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최근 법원검찰청 사거리 뒷골목의 한 작은 카페에 갔다. 50대 정도로 보이는 여성 둘이 들어오더니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았다. 잠시 음료를 주문하고 부채질을 하는 등 소란을 피우다가 한 여성이 푸념을 쏟기 시작했다.
"벌써 네 집째다. 미치겠다. 월세를 깎아준다고 해도 소용 없다. 그 작업 끝나려면 1년도 더 남았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인근 주택가에서 원룸 한 동을 세놓고 있는 모양이었다. 처음엔 세입자가 속을 썩이나 보다 했는데 계속 들으니 아니었다. 바로 앞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평일 주말 안 가리고 밤낮으로 작업하는 통에 세입자가 넷이나 이사 나갔다는 이야기였다.
얌체 건설현장의 소음공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오전 7시도 안 된 이른 시간이나 오후 6시가 넘은 시간에, 혹은 휴일에 시끄러운 작업을 지속하는 뻔한 레퍼토리인데 당하는 사람의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공사 소음 노이로제로 수면제 없이는 잘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람도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주거밀집지역 내 노후아파트들이 대거 재건축에 나서면서 해당 아파트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들과의 집단 마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주택가의 소음을 규제하는 법이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소음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에 나가 점검하고, 사업주에게 작업시간 조정, 방음시설 설치 명령 등 적정한 행정조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피해를 경험한 이들은 이런 제도가 허점투성이라고 주장한다.
우선 법적 기준은 실효성이 떨어진다. 옆 사람 말이 안 들리고 잠을 자다 깰 정도로 큰 소리라도 실제 데시벨(dB)을 측정해보면 오전 5~7시∙오후 6~10시에 적용되는 소음규제 기준인 60dB에 크게 못 미친다.
설사 규제기준을 웃도는 소음이 발생해 지자체 담당직원이 행정지도를 해도 상황이 개선되는 건 잠시뿐이다. 사업주 측은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 주말엔 지자체도 쉰다는 점을 악용해 얌체 작업을 계속한다. 결국 피해 보는 쪽이 문 닫고 귀 막고 참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도시재생 뉴딜 정책의 핵심인 '미니 재건축' 관련 법체계가 갖춰진 데 따라 조만간 주택가 곳곳에서 소규모 정비사업이 추진될 전망이다.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주택가를 공사장이 파고들면서 공사 소음 관련 분쟁은 더 잦아질 공산이 크다.
국민 생활 수준과 삶에 대한 기대치가 예전 같지 않다. 소음 때문에 칼부림이 나는 세상이다. 도시재생 바람에 발맞춰 소음 피해 방지책이 실효성 있게 정비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