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VIP카드 발급, 그리고 호갱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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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VIP카드 발급, 그리고 호갱의 탄생
  • 김동호 기자 news4u@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06월 19일 0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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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동호 기자] 올해 초 모 신용카드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우수 고객을 대상으로 사용 중인 신용카드를 VIP카드로 변경해주겠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우수고객이라니! 내가 VIP라니!!'

VIP라는 말에 기분 좋게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 샌가 VIP카드를 신청하고 있었다. 그렇게 미끼를 덥석 문 것이다. VIP카드답게 연회비는 수십만 원을 넘어갔다.

물론 다양한 바우처(상품권)와 쿠폰, VIP고객을 위한 여러 서비스가 제공되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도 들었다. 연회비 이상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듣기론 분명 그랬다. 하지만 막상 VIP카드를 사용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다양한 바우처나 쿠폰, VIP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이용한 기억이 나질 않는다. 최근 건망증이 심해진 탓은 분명 아니다.

여러 쿠폰과 서비스 알림들을 받았지만 막상 이용할 만한 것들이 없었다. 할인혜택을 받아도 너무 비싼 상품과 서비스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뱁새가 VIP카드를 받았다고 해서 갑자기 황새로 변할 리 없다.

사실 카드사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고객의 평소 소비패턴과 규모를 낱낱이 알고 있는 카드사가 뱁새와 황새를 구분하지 못할 리 없다. 그저 연회비가 탐났을 뿐이다.

소비 규모는 그대로일지라도 연회비는 수십 배 늘어났으니 그것 만으로도 남는 장사 아닌가.

상당 수 카드사는 고객의 절반 가량이 VIP카드 발급 대상이라고 한다. 평가가 후해도 너무 후하다. 카드사의 후한 평가 덕분에 또 한 명의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이 탄생했다.

카드사의 무분별한 VIP카드 발급 기준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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