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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해배상과 위자료 현실화

황다연 변호사 admin@cstimes.com 2017년 04월 26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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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까지도 마트에서 판매된 가습기 살균제로 1,064명이 사망했다. 특별법이 제정될 당시인 2016년 11월 8일 기준 총 5117명이 정부기관에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 등 피해를 신고했고, 우리 국민 20%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을 것이라는 여론조사 추정치까지 더하면 피해 규모가 더 늘어난다(가습기살균제특별법 제정이유 중). 기침을 하거나 숨이 찰 때마다 나도 모르게 어디선가 가습기 살균제를 마셔서 그런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것도 당연하다.

가습기 살균제뿐만 아니라 3M필터 사건, 팸퍼스 기저귀 사건 등 소비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과 직결된 기업의 문제는 수도 없이 많았다. 너무나 큰 피해로 특별법까지 제정된 가습기살균제 외에 다른 상품을 판매한 기업의 경우 우리나라 소비자에 대한 보상은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다.

판매된 상품 가격이 소송까지 가기에는 너무 적고,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손해액은 얼마인지, 발생한 피해가 해당 상품 때문인지 입증 책임을 피해자가 하도록 되어있는 현실도 문제다. 이 때문에 일반 소비자 피해 소송의 경우에도 손해배상의 몇 배까지 보상을 해주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의 목소리가 매우 높다. 이러한 필요의 목소리에 따라 제조물의 결함을 알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일단은 다행한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3배 배상 내용만 들어있으면 소비자가 충분한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손해배상액이 기본적으로 적게 인정된다면 그 몇 배를 징벌적 손해액으로 인정하더라도 불법행위를 억제하는 예방적 효과 기능은 기대할 수 없다.

 
존슨앤존슨 제품을 사용해 난소암에 걸린 환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미국 법원은 62억 원의 배상을 인정하고, 여기에 10배인 620억 원을 징벌적 손해배상액으로 인판결했다. 같은 해 우리나라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손해배상액으로 최고 3억에서 3억5천만 원이 인정되었을 뿐이다. 죄 없는 임산부나 태아가 사망하고, 어린 아이가 평생 자기 몸보다 더 큰 산소통을 매달고 다녀야 하는 결과를 초래한 사태에서조차 최고 3억 원 가량만을 인정하였을 뿐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2013년 대법원이 낸 연구용역 보고서‘위자료 산정의 적정성에 관한 사법정책연구’에 따르면 사지마비 피해에 대한 국내 위자료는 8,000만원인 데 반해 프랑스는 3억 원, 영국은 5억 원, 독일은 8억 원, 이탈리아는 15억 원, 미국은 70억 원이다. 각국의 경제수준을 고려해 위자료를 1인당 국민총소득(GNI)으로 나눈 값을 비교하더라도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37배나 높은 액수다. 미국에서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리콜을 하면서 같은 기업이 우리나라에서는 소극적인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칫 제품 하자로 사고가 나면 손해배상액이 어마어마한 게 미국이다. 기업의 존망이 걸리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만에 하나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면 자발적리콜로 하자 부분을 바로잡는다. 우리나라는 사고가 나면 그때 배상해주는 것이 싸게 먹힌다. 기업 입장에서는 계산기를 두드려 사고가 날 가능성과 예상 손해배상금액을 비교해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당연하다.

법적인 제도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은 담보 받지 못한다.  손해배상액이 기본적으로 적게 인정된다면 그 몇 배를 징벌적 손해액으로 인정하더라도 불법행위를 억제하는 예방적 효과 기능은 기대할 수 없다.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 시행과 아울러 우리나라 법원의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 자체가 지나치게 낮은 점을 개선하고 위자료를 현실화하여야만 실질적인 소비자 권리 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법원이 바뀌어야 소비자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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