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하이트 맛이 없는 맥주라굽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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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하이트 맛이 없는 맥주라굽쇼?
  • 김재훈 선임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04월 06일 15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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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의 늦었슈] '다른 것'과 '틀린 것' 구분하는 소비 풍토 절실

'늦었슈'는 '늦었다'와 '이슈'를 결합한 합성어입니다. 이른바 '한물간' 소식들 중 여전히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합니다. 물론 최신 이슈에 대한 날카로운 의견도 제시합니다. 놓치고 지나간 '그것'들을 꼼꼼히 점검해 나갈 예정입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선임기자] 지난 2015년 가을 스웨덴 스톡홀름에 갔을 때 입니다. 프랑스 타이어 회사인 미슐랭사의 '미슐랭가이드' 맛집 명단에 이름을 올린(투스타) 식당이 있었습니다. 현지 도착 5개월 전에 예약한 부지런한 일행이 깜짝선물인양 그곳으로 안내 했습니다.

스테이크 전문점이었습니다. 청정지역에서 키운 최상위 소를 사용한다는 안내가 있었습니다. 육질좋은 쇠고기야 아무렇게나 먹어도 맛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실제 역시 한우와 비교해 딱히 빼어나지는 않았습니다. 특별해 보이는 소스가 조금 다른 향을 풍길 뿐이었습니다.

1인분에 20만원 안팎. 어린아이 손바닥 2개정도 크기의 '금고기'에 가까웠습니다. 세계 최고수준인 현지 물가를 고려해도 과했습니다. 이른바 '가성비'가 크게 떨어지는 음식이라는 결론에 어렵지 않게 도달했습니다.

이날을 위해 하루 종일 굶었다는 일행은 게눈 감추듯 뚝딱 먹어 치웠습니다. '시장이 반찬'이었나 봅니다.

오비맥주 '카스'와 하이트진로 '하이트'로 대표되는 국산 맥주들이 저평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상면(上面)발효 효모로 만든 에일(Ale) 맥주가 소비자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데 따른 여파입니다. 수입맥주와 수제맥주 일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발효통 위로 떠오르는 효모를 사용해서인지 뽀얀 탁도와 높은 거품의 밀도, 과일향 등이 특징입니다.

카스나 하이트는 발효통의 아래에 가라앉은 하면(下面)발효 효모로 만들어진 라거(Lager) 계열 맑은 맥주들인데요. 낮은 온도에서 장시간 저장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추출공법은 에일보다 복잡합니다. 전세계 맥주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에일은 달달한 깊은 맛에, 라거는 쌉쌀한 청량감에 각각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톡 쏘는 자극적인 맛이 부담스럽다면 에일맥주를 선택하면 됩니다. 반대로 급한 갈증을 달래듯 식도에 부어 넣은 뒤의 "캬아~"가 좋다면 당연히 라거맥주를 택해야겠죠.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철저히 마시는 사람의 취향과 상황에 달려 있습니다.

"요새 국산맥주 맛이 없다. 수입·수제 맥주들은 맛이 깊고 거품도 부드럽고 향기도 좋은데…카스나 하이트는 그저 소맥으로 섞어 마실 때가 좋은 것 같다."

지인의 최근 술자리 발언인데요. 한마디로 '맛이 틀렸다'는 주장입니다. 기준은 주관적인 입맛입니다. 앞서 밝혔듯 서로 다른 성향의 주종이 주는 이질감, 즉 '다르다'는 걸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이쯤에서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똑같은 라거계열 맥주인데도 '아사히'나 '기린 이치방' 등 일본 맥주들의 맛은 카스나 하이트에 비해 월등히 좋은 것 같다. 구수한 맛은 물론 청량감도 놓치지 않고 있다. 특히 일본에 여행 가서 마셔본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느낌을 받지 않나."

물, 홉, 맥아, 효묘 등으로 대표되는 맥주 주요 성분 중 홉과 몰트의 함량이 높은 일본 맥주들이 상당합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유럽 주요 라거맥주들과 비교해 그렇습니다. 라거에서 분화한 '몰트맥주'로 통합니다. 카스·하이트와 다른 맛을 내는, 비교 자체가 의미 없는 이종 맥주입니다.

쌀이나 옥수수, 녹말 등을 넣어 보다 다른 맛과 향을 내는 맥주들도 현지에 즐비합니다. 한국 '김치'와 일본 '기무치' 다르듯 지역색이 담긴 일본 맥주들의 특징이 아닐까 싶습니다.

'산토리'만 하더라도 3가지의 홉을 섞어 제조합니다. 유럽식 정통에서 한 발 비켜서 있는 그들만의 술문화입니다. 자극적인 맛을 꺼려하는 일본 식문화가 빚어낸 산물로 분석됩니다.

카스와 하이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인들과 반대로 자극적인 맛을 선호하는 한국인들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매운 고추를 더 매운 고추장에 찍어먹는 극단적인 입맛이 핵심입니다. 애매함은 없습니다. 이런 입맛에 에일맥주나 일본식 몰트맥주는 부식이지 주식은 아닙니다.

식도가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의 청량감에 국내 소비자들이 움직인 결정적인 장면이 있었습니다.

1993년 천연암반수의 '깨끗함'을 앞세워 카스(당시 오비맥주)를 따돌리고 업계 1위로 올라선 하이트맥주.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이 자리를 '톡쏘는' 카스가 2011년 탈환했습니다. 여전히 자극적인 쪽을 선호하는 주요 소비층을 공략한 결과입니다.

일본, 유럽, 미국 등의 국가에서 생산되는 맥주와 결이 다른 우리의 입맛이 낳은 한국 맥주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틀린 맥주가 아닌 다른 맥주인 셈입니다.

"맥주맛의 핵심은 물맛이다. 똑같은 재료와 공법으로 맥주를 생산한다고 해도 사용하는 물에 따라 맥주의 맛은 천차만별 바뀐다. 예전과 달리 부드러운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은 맞다. 기존 톡쏘는 맥주 소비량이 절대적이지만 소수 소비자들을 위한 맥주를 개발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다."

맥주업계에 정통한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올몰트'를 앞세운 오비맥주 '프리미어 OB', 하이트진로 '맥스', 롯데주류 '클라우드'가 부드러운 국산 맥주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상태니 지켜볼 일입니다. 브랜드가 제거된 오직 맛으로 평가된 결과가 궁금할 따름입니다.

물론 꼼꼼한 소비자라면 가성비도 놓쳐서는 안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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