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 항공권 사기판매, 소비자 '낚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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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 항공권 사기판매, 소비자 '낚였다'
  • 김재훈 선임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02월 10일 0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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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의 늦었슈] '최저가' 출혈경쟁 '참극'…강동화·박진영 대표 '책임론'

'늦었슈'는 '늦었다'와 '이슈'를 결합한 합성어입니다. 이른바 '한물간' 소식들 중 여전히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합니다. 물론 최신 이슈에 대한 날카로운 의견도 제시합니다. 놓치고 지나간 '그것'들을 꼼꼼히 점검해 나갈 예정입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선임기자] 지난주 집 근처에 새로 개점한 미용실을 찾았습니다. 동네 곳곳에 걸린 '최저가' 현수막이 단골집을 흐릿하게 만들 만큼 자극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컷트 가격이 무려(?) 3000원이나 저렴했습니다. 파마, 염색 등도 20~30% 가량 싸다고 적시돼 있었습니다. 연간 5만원 가까이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습니다. 4인 가족이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한끼 든든히 먹고도 남는 액수입니다.

번진 입소문은 긴 대기행렬로 이어졌습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온 엄마, 태권도복을 입고 온 초등학생, 친구들과 무리 지어 온 대학생 등 다양한 소비층을 끌어 모았습니다. 하나같이 '이게 웬 횡재냐'는 표정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의 장시간 기다림은 드라마 '도깨비'가 낳은 유행어처럼 이내 '파국이다~'로 결론 났습니다. 매장 내 가격표 하단에 '샴푸가격 별도'라는 깨알 문구가 숨어 있었던 것이죠. 머리를 감으면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는 함정. 이를 적용하면 주변 미용실보다 오히려 비쌌습니다.

고성이 오갔습니다. 사기나 다름 없다는 식의 불만이 주를 이뤘습니다. "다시는 안 온다"며 격노하는 아주머니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곧 망할 것이란 비난도 여과 없이 작렬했습니다.

주인장은 시종일관 웃음 띈 표정으로 비교적 차분하게 응대했습니다. 정리하면 '다른 동네에 비해 그래도 싼 거 아니냐'는 논리였습니다. 친절함으로 위장된 사기꾼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강동화·박진영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는 인터파크가 황당한 사고를 쳐 시끄럽습니다. '최저가'를 앞세워 판매하는 항공권이 사실과 달라 소비자들이 분개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경쟁사 대비 가격을 낮게 설정한 뒤 수수료 명목의 비용을 지난달부터 슬쩍 추가했다가 덜미를 잡힌 겁니다.

앞선 동네 미용실 사기극의 '대기업판'으로 해석하기에 무리가 없습니다. G마켓, 옥션, 11번가, 쿠팡, 티몬 등 모든 온라인 쇼핑업계로 불똥이 튈 개연성도 일부 감지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초기에 발견된 건 인터파크나 소비자 양측에 위안입니다. 피해 소비자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을 수도 있던 탓입니다. 표준항공여객운임정산제도(BPS) 기준 지난해 시장점유율 40%대로 인터파크가 '준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더욱 그렇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 증가로 항공권 수요가 늘어나면서 고객 선점을 위한 최저가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며 "최저가를 위해 수수료나 유류할증료 등을 누락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구입 과정에서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업체간 '제살 깎기' 경쟁이 낳은 부작용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엄청난 속도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온라인·모바일 상거래 시장과 무관치 않습니다.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총 64조9134억원으로 전년 대비 11조251억원(20.5%) 늘었습니다. 관련 조사를 처음 실시한 2001년(3조3470억원)과 비교해 20배 성장한 수치입니다.

이중 1위에 이름을 올린 '여행 및 예약서비스' 분야는 거래액 11조3520억원으로 가전·전자·통신기기 분야(7조1698억원)를 멀찌감치 따돌렸습니다. 온라인 기반 사업으로 장시간 세력을 넓혀온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모바일이나 온라인 구매 소비자들이 폭증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른바 '실시간 가격검색'에 따라 업체들의 매출액 희비가 갈리는 현실입니다. 싼 것만 찾는 소비 패턴이 경기불황을 타고 일상화 된 지 오래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풍경이 업체들 간의 가격 경쟁을 부추겨 상품 질 저하와 '꼼수'를 야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용 출혈에 따른 영업익 '구멍'을 어떤 경로로 메우느냐는 내부 고민의 안쓰러운 종착지입니다. '저마진'이 '역마진'으로 바뀌는 반환점은 기업 입장에서 사형선고나 다름 없으니까요.

인터파크 관계자는 "발권 수수료 정책이 바뀐 첫 달이라 내부적으로 점검을 벌이고 있었다"며 "미진한 부분에 대해 개선 검토를 계획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하나투어나 모두투어 등 여행업체 정책 역시 유사하게 바뀌었다는 부연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인터파크의 경우 사실상 불법이냐 편법이냐의 기로에 놓였습니다. 결과와 무관하게 소비자 신뢰 급전직하는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강동화·박진영 공동대표가 직접 나서서 해명할 때 입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한국은 인구가 도시에 집중돼 있고 정보기술(IT)이 발달했으며 물류비가 저렴해 오프라인 회사가 온라인화하는 데 유리하다"며 "누가 더 고객에게 혁신적인 가치를 제안하고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한 인터뷰에서 전망했습니다.

"최저가를 앞세운 꼼수는 소비시장에서 꺼져야 한다"는 일갈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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