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도시바 인수 '실탄' 빼고 '육탄' 장전
상태바
최태원 회장, 도시바 인수 '실탄' 빼고 '육탄' 장전
  • 김재훈 선임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05월 25일 08시 00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하이 가격공세 맞서 '대의명분' 강조…"가격 외 요소 변수"

▲ 최태원 SK그룹 회장. (자료사진)
▲ 최태원 SK그룹 회장. (자료사진)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선임기자] 현실적으로 크게 불리한 양상이다. 경쟁사들과 2배 가까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진 입찰액이 사실에 부합한다는 전제에서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가격 외'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경우 '막판 뒤집기'가 가능하다는 긍정적 마인드다.

최태원 SK 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만큼 분위기 반전을 위한 '히든카드'가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렇더라도 불투명성을 제거하기엔 여전히 역부족인 상황이다.

일본 도시바 메모리 사업 인수전에 사활을 건 SK하이닉스의 얘기다.

◆ 홍하이 '통 큰' 베팅

기업 간 인수합병(M&A) 최종 단계까지 투자금액 규모와 구체적 인수방법 등은 철저히 비밀로 붙여진다. 전략 노출은 패배 확률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번 도시바 메모리 사업 인수전도 마찬가지다. 확인된 숫자는 없다. 계산된 전략에서 표출되는 각 업체들 간 고도의 정보전으로 해석된다.

24일 외신에 따르면 SK하이닉스·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은 이번 인수전에서 입찰 업체들 중 최저액인 1조엔(약 10조원) 초반대를 써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경쟁업체들 중 대만 홍하이정밀공업이 3조엔을 상회하는 공격적인 베팅에 나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역시 도시바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브로드컴은 2조엔 초반, KKR은 1조엔 후반대에서 입찰 가격이 형성됐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가격만 놓고 보면 홍하이의 손쉬운 승리가 전망된다. 2배 이상 싼 가격을 제출한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들러리' 우려가 나오기 충분한 환경이다.

M&A에 정통한 관계자는 "(입찰) 가격이 물론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며 "도시바와 같이 일본 기업의 상징으로 통하는 회사의 매각은 경제논리만으로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망한 사업이 아닌 사업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도시바) 사업부를 사들인다는 측면에서는 현지 정서가 반영된 꼼꼼한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최근 베인캐피털을 앞세워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와의 공동출자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과 호흡을 함께 한다.

도시바 반도체 자회사 전체 지분의 51%를 보유하는 대신 경영권은 넘겨주는 방식이 골자다.

이를 두고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도시바 인수의 새로운 유력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분위기가 시장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 최태원 회장 "잘 모르겠다"

IT업계 관계자는 "홍하이가 일단 표면적으로 가격을 많이 써냈기 때문에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도시바 고유의 기술력을 유지하고 발전시켜나가는 측면에서는 SK하이닉스가 비교 우세에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가 기술유출 등의 우려로 아시아 기업들의 반도체 자회사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설득력을 얻는다.

올해 초 연결손실액이 1조100억엔에 달하는 도시바의 '눈덩이 부채'는 그래도 신경 쓰인다. 2009년 히타치 제작소가 기록한 7873억엔 손실을 넘는 일본 사상 최대 적자 규모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컨소시엄에 승부의 추가 기울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셈이다.

최태원 회장은 24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 같은 실정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