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대에게' 안철수 로고송이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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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대에게' 안철수 로고송이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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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종효 기자] 선거 기간이 되면 후보들의 유세차량마다 울려퍼지는 음악이 있다. 바로 선거 로고송이다. 

'선거 캠페인송'이라 불리는 로고송은 모두에게 익숙한 곡을 센스 있게 개사해 귀에 쏙쏙 박히는 중독성 있는 각 후보들만의 곡으로 재탄생된다. 그러다보니 모든 연령층에서 사랑받은 곡, 쉬운 멜로디로 이뤄진 곡,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곡 등은 선거 전부터 각 후보 및 정당 간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2012년 대선 당시 글로벌 히트곡인 싸이 '강남스타일' 사용권을 누가 확보할 것인지도 관심사에 올랐다. 하지만 싸이 '강남스타일'은 2012 대선 로고송에 포함되지 않았다. 싸이는 대선 전 일찌감치 어떤 대선후보에게도 '강남스타일'을 대선 로고송에 활용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선거송 사용 허가 여부가 원곡을 노래한 가수와 대선 후보와의 관계와 꼭 직결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싸이는 자신의 노래가 선거송으로 쓰일 경우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모양새로 보일까 우려해 불허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미대선'으로 불리는 이번 대선 로고송 중 많은 관심을 받았던 곡은 바로 신해철 '그대에게'다. 조금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고(故) 신해철의 팬들이 아닌 이들은 신해철의 곡이 문재인 로고송에서 안철수 로고송으로 바뀐 것을 두고 의아해했다. 신해철 팬들은 어느 정도 기류를 감지하긴 했다.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는 '그대에게'를 로고송으로 사용했다. 유세할 때 '그대에게'를 등장음악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신해철은 당시 무한궤도 '그대에게'의 선거 로고송 사용을 최초로 허락하며 직접 편곡을 해줬다. 앞서 신해철이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나섰기에 2012년 대선 당시의 이같은 결정을 두고 신해철의 노무현 정신 계승이라고 받아들여졌다.

이번엔 '그대에게'가 안철수 후보에게 넘어갔다. 안철수 후보는 '그대에게' 외에도 '민물장어의 꿈' 역시 로고송으로 사용한다. 이를 두고 당초 국민의당이 이른바 '신해철법'이라 불리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을 국회에서 통과하도록 적극 노력했기에 고 신해철의 아내 윤원희 씨에게 신해철의 곡 사용을 허락 받았다는 해석이 있었다. 안철수 후보 역시 이같은 맥락으로 설명해왔다.

안철수 후보의 신해철 곡 로고송 사용 결정은 고 신해철의 생전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다. 고 신해철은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에 대해 큰 호감을 드러냈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출현한 시대가 염원하던 정치지도자"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신해철은 안철수 후보에 대해 일개 개인으로 정당정치를 압박했고, 대선을 거치지 않은 상태로 다음 시대의 정치 비전을 선물했다고 평가했다.

'그대에게' 등 자신의 곡을 안철수 후보에게 주고 싶다는 생각도 은연중 드러내왔다. 신해철은 2012년 대선 당시 단일 후보가 된 문재인 후보에게 자신의 곡을 주고, 다음 대선을 준비하는 안철수 후보에게 곡을 넘겨주겠다는 생각을 SNS에 게재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신해철법' 통과 역시 '그대에게'가 안철수 후보의 품으로 가게 된 큰 이유기도 하다. 고 신해철 유족 및 지인들은 '신해철법' 통과에 난항을 겪을 당시 더불어민주당 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점에 대해 공공연히 서운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신해철법' 통과를 당론으로 정했고 결국 19대 국회 마지막 회기에서 극적으로 이 법안을 처리했다. 당시 윤원희 씨가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 국민대표로 참석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그대에게', '민물장어의 꿈'은 고 신해철의 라이브 음성을 복원해 새로 녹음, 안철수 후보의 로고송으로 재탄생했다. 넥스트(N.EX.T) 및 신해철의 음향을 담당한 성지훈 프로듀서의 철저한 복원 작업을 거쳤고, 넥스트 기타리스트 데빈이 기타를 다시 더빙하는 등 많은 공을 들였다. 

많은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은 이같은 과정을 이해하고, 아쉽지만 고인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점점 격해지는 후보들의 설전과는 달리 로고송 공개 초반 일었던 논란은 지지자들 사이에선 평화롭게 끝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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