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독점' 바라보는 금투협 '이중' 잣대
상태바
[기자수첩] '독점' 바라보는 금투협 '이중' 잣대
  • 우선미 기자 wihtsm@naver.com
  • 기사출고 2017년 02월 13일 08시 11분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undefined  
 

금융업계에서는 지금, '농사꾼' 은행과 '사냥꾼' 증권사의 영역 다툼이 치열하다. 자기 밥그릇을 뺏길까 전전긍긍 하면서도 다른 이의 밥그릇을 호시탐탐 노린다. 먹거리 전쟁에서 피를 보는 것은 오직 투자자들 뿐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6일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은행이 외국환 환전·이체, 법인 지급결제 영역에 증권사의 진입을 막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금투협이 꼽는 은행·증권업계 차별의 대표적인 사례는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불허다. 지난 2009년 4월 25개 증권사가 4006억원을 금융결제원에 내고 지급결제망에 들어갔다.

당시 금융당국은 증권사에 대인 지급결제자격만 주고 법인 결제 시작시점을 추후에 논의하자고 했지만 8년간 재논의가 없었다. 감사원의 지적으로 4006억원이 3375억원으로 감액됐을 뿐이다.

이는 지난 2001년부터 지급결제망에 참가한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와도 비교된다. 지급결제 규모가 큰 상호저축은행의 경우 380억원, 신협은 160억원만 금융결제원에 지불했다.

금투협은 금융결제원에 지불한 3375억원 환급소송을 제기할지, 지급결제를 막고 있는 상호저축은행·신협·새마을금고 등을 대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지 저울질하고 있다.

또 금투협은 외국환 환전·이체 업무를 은행이 독점하도록 한 것도 업권간 차별이라고 항의하고 있다. 지난 1998년 외국환관리법에서 외국환거래법으로 바뀌면서 증권사도 외국환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지만 환전·이체 업무는 여전히 은행이 독점하고 있다.

아이러니 한 점은 은행의 독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금투협이 은행의 신탁업 부문 진출에 대해서는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안에 자본시장법에서 신탁업법을 따로 분리해 신탁업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은행권이 자산운용업계 '밥그릇'을 노리고 있다는 의혹이 짙다.

갈등의 뿌리는 '펀드 시장'에 있다. 2007년 신설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은행은 자산운용사처럼 펀드 내 주식 포트폴리오를 직접 만들어 판매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자산운용사의 상품을 가져다가 팔아주는 창구 역할만 하고 있다.

하지만 신탁업법이 자본시장법에서 분리돼 나오면 '집합운용'과 '불특정 금전신탁'도 가능해져 주식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해진다. 증권사의 펀드 상품과 사실상 별 차이가 없어지는 셈이다.

황영기 금투협 회장은 "신탁업법을 따로 빼낸다는 취지 뒤에는 은행권이 신탁업을 통해 자산운용업에 진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사냥꾼은 사냥을 하고 농사를 짓는 사람은 농사를 지어야 사회가 발전하는 것인데 경계가 없어져 버리면 후퇴한다"고 강조했다.

농사꾼과 사냥꾼의 먹거리 전쟁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투자자들이다. 환전을 한번 하려면 은행 점포를 방문해야 하고, 펀드 설계 한번 받으려면 증권사 지점만 찾아다녀야 한다.

지난해 6월 기준 국내 7202개 은행 점포와 1179개 증권사 점포를 합하면 총 8381개다. 여기에 은행·증권사의 온라인 투자 시스템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면 투자 편의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환전을 하든, 펀드 관련 상담을 받든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투데이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