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서비스, 언제쯤 소비자 눈높이 맞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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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서비스, 언제쯤 소비자 눈높이 맞추나
  • 황다연 변호사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04월 11일 10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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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같은 3월이 지나갔다. 3월이 되면 아이가 있는 집들은 몸살을 앓는다. 아이들은 새로운 학교에 입학하고, 유치원에 들어간다. 예전에 학교나 유치원을 다니던 아이들도 새로운 학년으로 올라가 새 학기를 맞는다. 학부모들도 따라서 비상이 걸린다. 적응기간이라는 이름으로 어린이집, 유치원에 함께 등원하기도 하고, 혼자 등교를 하더라도 한두시간 후에 금새 다시 데리고 와야 한다.
우리집 역시 큰애가 유치원에 들어가고, 둘째도 어린이집을 옮기게 되어 졸지에 온가족이 적응기간을 거치게 되었다. 둘 다 한시간, 두시간만에 데리고 오느라 며칠간은 꼼짝도 못할 지경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후배는 첫째를 처음 어린이집 보냈을 때 자신은 적응기간만 2달을 가졌다며 경험담을 꺼낸다. 엄마들이 항의했지만 어쩔 수 없었단다. 법적으로 맞벌이 가정이라면 어린이집 종일반을 보내 주중에는 07:30-19:30, 토요일은 07:30-15:30 사이 맡길 수 있지만, 이 시간을 다 채워 보내겠다는 용감한 부모는 거의 없다.

친구의 어린 딸도 이번에 어린이집을 새로 다니게 되었다며 이같은 적응기간 대열에 합류했다. 어린이집 선생님도 부모님들 안심하라며 휴대폰으로 아이가 놀고 있는 사진이며, 밥을 먹고 있는 사진을 보내주는 모양이다. 그런데 보내준 사진이 문제다. 아이는 밥을 먹고 있다는데 식판에 반찬이 누가 봐도 영 부실하다. 마늘쫑같이 보이는 조그맣게 썰어놓은 야채 반찬 서너개가 반찬 칸칸에 조금씩 들어 있는게 다다. 남들이 봐도 심하다고 생각할 정도인데 하물며 아이 엄마가 보면 기절할 노릇이다. 친구가 아이 식판 사진을 지역 엄마들이 가입한 인터넷 카페에 올리자 어느 어린이집이냐며 한바탕 난리가 났다. 바로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오고 아이가 반찬을 싫어해 조금만 퍼준 것이라며 오해라며 글을 내려달라고 부탁하자 마음 약한 친구는 글을 내렸단다.

옆에서 보고 있는 나는 위 두 사안에서 뭐라고 해줄 말이 없었다. 일반 소비자들이 부실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받는다면 환불이든, 손해배상청구든 당당히 요구할 수 있겠지만, 보육이나 교육서비스의 소비자는 태생적으로 아이를 돌봐주시는 선생님들 앞에서 작아질 수 밖에 없다.

반면에 큰애가 2살부터 3년간 다니고 졸업한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은 3년간 담임을 맡아 키운 4살 친구들이 모두 졸업하자 마음이 허전해지셨는지 아이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본인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던 아이들 사진파일과 사진 앨범을 전달해주시며 애틋해 하셨다. 3년간 근무한 어린이집도 정들었던 아이들이 모두 졸업해서 없으니 아이들 모습이 눈에 밟힌다며 당분간 그만두셨단다. 졸업한 엄마들 모두 마음이 짠해져 다들 뿔뿔이 다른 유치원으로 흩어졌지만 선생님과 아이들 만남을 주선하기로 했다.

사실 나는 예전에 사소한 오해로 어린이집을 그만두었다가 일주일만에 다시 돌아갔던 전적이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마냥 당당하기만 했던 초보 엄마 시절이었다. 그때 그냥 그만두었다면 이렇게 좋은 선생님을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보육서비스의 소비자로서 부모의 만족도는 단순히 어떤 가시적인 서비스를 제공받는가 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이에게 위해가 되는 사람이나 시설 등의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다른 문제이지만, 보육서비스도 사람간의 일이라 서로 아이를 위해 노력하고 시간과 함께 신뢰가 차근차근 쌓여가야만 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눈에 설기만 한 학기초에 모든 것이 다 만족스러울 수는 없을 것이다. 전쟁같은 3월을 보내고 다들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학교에, 교실에 적응해가고 있는 지금,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에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학부모와 아이들이 어떤 서비스를 소비할지는 서로 노력하며 시간과 함께 쌓아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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