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7017, 새로운 낡음 속에서 힐링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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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7017, 새로운 낡음 속에서 힐링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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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개장 5일차 서울로7017, 주민 휴식처로 자리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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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개장 5일차에 접어든 '서울로 7017'. 24일 오전 10시30분 한화생명 남대문사옥과 SK 남산빌딩 사이로 난 회현역 측 접근로를 통해 서울로7017에 들어섰다. 회현역 측 진입로 초입엔 익숙한 개나리와 단풍나무가 원형 화분에 심어져 있었다.

이쪽에서 시작해 걸으면 서울로 7017 전체에 걸쳐 '가나다' 순으로 늘어선 50개과∙228종의 꽃과 나무를 '가나다' 순으로 볼 수 있다.

50미터 정도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호텔마누에 연결된 길이 나왔다. 왼쪽으로 난 길은 식당가인 '서울로 테라스' 2층으로 연결됐다. 대우재단 건물 지하1층~지상3층에 문을 연 서울로 테라스에는 스타벅스와 고디바, 콘타이 등 식음료점이 입점해 있었다.

햇볕은 강했지만 아직 선선했다. 고가 높이에 다다르니 바람이 시원하게 불었다. 중간중간 소화전처럼 솟은 물분사기가 안개처럼 물을 뿜어냈다. 곳곳에 화분 가장자리를 활용한 '화분벤치'가 마련돼 있었다. 어떤 화분벤치 위에는 동그란 햇빛가리개가 설치돼 있었다.

'공기 반 사람 반'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개장 첫째 날에 비해 이날 서울로 7017은 여유로웠다. 나들이 복장을 한 어르신들과 유모차를 미는 젊은 엄마,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관광객이 주를 이뤘다. 견학 나온 것으로 보이는 초등학생 한 무리는 셀카봉으로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걷다 보니 고가공원 중간중간에 뚫린 바닥을 투명한 유리로 덮어놓은 형태의 구간이 있었다. 옛 서울역 고가를 기억하기 위해 기존 방호벽과 바닥판 일부를 살려 놓은 구역이라고 했다. 닳고 뚫린 바닥의 단면과 철근, 콘크리트의 질감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었다.

투명한 유리 위에서 아래를 보면 평지를 오가는 자동차와 사람들을 조감하는 기분이 색달랐다. 유리로 된 둥근 부분만 아래로 쑥 떨어져버릴 듯해 오싹하기도 했다.

공원의 중앙부에 다다르자 헌 신발 3만여 켤레를 주렁주렁 매단 '슈즈트리'가 보였다. 서울로7017의 난간에서 시작돼 서울광장 끝까지 늘어서 있었다. 예술이네, 흉물이네 논란이 있는 작품이다. 직접 보니 익숙하지만 낯선, 낡았지만 새로운 서울로7017의 의미를 보여주는 듯해 인상적이었다.

1호선 서울역 2번 출구로 나와 서울광장 측 접근로를 통하면 슈즈트리를 지상에서부터 보면서 서울로7017에 올라갈 수 있다. 서울광장 진입로 엘리베이터엔 아직 공사중인 흔적이 남아 있다.

느리게 걸어서 출발한지 30여분 만에 반대편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접근로가 청파동, 만리동, 중림동 방향의 세 갈래로 갈라진다. 세갈래 길을 마주하고 문득 장미꽃 향기가 느껴졌다. 역시나 이 지점부터 수십여 종의 장미가 심어진 '장미마당'이었다. 낯선 장미 나무들의 이름을 읽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했다.

시간이 정오에 가까워질수록 직장인들이 부쩍 많아졌다. 이들은 분사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을 손으로 만지거나 화분벤치에 앉아 이야기 꽃을 피웠다. 평소 볼 수 없던 나무와 꽃을 신기한 듯 둘러보기도 했다. '진짜 좋다'는 감탄사가 여기 저기서 나왔다.

해가 높아질수록 햇볕도 따가워졌다. 다음 달부터 한동안은 낮 시간에 맨몸으로 오래 머물기 어려울 것 같다.

30대 여성 직장인 A씨는 "정오라서 좀 덥긴 하지만 도심에 이런 녹색 공원이 생긴 것 자체는 환영"이라며 "기분이 좋아서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이 곳에서 보내 회사에 돌아갈 땐 택시를 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관리가 잘 될까 염려하는 시민도 많았다. 50대 주부인 B씨는 "회현역부터 오면서 봤는데 관리하기 까다로운 식물들이 꽤 있었다"며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건 잘 가꿔서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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