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억 기부하고 140억 '세금폭탄'…대법 "부당하다"
상태바
180억 기부하고 140억 '세금폭탄'…대법 "부당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세무당국이 180억원 상당의 주식과 현금 기부로 설립된 장학재단에 140억원의 증여세를 매긴 데 대해 대법원이 "사실상 부당하다"고 20일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구원장학재단이 수원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공익재단에 기부된 주식에 증여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기부자가 재단의 정관 작성, 이사 선임 등 설립 과정에 실질적으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기부자가 설립한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단 설립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재산을 출연한 것만으로 증여세 부과 처분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구원장학재단은 생활정보 소식지 '수원교차로'를 창업한 황필상씨가 2002년 8월 수원교차로의 주식 90%(당시 시가 177억원 상당)와 현금 2억원을 기부해 설립한 재단이다. 재단 운영을 맡은 아주대도 1억1000만원을 출연했다.

수원세무서는 2008년 9월 두 달간 세무조사를 실시하고는 "황씨의 주식 기부는 현행법상 무상증여에 해당한다"며 재단에 140억4193만원(가산세 포함)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이에 재단 측은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 황씨와 수원교차로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상의 '특수관계'에 해당하는지, 경제력 세습과 무관한 주식증여에도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상증세법은 공익법인이 출연자와 특수관계인 기업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을 총수의 5%를 넘게 취득하거나 보유하면 초과분에 증여세를 매길 수 있도록 규정한다. 공익재단 등을 통한 편법증여를 막기 위해서다.

상식적으로 볼 때 세금이 과도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 사안은 사회적으로도 논란으로 떠올랐다.

1심은 "주식 출연은 경제력 세습 차원이 아닌 순수한 장학사업을 위한 것이므로 거액의 세금 부과는 잘못"이라며 재단 측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은 "황씨와 재단의 주식을 합하면 수원교차로의 주식 전부가 되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양자는 상증세법상 특수관계로서 과세 대상이 된다"면서 세금 부과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황씨가 실질적으로 재단을 설립한 경우에만 황씨와 재단 주식을 합쳐 수원교차로와의 특수관계를 따질 수 있다"며 다시 재단 측 손을 들었다.

한편 황씨는 장학재단 설립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 측은 1억1000만원을 출연한 아주대가 실질적으로 재단을 설립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는 세무서의 증여세 부과처분이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