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탁금지법, 모두가 동의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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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청탁금지법, 모두가 동의하고 있나
  • 이보미 기자 lbm929@cstimes.com
  • 기사출고 2017년 01월 31일 0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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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보미 기자] 부정부패를 뿌리 뽑기 위해 시행된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련 법률)이 서민 경제를 죽이는 법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청탁금지법 시행 후 첫 설을 맞은 유통업계 곳곳에서는 곡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 감소도 문제지만 서민들이 주로 종사하는 외식업체와 농수산물 업계의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얼어붙은 소비 심리에 직면한 채 그저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망하지 않고 버티기' 체제에 돌입했다. 법 제정 당시 우려했던 내수 침체가 현실이 된 것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 100일차를 맞아 지난해 12월 20일부터 26일까지 전국 709개 외식업 운영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4.1%가 지난해 보다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꽃 시장 종사자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요즘 결혼식을 비롯한 각종 축하행사에 그 흔한 화환 하나 찾아보기 힘들다. 화훼업계 관계자는 "꽃 파는 사람은 죽으라고 만든 법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법 제정 취지는 좋다. 우리사회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고 비리를 근절한다는 데 국민 대부분이 공감했다. 청탁금지법 시행 120일을 넘긴 현재까지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도 많이 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법 조항 관련 기준이 세밀하지 못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청탁금지법은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또 한 편에서는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일체 아무것도 주고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예컨대 정부 예산 지원을 받는 어린이집 내에서도 교사는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원장은 공무 수행 사인으로 규정해 대상이 된다. 상황에 따라 미묘하게 갈리는 법원의 해석에 관련 대상자들은 갈피를 못잡고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청탁금지법에 따른 경기침체 회복을 위해 3·5·10만원으로 규정된 금액을 5·5·10만원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금액이 아니다. 시행 과정의 합리성과 명확한 세부 규정이다. 정부는 이를 마음 깊이 새기고 적극 보완,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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