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전 위메프 대표, 회사 간판 사비로 바꾼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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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전 위메프 대표, 회사 간판 사비로 바꾼 사연
  • 김재훈 선임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04월 13일 15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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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의 늦었슈] 연이은 적자 존립 우려 속 '본게임' 신호탄

'늦었슈'는 '늦었다'와 '이슈'를 결합한 합성어입니다. 이른바 '한물간' 소식들 중 여전히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합니다. 물론 최신 이슈에 대한 날카로운 의견도 제시합니다. 놓치고 지나간 '그것'들을 꼼꼼히 점검해 나갈 예정입니다.
▲ 위메프 구 사옥 꼭대기 영문 사명 'we make price'(사진 위 빨간 동그라미)가 국문 사명 '위메프'(사진 아래 빨간 동그라미)로 최근 교체됐다.

▲ 위메프 구 사옥 꼭대기 영문 사명 'we make price'(사진 위 빨간 동그라미)가 국문 사명 '위메프'(사진 아래 빨간 동그라미)로 최근 교체됐다.
▲ 위메프 구 사옥 영문 사명 'we make price'(윗 사진 빨간 동그라미)가 최근 국문 사명 '위메프'로 교체됐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선임기자] 넥슨 '던전 앤 파이터' 개발자. 위메프 창업주. 현 원더홀딩스(위메프 지주사) 대표. 미국 야구 '캔암리그' 투수. 서울대 응용화학과를 졸업한 이후 버클리음악대학 입학.

허민 전 위메프 대표의 눈길을 끄는 이력들입니다. 개인적인 이유야 어떻든 평범을 넘어 비범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포털사이트 검색 결과 허 전 대표는 미국 야구팀 '락랜드 볼더스' 소속입니다. 조 단위 자산을 굴리는 1976년생 용띠 투수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도 같습니다.

그런 그가 최근 남몰래 선행(?)을 해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서울 삼성동 위메프 사옥에 걸려있는 간판을 사비로 교체한 겁니다. 

새로 바뀐 국문 '위메프' 사명이 아닌 이전 사명 영문 'we make price'가 그대로 구 사옥에 걸려있는 걸 목도한 직후라는데요.

위메프는 지하철 삼성역 7번 출구 인근 새 사옥과 1번 출구 인근 구 사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구 사옥은 오늘의 위메프가 태동한 곳입니다. 허 전 대표 입장에서는 의미가 남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새 사옥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요. 구 사옥에는 일부 경영진과 핵심 관계자들이 중요 사안에 대해 논의하는 '아지트' 형식으로 출입하고 있다는 설이 돌고 있습니다. 

사실이라면 '산실' 이라는 표현도 어색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 애틋한 장소가 세월에 밀려 낡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였을까요. 위메프 구형 간판을 확인한 허 전 대표는 직접 교체작업을 지휘 했다고 합니다. 

통상 회사차원의 비용지출은 법인명의로 집행하기 마련인데요. 쇠뿔을 단김에 빼듯 자비를 털어 그 즉시 실행에 옮겼다고 합니다.

"회사(위메프)에 비용적 부담이 되는 상황을 허 전 대표는 염려했다. 그래서 일부 관계자들에게만 귀띔한 뒤 자비를 털어 새 간판으로 교체했다."

위메프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그깟 간판 하나 얼마나 한다고' 물음이 나올 수 있는데요. 사실 위메프는 재정적 관점에서 많이 힘든 회사입니다. 적자 폭이 줄었다는 내용이 골자인 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할 정도입니다. 

1500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이 600억원 중반대로 내려왔다며 화색을 띄었습니다.

1970~80년대 당시 제조업에 몸담았던 재계 어르신들이 보면 어이 없는 숫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IT기술을 기반으로 2010년 이후 산업계가 대격변에 놓인 만큼 단순 숫자비교는 무리가 따를 것 같긴 합니다.

돈을 벌긴 커녕 투자를 명목으로 여전히 돈을 쏟아 붓고 있는 회사인 셈입니다.

때문에 위메프 주변에서는 존폐를 걱정하는 시선이 상당했습니다. '이러다 망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죠. 여기에 더해 외부투자 유치 노력도 이렇다 할 낭보를 전하지 못했습니다. 

위기감이 또 다른 위기감을 낳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최소한 영업손실액이 줄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감지된 이같은 수익성 개선과 허 전 대표의 간판교체는 시기를 함께 합니다. 

마지막 레이스를 앞두고 깨끗하게 단장한 레이싱카의 느낌이랄까요.

"허 전 대표가 최근 임원들을 회의실에 모아 자신의 인생역정을 소개했다. 모르고 있던 부분까지 비교적 세세하게 전달했다. 남몰래 개발중인 게임이 곧 출시할 것이란 얘기도 했다. 발생되는 수익 대부분을 위메프에 사용할 것이라며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현장에서 울림이 컸다."

내부적으로 '파이팅'이 넘치고 있다는 부연을 곁들인 위메프 관계자의 전언입니다.

국내 게임업계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던전 앤 파이터'. 4월 현재 2조원에 가까운 매출로 국내 게임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넥슨의 핵심 자산입니다. 

허 전 대표의 앞선 발언이 그저 허언에 불과할 것이란 의심을 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많은 것 같지 않습니다.

'소셜커머스'라는 울타리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쿠팡. 그리고 기세가 여전한 업계 '맡형' 티몬이 감사보고서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위메프와 마찬가지로 이들 모두 영업손실을 대폭 줄였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들만의 본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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