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망치는 정치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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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망치는 정치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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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正反合' 시대정신... 사람도 생각도 바꿔야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게 16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특검이 추궁하고 숙고한 결과다. 경제보다 정의가 중요하다는 취지다. 최태원 SK회장이 사면 직전 구치소에서 나눈 대화 녹취록도 새삼 주목받는다. 대통령이 면죄부와 돈을 바꾼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통치권력과 재벌의 검은 연결고리가 세상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소비심리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졌다. 트럼프 당선,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리스크 등 불안감 때문이라고 한다.  소비자심리지수가 94.2로 전월보다 1.6포인트 또 하락했다. 장기적 평균 100에서 다달이 떨어지고 있다. 경제의 가장 큰 적은 불확실성이다.  외우내환에 가까운 상황이다.

나쁜 정치가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게 글로벌 시각이다.  미국경제학회(AEA) 포럼에 나온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은 "경제 성장을 위해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 고 경고했다. 에드먼드 펠프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각국이 좌우 없이 극단적 포퓰리즘에 기댄다"고 일침을 가했다. 대중 인기만 노린 정치가 경제를 왜곡한다는 지적이다.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는 "세계화가 수십억명을 빈곤에서 구했지만 기득권층의 과욕으로 불평등이 심화됐다"고 비판했다.

경제를 말아먹는 정치행태는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런판에 민생 경제를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스럽다. 이제 소비자인 국민이 모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치는 공기다. 오염되면 모두가 피해자다. 오염을 최소화하도록 감시하고 정화해야 공생할 수 있다. 100만 시민이 주말마다 광장에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을 정조준한 특검수사-탄핵심판의 쌍칼 정국이 겨울을 달구고 있다. 정경유착, 블랙리스트가 핵심 문제다. 비선실세 최순실과 '왕실장' 김기춘이 대통령과 삼각축을 이뤄 황폐화시킨 국정의 블랙홀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중국(사드), 일본(소녀상), 미국(트럼프)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는 개점휴업 상태다. 남북관계는 최악으로 꼬여 있다.

현실문제를 슬기롭게 타개할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지금의 총체적 난국 관리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여야 모두 국민의 눈높이를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여권은 분당과 삿대질로 권력투쟁 중이다. 야권은 100만 촛불 열기에 얹혀 반사이득만 누린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대선에 앞서 '새판짜기' 시나리오가 난무하는 가운데 정파간 주도권 경쟁만 달아오르고 있다.

헤겔은 변증법을 통해 역사발전의 正-反-合 모델을 제시했다.  이 나라가 반(우)-정(좌)-반(우) 정권을 거쳐 이제 합(화통)의 길목에 들어서는 시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대정신을 생각해봐야 할 때라는 얘기다. 블랙리스트로 편을 가르고 '배제의 통치'를 하던 시대는 이정도에서 끝내야 한다.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달라졌다. 사람도 달라지고 생각도 달라져야 한다.

대한상의 신년회에서 한 기업인이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건배사로 선창했다. 조배숙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등이 깜짝 놀랐다고 한다. 정치가 바로 서야 경제도 잘 돌아간다는 민심의 단면이다.  언제까지 정치가 경제를 망치도록 방치할 것인가. 민심은 천심이다. 非理法權天이다. 무리(非)는 이치를 이길 수 없으나 현실에서 이치는 실정법을 이길 수 없다. 법은 권력을 이길 수 없지만 권세 또한 하늘(민심) 아래다.

채삼석 컨슈머타임스 주필 victor3838@c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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