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철곤 의혹의 진실 '오리온 회장님이 수상하다' 방송금지 신청할 정도의 내용은?(추적 6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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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철곤 의혹의 진실 '오리온 회장님이 수상하다' 방송금지 신청할 정도의 내용은?(추적 6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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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종효 기자] 담철곤 오리온 회장에 대한 의혹을 파헤친 방송이 전파를 탔다. 오리온 측은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일부 내용을 보강 및 수정해 방송을 허용했다.

5월 24일 방송된 KBS 2TV '추적 60분'은 2부작으로 제작된 '재벌과 비자금' 중 1부로, 담철곤 오리온 회장을 둘러싼 고소고발, 의혹에 대해 다뤘다.

지난 5월 10일, 대한민국 제 19대 대통령이 탄생했다.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그 어느 때보다 정권교체의 열망이 높았던 이번 대선의 승자는 정경유착과 재벌 특혜, 각종 부정부패와 비리 등 '적폐청산'을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지난 수십년 간 대선 때마다 많은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그러나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재벌 개혁, 과연 이번에는 가능할까.

'추적 60분-재벌과 비자금' 2부작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뿌리 뽑아야할 '적폐' 그 첫 번째, 일부 재벌의 폐해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 임원들은 왜 회장님을 고발했나

지난 3월 30일, 박근혜 씨의 영장실질심사로 서초동 일대가 떠들썩하던 시각, 같은 장소에서는 약탈경제반대행동을 비롯한 4개 시민단체가 담철곤 오리온 그룹 회장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뒤이어 지난 4월 13일 오리온 전직 임직원 5명이 담철곤 회장의 횡령, 비자금, 탈세 등에 대한 12개의 의혹을 담은 탄원서를 추가로 제출했다. 퇴직 임원들이 평생을 몸바쳐온 회사를 향해 화살을 겨눈 이유는 무엇일까.

# 사라진 명작, 또다시 회장님이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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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연수원에 전시돼있던 수억 원대의 예술품이, 몇 달 뒤 모조품으로 돌아왔다면?

영화 속의 한 장면이 아니다. 국내 굴지의 제과기업 오리온에서 일어난 일이다. 모조품으로 지목된 작품은 마리아 퍼게이의 '트리플 테이블(Triple tier flat-surfaced table)'로, 시가 2억5,000만 원에 달한다. 그런데 사라진 작품은 이뿐만이 아니다. 회사비용으로 임대한 장 뒤뷔페의 '무제(Untitled)' 역시 어느날 갑자기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는데.

'추적 60분' 제작진이 만난 전직 임직원들은 명작들을 빼돌린 범인으로 다름 아닌 담철곤 현 오리온 그룹 회장을 지목했다. 수십년간 회장 자택에서 일했다는 전직 직원과, 실제 작품을 반출하는 과정에 참여한 인물 등 목격자들을 통해 작품의 행방을 추적했다. 

"저만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니라 연수원에 있는 사람들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아요. '이 작품이 가짜'라는 걸"- 전 오리온 그룹 직원

# 회장님의 비밀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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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철곤 회장은 이미 지난 2011년, 회삿돈으로 산 수십억 원대의 명화들을 자신의 사택에 걸어 놓는가 하면 임원 급여로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회삿돈 300여억 원을 횡령, 유용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집행유예 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비슷한 범죄 의혹에 휘말린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오리온 임직원들로 하여금 경조사비, 접대비 등의 명목으로 허위전표를 작성해 회삿돈을 횡령해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담철곤 회장이 15억 원 상당의 수입 명품 시계를 구매하면서 수억 원대의 관세와 특별소비세를 면하기 위해 대리 구매자를 이용했다는 이른바 '명품시계 세관 프리패스' 의혹도 제기됐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통장 두 개를 만듭니다. 같은 날. 임원 급여를 사주용으로, 별도로 비자금 조성을 한 거죠" -전 오리온 그룹 부장

# 자매의 난, '아이팩'의 소유주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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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부도 직전 자회사 기업어음(CP) 등을 불완전 판매해 4만여 명의 투자자들에게 1조7,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피해를 입힌 '동양그룹 사태', 그 공범 중 한 명인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은 최근 제부인 담철곤 회장을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오리온 그룹에 포장지를 납품하는 업체, '아이팩'의 소유권을 되찾아 동양그룹 사태 피해자들에게 변제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자매의 난' 서막이 오른 것이다.

이혜경 전 부회장은 고(故) 이양구 전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아이팩 주식을 담철곤 회장이 가로챘다고 주장하고, 담철곤 회장은 이미 1988년에 자신이 아이팩을 직접 인수했다고 주장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일감 몰아주기' 수법으로 일찌감치 '재벌 일가의 사금고' 역할을 했던 아이팩은 과거 담철곤 회장에게 수백억 원대의 배당금을 선사했던 알짜배기 기업이다.

'추적 60분'은 전직 계열사 사장 및 임원들과, 당시 오리온 그룹의 실질적인 경영을 맡았던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의 옥중 서면 인터뷰를 통해 실제 소유주는 누구인지 추적하려 했다.

아이팩을 둘러싼 재산 분쟁을 지켜보며 가장 속이 타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지난 4년간 총수 일가들의 은닉 재산을 찾아 발로 뛰어온 동양 사태 금융사기 피해자들이다. 전재산을 송두리째 잃고 여전히 힘든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추적 60분'에 담았다.

"당시 (담철곤은) 자금 형성의 여유가 없었고 돈이 있다 하더라도 그 당시에 자기 위치를 봐가지고 그렇게 해나갈 수가 없었어요"- 전 동양제과 사장


당초 이날 방송은 지난주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한 주 연기돼 방송됐다. 취재 막바지에 담철곤 오리온 그룹 회장과 주식회사 오리온 측이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냈고, 이에 대한 법원의 결정문이 지난 주 방송 시작 5시간 전에 도착했다. 이에 스튜디오 녹화와 더빙 등 후반 작업을 시간내 마칠 수 없어 부득이하게  연기했다는 것이 '추적 60분' 측의 설명이었다.

제작진에 송달된 법원 결정문의 요지는, 현재 고소고발 중인 사안에 대해 법의 판결이 나기 전까지 담철곤 회장의 혐의를 단정적으로 보도하지 말고, 주된 제보자 중 한 명이 담철곤 회장과 소송 중이라는 사실을 명시하라는 것이었다. 법원은 그러나 담철곤 회장 측의 나머지 신청 내용은 모두 기각했다.

특히 법원은 '이 사건 의혹의 상당 부분은 재벌총수 담철곤이 회사 자금을 불법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으로, 그가 이미 회사 자금 횡령 등의 범죄행위로 인해 징역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 기간 중임을 고려하면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안으로 보기 충분하다'고 판단해 방송이 전파를 탈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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