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자동차보험료 서민층에 부담 전가...삼성화재 등 앞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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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자동차보험료 서민층에 부담 전가...삼성화재 등 앞장서
  • 우선미 기자 wihtsm@naver.com
  • 기사출고 2017년 06월 16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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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보험료 올리고 임의보험료 내리고 '눈속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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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우선미 기자] #. 중소기업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는 김모씨(36)는 자동차보험 만기가 다가와 새 보험료에 대한 안내를 받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와 같은 조건을 선택했고, 10년간 무사고였는데 보험료는 24만3000원에서 27만1000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차량도 출고된 지 11년 된 1600cc 이하 차량으로 보험료 인상에 영향을 주는 차량 가액도 200만원 미만으로 매우 낮다. 게다가 해당 보험사에만 5년째 가입 중이라 보험료가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해 흑자를 내기 시작하자 보험료 인하 압박이 거세다. 보험료 인상 부담이 서민층에게만 전가된 만큼 이제는 내릴 시기가 왔다는 지적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삼성화재, 한화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올해 흑자를 기록한 손보사들이 있다.

◆ 자동차보험료 인상은 정부가 주도했다?

지난 2015년 10월 박근혜 정부는 "국민경제에 중요한 보험산업의 미래를 마련해야 한다"며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내놨다. 이 로드맵은 사전규제 완화 및 사후감독 강화를 골자로 한다. 보험사가 눈치 보지 않고 자율적으로 보험료 조정이 가능하도록 발판을 마련해 줬다는 평가다.

사전규제 완화 명목으로 손보사들의 보험료 책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이자율(할인율) 규제가 폐지됐고, 손해율(보험 가입자가 낸 비용 대비 손보사가 지출한 비용의 비율) 산정 등에 필요한 위험요율 관련 규제도 단계적으로 폐지 단계를 밟고 있다.

정부가 손보사에 우호적인 손짓을 하자 손보사들은 발 빠르게 보험료 인상을 단행했다. 2016년 4월이 되자 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6년 만에 자동차 보험료를 2.4% 인상했다.

삼성화재를 시작으로 길게는 10년 가까이 자동차보험료를 동결했던 중·대형 손보사들도 일제히 '손해율'을 이유로 들며 인상에 나섰다.

보험개발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개인용 자동차 한 대당 평균 보험료는 2014년 59만9000원에서 지난해 68만4000원으로 인상됐다. 2년 동안 14% 이상 오른 셈이다. 이는 소비자물가의 곱절이 넘는다.

◆ '적자의 늪' 자동차 보험시장…보험료 인상 후 흑자 전환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발판 삼아 손보업계는 올해 적자의 늪에서 벗어났다. 손해율 개선이 실적 개선에 가장 큰 힘이 됐다는 설명이다.

손해율이 낮을수록 손보사에는 이익이다. 예컨대 손해율이 100%라면 보험가입자가 낸 돈 전부가 보상 등의 비용으로 지출됐다는 뜻이다. 손보사는 실적을 따질 때 손해율과 인건비 등의 영업비용 비중을 뜻하는 사업비율을 합산해 계산한다.

더불어 사고 시 과잉 수리를 막는 제도, 폭설 등이 적었던 날씨 등의 효과로 적자 폭이 크게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손해보험사 11개사가 올해 1분기 자동차보험에서 90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576억원 영업 적자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6개사는 흑자를 냈다. 삼성화재 혼자서만 458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빅3'로 꼽히는 현대해상(175억원), 동부화재(215억원) 등도 상당한 영업이익을 올렸다.

악사손해보험(81억원), 한화손해보험(78억원), 더케이손해보험(9억원) 등 중소형 보험사도 흑자 행렬에 동참했다.

◆ 서민층에게 인상 부담 전가…"돈 없는 것도 서러운데"

그동안 '돈 안 되는' 자동차보험료 때문에 손보사가 만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보험료 인상이 일정 부분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보험업계 전문가들은 손보사들이 보험료를 올리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손보사들은 보험료를 올리면서 책임보험요율은 올리고 임의보험요율은 내리는 방식을 취했다.

인상 움직임의 선두에는 삼성화재, 한화손해보험, KB손해보험이 있다. 지난해 삼성화재는 책임보험의 기본담보 보험료를 3% 인상했지만 임의보험의 대표적 보장항목인 '자기차량손해(자차)'의 담보 보험료는 7.4% 인하했다. KB손해보험도 기본담보는 8% 올리고, 자차담보는 10.6% 내렸다.

한화손해보험도 기본담보는 4.6% 올리면서 자차특약 관련 요율은 18.9% 인하했다. 대형 손보사들은 이런 식으로 요율을 조정한 뒤 인하분과 인상분을 더하면 결국 보험료 인상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계산방식 때문에 서민들의 부담은 늘 수밖에 없다. 돈 없는 서민들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책임보험에만 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책임보험에 더해 자차가 포함된 임의보험까지 가입할 경우 책임보험만 드는 것과 비교하면 보험료가 2~3배 이상 오른다. 서민층이나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반면 책임보험에 임의보험까지 가입하는 차량은 수리 부담이 큰 신차나 고가의 차량이 많다

◆ 소비자 "보험료 인하해야" vs 손보사 "업황 어려워 불가"

상황이 이렇다보니 손해보험업계에서는 보험료를 다시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자동차보험의 사정이 좋아지자 메리츠화재가 이번달부터 보험료를 0.7%로 내리기로 하며 보험료 인하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

더욱이 새 정부의 생활비 절감 대책이 추진되면서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은 더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대다수 보험사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적자를 지난 십여년간 감내해 왔고 이제 막 흑자를 내기 시작한 만큼 자동차보험료를 당장 내리는 것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여름 휴가철과 황금연휴가 다가오면서 여행객들의 교통사고가 급증하는 계절적 특수성 때문에 손해율이 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온라인 보험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보험사들의 가격 경쟁은 정부 개입 없이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십년 이상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어려워 적자에 허덕이다가 최근에서야 적자에서 벗어났다"며 "온라인 보험시장으로 보험사의 몫인 수수료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자동차보험료 인하로 회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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