들은 향후 중고차로 팔 경우를 대비해 신차를 구입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경쟁사 동급 차량보다 다소 높은 가격에서 매매가가 형성돼 있다.

소형 SUV가 지갑이 얇은 20∼30대 젊은 고객이나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신혼부부 등이 주로 구입하는 차종임을 감안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현대기아차 대리점으로 발길이 간다는 뜻이다.

현재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팔로워(후발 주자)로 시장을 약탈하는 약탈자에 다름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다.

이달 초 펼쳐진 '자동차의 날' 행사장에서 만난 르노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하반기에 내수 판매 회복을 위해 신형 QM3를 들여올 예정이지만, 현대기아차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이너 업체들의 고충을 잘 나타내는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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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2012년 부산모터쇼에서 선보인 아반떼 전기차.

전기차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차는 1990년대 쏘나타 전기차를 개발한데 이어 2010년 하반기에는 국내 고속 전기차 1호인 블루온 개발을 완료하는 등 전기차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다만, 현대차는 2011년 기아차 레이, 2013년 르노삼성의 SM3Z.E, 2014년 한국GM의 스파크 등이 경쟁하면서 관련 시장을 형성하자 지난해 아이오닉 전기차를 내세워 시장에 진입했다.

20여년 넘게 간을 보다, 경쟁사가 시장을 만들면 뒤늦게 진출해 브랜드력을 앞세워 시장을 약탈하는 전형적인 국내 대기업의 과거 형태를 현대차가 아직도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아니다.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인 일본 토요타의 경우 하이브리드차량 관련 세계 1위 업체다. 2010년대 들어 국내 디젤 승용 바람이 불었지만, 토요타는 흔들림없이 하이브리드 판매에만 주력했다. 일본 2위 자동차 업체인 닛산은 자국에서도 판매하지 않는 디젤 세단을 한국에 출시하고 시장 공략에 나섰으나, 실적은 미미했다.

업계 선도 기업과 2위 기업의 차이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 대기업이다. 업계를 선도하는 대기업으로 모습에 충실해야 한다.

1990년대 선도적으로 개발에 성공한 수소연료 전지차 등 친환경 차량 양산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석유자원의 고갈과 환경을 고려할 경우 무공해, 무한자원인 수소가 미래 자동차의 답이라 서다.

수소차의 경우 현대차 외에도 독일 BMW가 공을 등이고 있지만 양산에 가까운 업체는 현대차다.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는 현재 관용 차량으로 쓰이고 있으며, 프랑스 파리시도 이를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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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2010년 9월 선보인 국내 최초 고속전기차 블루온.


게다가 틈새 시장용 차량의 경우 부가가치가 낮다. 현대차가 1998년 기아차를 합병한 이후 경차에서 손을 뗀 이유? 2015년 하반기 정의선 부회장이 제네시스 브랜드를 자사의 고급 브랜드로 선정하고 EQ900을 선보인 이유?

모두 고부가가치화로 자사이 이익을 극대화 하고 세계 유수의 완성차 브랜드와 어깨를 나라히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 아니었던가.

정 부회장은 2년이 조금 지난 현 시점에 제네니스의 정신을 잊은 채 제네세스 출시 행사 이후 처음으로 이달 13일 코나 공개 행사를 주도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한 딜러는 경차는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말을 한다. 제조 원가에, 유통비, 대리점 임대료와 딜러 급료 등을 제하면 마진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경차에서 손을 뗀 이유다.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는 역사가 70년이 조금 넘었지만, 세계 수퍼카 시장에서 독보적이다.

현대차그룹이 연간 판매 대수는 적지만 람보르기기니가 건재한 이유를 곱씹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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