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흙수저론' 이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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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흙수저론' 이견 있습니다.
  • 김재훈 선임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04월 03일 0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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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의 늦었슈]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그래도 안되는 흙수저는?

'늦었슈'는 '늦었다'와 '이슈'를 결합한 합성어입니다. 이른바 '한물간' 소식들 중 여전히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합니다. 물론 최신 이슈에 대한 날카로운 의견도 제시합니다. 놓치고 지나간 '그것'들을 꼼꼼히 점검해 나갈 예정입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판교 NS홈쇼핑 별관에서 개최된 나폴레옹갤러리 개관행사에서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자료사진)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선임기자] "살아보니 '흙수저'는 없더라."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대통령의 파면과 구속사태가 온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실상 범죄 혐의 적용 범위와 처벌 수위 확정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인데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우리사회의 큰 상처는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70%를 웃도는 여론이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에 찬성했습니다. 굳건했던 신뢰가 일거에 무너지면서 배신감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그 중심에는 '수저계급론'이 있습니다.

부모의 능력이나 집안 형편이 넉넉지 못한 어려운 상황을 소위 '흙수저'라고 하죠. '동수저-은수저-금수저' 순으로 상대 우위 단계를 나열하는데요. 흙수저 만도 못한 '똥수저'도 있다고 하니 입맛이 씁쓸합니다.

노력해도 오를 수 없는 그곳을 이렇다 할 노력도 없이 오르는 금수저들도 있습니다. 정유라의 부정·특혜입학이 상징적인 장면인데요. 영문도 모른 채 정 씨에게 밀려 탈락한 흙수저들은 지금도 울분을 삼키고 있다고 합니다.

국가 최고위층이 이런 소소한 일에 관여했을까 하는 의심은 서서히 옅어지고 있습니다. 속속 드러나고 있는 정황이 대체로 '한 곳'을 지목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금수저에 다다른 것처럼 보였던 주변인들은 다시금 흙수저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암울한 '팩트' 앞에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흙수저 부모들은 답답한 가슴을 내리치고 있습니다. 공정경쟁은 이미 오래 전 실종된, 뿌리째 썩어있는 그런 사회적 시스템에 자식들을 내몰았다는 자괴감입니다.토양 자체를 갈아 엎지 않는 이상 미래는 없다는 절박함이 엄마·아빠들 사이에 팽배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몰라서일까요. 아님 공식석상에 오랜만에 오른 데 따른 단순 말실수일까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살아보니까 흙수저는 없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나폴레옹이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황제가 안 됐을 확률이 높다. 정신만 살아있으면 오히려 (지금이) 풍족하게 배우는 환경인 것 같다...(중략)…지금은 옛날보다 훨씬 기회가 많다."

자신의 처지에 낙담하고 현실에 냉소적인 젊은이들에게 해준 조언으로 듣고 싶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노력해도 안되는 쪽으로 흘러가는 현실을 아시는 말씀인지. 아무리 오르려 해도 가로막힌 이 사회의 닫힌 구조를 챙겨는 보셨는지 묻고 싶은 젊은이들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성공의 어머니를 여럿 모시며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그들. 구직에 목말라있거나 최소한 노량진 학원가와 신림동 고시촌 등지에 흩어져 있는 그들이 들으면 서운해 할 것 같습니다. 기회 균등의 불공정성이 증명된 시대상황과 괴리가 큰 주장으로 비쳐지는 탓입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월 조선대학교에서 열린 강연에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말했다가 고초를 겪은 상황과도 중첩 됩니다. 사상 최악의 실업난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실언이었습니다.

"공감하기 어려웠다. 말하는 내용을 노트북에 받아 치다가 손을 놨다. 위인전에 나오는 주인공이 본인 스스로를 후하게 평가 하는…현실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회장의 회견장에 나온  젊은 기자들의 반응들입니다.

프랑스의 군인이자 황제였던 나폴레옹(Napoléon). 워털루 전쟁(Battle of Waterloo)에서 패배한 그는 대서양의 외딴 섬인 세인트헬레나(Saint Helena)로 유배돼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나폴레옹처럼' 의 구호는 그 유효기간이 이미 한참 전에 소멸됐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물론 이날 김 회장의 발언은 그의 고단했던 인생사가 상당부분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병아리 키우는 재미에 빠졌다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하림그룹을 일궜습니다. 올 5월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 포함이 확실시 되고 있을 만큼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꼽힙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달겨간 그의 성공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부분입니다.

걱정스러운 건 20~30년 전 당시 '청년 김홍국'의 생각이 2017년 현재에도 유효하다는 김 회장 자신의 판단입니다. 과거와 달리 한국사회는 이제 노력만 한다고 이뤄지는 구조는 아니라는 게 중론입니다. 코피 쏟는 노력을 간단히 깔아 뭉갤 만큼의 냉엄한 현실 앞에 흙수저들은 오늘도 축 처진 어깨를 펴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고 대우의 급여를 주겠다. 복리후생도 일류 기업만큼 늘리겠다. 하림에 도전하라. 함께 미래를 쓰면서 달려보자.

청년들 입장에서 힘이 되는 발언은 어쩌면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림그룹이 금수저로 올라서려는 흙수저들의 희망이 될수도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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