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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3법 제정으로 신소비자시대 열어야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 admin@cstimes.com 기사 출고: 2017년 06월 13일 오후 3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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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왜 소비자와의 약속을 쉽게 져 버릴까? 우리나라는 특히 더 그렇다. 소비자운동 현장에서 관찰한 원인은 두 가지로 정리된다. 하나는 정부의 보호아래 급격한 성장을 거치면서 공급자 위주의 법적 제도적 시스템이 공고화된 점이다.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소비자가 손해보고 참아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고히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선진국에는 있지만 우리에게는 미비한 징벌배상제, 집단소송제, 입증책임전환 등 소비자3법이 없기 때문이다. 말로는 ‘소비자보호’를 외치면서 실제적으로는 소비자보호가 공급자나 정부의 ‘시혜’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소비자 보호는 스스로 알아서 지켜야 하는 강제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비자보호를 하지 않아도 기업이익 달성에 전혀 지장이 없는 데 비용이 드는 사회운동을 자발적으로 할 리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중심(consumerism)시대’를 앞당기기는 어렵다.
 
최근 사회를 뒤 흔든 두 건의 소비자-공급자 싸움이 있었다. 하나는 스타벅스와 생보사의 소비자와 유사한 다툼이다.
 
스타벅스는 작년 말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사연을 SNS에 올리면 100명을 추첨해서 1년간 매일 무료 음료 쿠폰을 제공 한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이 이벤트는 1년이 아니라 1회가 잘못 기재된 것이라며 당첨된 소비자들에게 “실수로 공지가 잘못 됐다”는 해명과 함께 달랑 음료 쿠폰 1장씩만을 지급했다.
 
이벤트에 당첨된 K씨는 약속을 이행하라고 주장하며 스타벅스에 보상과 사과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K씨는 지난해 12월 민사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법원은 스타벅스가 커피 값(6300원)을 기준으로 나머지 364일 분인 229만3200원을 K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이후 스타벅스는 소송하지 않은 99명의 당첨자에게도 같은 보상을 했다. 스타벅스는 소비자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불신기업으로 낙인찍혀 브랜드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 사건은 생보사의 자살보험금 사건과 너무나 빼 닮았다. 생보사들도 재해사망특약약관을 만들면서 주계약 약관을 그대로 베껴서 사용했다. 재해사망특약에서 ‘2년 이후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 한다’라고 약관이 해석되는 바람에 감독당국에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약관을 잘못 만든 것이라며 ‘수용’ 대신 ‘소송’을 택했다.
 
대법원의 지급결정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소멸시효’를 들고 나와 승소했다. 대부분의 민원들은 소멸시효가 지난 건이라 패소했지만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겠다는 ‘실리’를 택했다. 금감원이 소비자와의 약속을 이행하라며 행정조치를 들고 나오자 결국에는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자급하겠다는 ‘백기’를 들었다. 보험사는 영업정지, 임직원문책 등 상처를 입었지만 소송이 진행되는 2~3년간 생보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는 철저히 무너져 버렸다. 이 신뢰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열 배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노력에도 이전의 이미지를 회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르며 모호할 경우에는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 당연히 소비자주장이 옳은 것이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소송에 지면 패소금액을 지급하면 되지만 무너진 신뢰는 돈으로도 살수 없고 ‘가래’로도 막을 수 없다.
 
기업들이 이러한 행위를 밥 먹듯 하는 이유는 패소하더라도 이득이 크기 때문이다. 소송을 거는 사람은 극소수고 패소하더라도 소송을 제기한 사람에게만 보상하면 된다. 소송이 끝날 때  쯤 소멸시효가 다 지나가 남은 사람에게 보상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러니 소송하지 않는 기업이 바보다. 소비자3법이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소비자3법 제정 논의가 앞으로 활발히 진행될 것이다. 이법의 제정만이 공급자의 소비자에 대한 의식과 행동을 바꿀 수 있다. 소비자 신뢰를 져버리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그러한 과정이 법으로 보장되어야 진정한 소비자 시대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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