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대표 '로켓배송' 빅데이터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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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대표 '로켓배송' 빅데이터 통했다
  • 김재훈 선임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03월 02일 0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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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의 늦었슈] '무배' 기준 1만원 인상에도 매출 유지…'객단가' 상승 주목

'늦었슈'는 '늦었다'와 '이슈'를 결합한 합성어입니다. 이른바 '한물간' 소식들 중 여전히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합니다. 물론 최신 이슈에 대한 날카로운 의견도 제시합니다. 놓치고 지나간 '그것'들을 꼼꼼히 점검해 나갈 예정입니다.

  ◆ 김범석 쿠팡 대표. (자료사진)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선임기자] 창고형 할인 업체 '코스트코'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상품 개당 가격, 특히 'made in USA'가 붙은 제품의 가격은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들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저렴합니다. 의(衣)·식(食)·주(住)를 관통하는 대부분의 상품군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간헐적인 자체 이벤트 행사는 '대박'이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싸게 무장돼 있습니다.

여러 개를 동시에 구매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습니다. 개당 5000원짜리 미국산 치즈를 맛보기 위해서는 5개들이 '묶음상품'을 몽땅 구매해야 합니다. 2만원을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제품을 골라 담은 카트를 끌고 계산대 앞에 섭니다. 20만~30만원 정도는 어렵지 않게 훌쩍 넘깁니다. 길게 늘어선 다른 가족단위 계산행렬과 비교하면 적게 산 느낌이 가끔 들기도 합니다. 인당 구매금액인 '객단가'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할 정도로 고른 상품들은 대부분 산을 이룹니다.

그렇게 몇 번 방문하다 보면 나에게 맞지 않는 불필요한 품목들은 자연스럽게 제거됩니다. '이 제품은 이마트에서 소량을 사는 게 이득이다'라는 식의 판단입니다. 반대로 코스트코에서 사야 하는 제품은 어지간하면 다른 쇼핑루트를 이용하지 않습니다.

지출비용과 더불어 할애되는 시간·편의 등 일련의 구매활동을 합리적으로 계산한 결과입니다.

지난해 10월 쿠팡(대표 김범석)이 언론들에 의해 '몰매'를 맞았던 적이 있습니다. 사전고지 없이 '로켓배송' 기준액을 9800원에서 1만9800원으로 올렸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1만9800원 이상 구매시 그 시점에 따라 당일배송을 해주겠다는 갑작스런 정책 변경이었습니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당장 피해를 입게 됐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비도덕적 집단으로 쿠팡을 몰아세운 혹평도 십자포화 식으로 쏟아졌습니다.

쿠팡의 어처구니 없는 실책이거나 경영난 직면에 따른 불가피한 '악선택'으로 분석됐습니다. 2015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투자 받은 10억 달러(약 1조 2000억원)를 거의 다 까먹은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습니다.

쿠팡 적자의 90% 가까이가 로켓배송 서비스에 들어가고 있다는 내부 관계자의 전언만큼 유지비용 출혈이 큰 게 사실이니까요. 방문객 수 하락과 큰 폭의 매출액 축소 전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닌 환경이었습니다.

단순 숫자만 보면 '역시나'로 해석할 수 있는 신호는 실제 나왔습니다. 

시장조사기관인 닐슨코리아클릭 기준 순방문자(PC와 모바일 앱·웹 합산) 수에서 쿠팡은 지난해 8월 1489만2982명으로 고점을 찍은 뒤 12월 1097만9760명으로 급락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점진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렇다면 시장 예상대로 쿠팡의 미래가 우울해 진 것이냐. 면밀히 살펴보면 그렇지 만은 않습니다.

우선 2배 이상 상승한 로켓배송 기준금액만큼, 즉 객단가가 상승만 만큼 소비자들이 떨어져 나갔는지 의문입니다. 바꿔 말해 기준금액 기습인상에 반발한 소비자들이 대거 존재한다고 보기에 억지가 있습니다.

특히 쿠팡과 동일 기간 기준 G마켓·옥션, 11번가 등 경쟁사들도 방문객수 하락을 면치 못했다는 점에 주목됩니다. 쿠팡을 포함한 오픈마켓 이용 소비자들이 전반적으로 줄었다는 의미입니다.

객단가를 크게 높인 쿠팡 입장에서 부정적 의미를 부여할 만큼 방문객이 쪼그라 들지 않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로켓배송에서 발생시키는 쿠팡의 특수성을 여기에 대입하면 보다 흥미로운 지점이 부각됩니다.

"지난해 11월 네이버 상품검색 DB 제공을 중단했지만 12월에는 전월 대비 매출이 약 10%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외부 웹사이트를 통하지 않고 쿠팡 앱 등을 이용해 쿠팡에 직접 방문하는 고객이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고객들의 구매는 쿠팡 전체 매출 가운데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최저가 가격검색 기능에 특화돼 있는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 도움 없이도 장사가 잘 되고 있다는 강조입니다. 경쟁사들 대비 '충성고객'이 두텁다는 방증입니다. 물론 그 중심에는 로켓배송이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크고 작은 장부상 숫자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쿠팡의 내부 지침에 대해 피곤해하는 기자들이 많습니다. '팩트확인' 숙명을 띤 기자들의 본능을 강제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머지않은 시점에 숫자가 포함된 유의미한 공식발표를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일단 믿고 지켜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 (자료제공=쿠팡)

1970~80년대 제조업 기반 시각으로는 이해가 좀처럼 되지 않는, 상식을 벗어나는 이 같은 결과의 핵심에는 '빅데이터'가 있습니다.

쿠팡은 2014년 5월 고객관리시스템과 빅데이터 전문기술을 다루는 캄씨(CalmSea)를 인수했습니다. 이곳 CEO였던 짐 다이는 쿠팡의 기술부문을 총괄해 왔습니다. 작년 말 돌연 퇴사했으나 그의 오른팔 격인 핵심 인물들은 여전히 재직중입니다.

국내 소비자들의 연령·성별·지역 등을 아우른 초정밀 구매패턴 조합이 완성형태에 다다랐다는 예상입니다. 로켓배송을 탑재한 '정기배송'이 향후 안정적인 매출액을 견인할 것이란 개인적 견해를 미리 밝힙니다. 

자체 테스트를 통해 로켓배송 기준액을 올려도 소비자 충성도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쿠팡은 즉각 실행에 옮겼습니다. 사전고지 미비가 무색할 만큼 현장 거부감은 적었습니다. 

사실 기저귀나 분유 몇 개만 '장바구니'에 넣어도 1만9800원은 가볍게 넘깁니다. 애초에 소비자들의 신경범위 저 멀리에 있었던 셈입니다. 실로 무서울 정도의 IT 기술이자 이를 현실세계에 접목한 경영혁신이 아닐 수 없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밑그림을 그렸다고 할 만큼 특화된 그들만의 흥미로운 무기로 보여집니다. 롯데나 신세계 이마트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강자들 역시 속속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그들만의 '유통 IT리그'가 이제 막 본선 경기를 앞두고 있는 느낌입니다.

김범석 쿠팡 대표의 '무모해 보였던' 실험은 이제 결승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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