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영 인크루트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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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영 인크루트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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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사실상 백수'가 사상 최초로 450만명을 넘어섰다. 15~29세 청년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실업난은 해를 거듭할수록 정교하게 구조화되고 있다.

저성장에 빠진 기업들은 고용 유연성을 강조하지만 실업자를 받아줄 사회 안전망은 턱없이 부실하다. 고용 정책은 실질적 효과도 못 내면서 예산만 축내고 있다.

일선에서 구직자들과 호흡해온 서미영 인크루트 상무와 함께 국내 고용시장 현안을 점검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해봤다.

◆ '첩첩산중' 실업난, 올해 전망도 암울…각종 예산∙정책 무색

Q. 지난해 공식실업자와 취업준비생,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등을 모두 합친 '사실상 실업자'수가 453만8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연간 기준 청년 실업률은 9.8%로, 전년도인 2015년 최고 기록이던 9.2%를 1년 만에 갈아치웠습니다. 고용시장 한파가 점점 매서워지고 있습니다.

== 대학을 갓 졸업했거나 졸업을 앞둔 자녀를 둔 부모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청년 실업률을 쉽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부모들 얘기를 들어보면 졸업 예정자 혹은 갓 졸업한 친구들 중 절반 정도가 취업을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부모가 취업 못한 자녀를 데리고 있는 기간은 평균적으로 13개월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대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이 갈 만한 일자리가 없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Q. 더 심각한 문제는 올해도 고용시장이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없다는 점 아닌가요.

== 몇몇 산업에서 진행 중인 구조조정 여파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군다나 경제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 올해 고용시장 여건은 작년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인크루트는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매년 채용 계획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최근 조사에서 상장사 약 1000곳 중 45%만이 상반기 채용 계획을 확정한 상태였습니다. 채용 계획이 있다는 45%의 기업조차 모집 규모를 작년보다 5% 이상 줄였습니다. 신규채용 규모 축소는 매년 구조화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Q. 정부는 2013년부터 매년 1조원 이상 예산을 청년 일자리 지원 명목으로 집행해왔습니다. 그러나 고용환경개선은 고사하고 악화 일로를 걸어왔습니다.

== 정책 전문가가 아니라서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대학을 졸업하고 고용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청년은 매년 30만~40만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대책을 통해 대응하는 규모는 이 숫자에 턱없이 못 미칩니다. 때문에 청년 고용률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의 정책 기조를 보면 정부는 기업 중심의 시장경제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안전망 차원의 정책들을 내놓으며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정책으로는 실제적인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입니다.

Q. 최근에는 청년 기본소득을 법으로 보장하겠다는 공약도 나옵니다. 청년수당, 혹은 청년배당이라는 이름으로 제시된 정책이 대표적입니다.

== 실업급여 대상이 아닌 청년들에 대한 예산 지원은 분명 필요합니다. 그런데 '청년수당'이어야 하는지, '구직수당'이어야 하는지를 두고는 좀 더 자세히 따져봐야 합니다. 청년 수당이라는 이름으로 가기엔 보편적 복지와 거리가 멀다는 근거로 반대하는 의견도 있거든요.

지금도 일정 수준의 구직수당이 있습니다. 이 같은 지원이 더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구직활동에 필요한 기간이 13개월 정도라고 말씀 드렸는데, 청년들은 그 기간에 기본적인 수당도 없이 활동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정부의 배려가 필요합니다.

Q. 일각에선 청년들이 너무 대기업만 원하고 중소기업을 기피한다고 지적합니다.

== 대기업의 고용 여력에 관한 얘기도 많이 나옵니다. 현재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총 근로자 중 88%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고, 1%의 대기업이 12%를 고용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임금과 근로환경 면에서 비교적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청년들이 대기업을 지향한다는 점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중소기업 고용 문제는 저도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만 대기업과 관련해선 정책적 측면에서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대기업 고용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으로 근로시간 단축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일자리가 쪼개지고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는 거죠.

◆ 유연성 vs 안정성, 조화 이뤄야

Q. '고용 안정성' '고용 유연성' 이슈는 해결될 기미가 안 보입니다.

== 고용 안정성과 고용 유연성이 같이 갈 순 없다고 기본적으로 생각합니다. 어느 쪽에 더 힘을 실으면서 조화를 만들어 나가느냐가 중요합니다. 고용 경직성이 계속 이슈가 될 것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고용 유연성과 직결된 비정규직 문제는 중소기업의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국내 비정규직 문제를 야기하는 건 중소기업이 아니라 대기업이라고 봅니다. 비정규직 문제나 고용 유연성 관련 문제는 대기업에서부터 돌파구를 찾아 내려오는 게 구조적으로 맞는 것 같습니다.

Q. 고용 유연성 문제에 앞서 사회 안전망 논의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조선업이나 해운업 문제 있을 때도 사회적 안전망 얘기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은 사회안전망이 우리보다 탁월합니다. 쉬운 해고가 가능해도 이에 따른 충격을 완화해주는 안전장치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경우 사회 안전망이 부족합니다.

고용과 관련한 기업의 자율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에 따른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같이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프라 투자가 분명 있어야 하는데 항상 '이게 맞냐, 저게 맞냐' 하는 논쟁으로 가다 보니 고용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출산율이 급속히 낮아지고 있는데, 이러면 20년쯤 후에는 오히려 고용시장에서 공급이 귀해질 수도 있지 않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 시장 측면에서 보면 대졸 신입 인력은 공급이 시장 수요 대비 과잉상태입니다. 대학진학률이 너무 높아 필요 이상의 고학력자가 배출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죠.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드는 2020년 이후부터 이 상황이 개선될 수 있지 않느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그러나 제 판단에는 그 때는 고용의 질이나 4차 산업혁명 수요에 맞는 20대 인력 공급 문제 등이 새롭게 대두될 것 같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시장구조적∙정책적 측면에서의 통합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서미영 상무는?

연세대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한화경제연구원 특수연구센터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국내 최초 취업포털인 인크루트를 공동 창업했다. 명지대학교 겸임교수이자 중앙인사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저서로는 '프로페셔널의 숨겨진 2%'가 있다. 현재 인크루트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인크루트취업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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