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말로써 말 많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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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 '말로써 말 많으니...'
  • 김재훈 선임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6년 12월 28일 0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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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의 늦었슈] "면세점은 작은 사업" 진정성 과연…

'늦었슈'는 '늦었다'와 '이슈'를 결합한 합성어입니다. 이른바 '한물간' 소식들 중 여전히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합니다. 물론 최신 이슈에 대한 날카로운 의견도 제시합니다. 놓치고 지나간 '그것'들을 꼼꼼히 점검해 나갈 예정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자료사진)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선임기자] "면세점 사업은 저희(SK그룹)에게 너무나 작은 사업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6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장)

SK워커힐 면세점 전직 직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말입니다. 지난 5월 수십년 정든 직장을 떠날 당시의 충격이 재연됐다고 합니다. 시장 논리에 따라 버려진 쓸모 없는 부속품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또 한 번 확인한 순간, 불현듯 다시 찾아온 자괴감입니다.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최 회장의 돌출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는데요.

관련해 지난 2월 최 회장은 박 대통령과 독대를 했습니다. 이후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은 김낙회 관세청장에게 '면세점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면세점 신설 계획이 나왔습니다. 신규특허를 받기 위한 최 회장의 청탁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직무정지 상태인 박 대통령의 뇌물죄 성립 여부를 가를 중요한 단서라는 게 법조계의 판단입니다. 경우에 따라 최 회장이 특검에 소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요. 최 회장 스스로 무고함을 입증해야 하는 처지라는 얘깁니다.

어쩔 수 없이 면세점과 '거리두기'를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인거죠. 즉, 직원들을 위해 대통령을 찾아가면서까지 열심히 일했다고 말하면 오히려 불리한 상황이 전개된다는 겁니다. 기업 총수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부정하는 대목입니다. 아이러니 아닌가요.

거대 그룹 차원에서 보면 작은 사업이라 신경 안 썼다는 식의 주장. 몸담았던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생략된 그 언급에 대해 진정성이 결여됐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이를 방증하는 대표적인 장면이 있습니다.

지난해 5월 관세청은 롯데 월드타워점·소공점, SK 워커힐점 등 서울 시내 면세점 3곳을 운영할 사업자를 새로 선정한다는 공고를 냈습니다. 기존 사업권을 빼앗아 넘겨 줄 테니 도전해보라는 유혹이었습니다.

기업들은 앞다퉈 정부가 조성하는 청년희망펀드와 상생기금 등에 돈을 내겠다고 줄을 섰습니다. 신동빈 롯데회장 100억원, 박용만 당시 두산회장 30억원 등 '뜬금없는' 기부가 이어졌습니다. 최 회장 역시 같은 해 11월 청년희망펀드에만 60억원을 쾌척했습니다.

잘 보여야 승산이 있다는 공통분모를 부정하기 어려운 국면입니다. 최 회장 스스로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행보의 일부입니다. 작은 사업을 회생 시키기 위한 베팅 치고는 과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반드시 해야만 하는 간절함이 팩트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박 대통령과의 독대를 거친 면세점 추가 신설 국면에서도 SK면세점은 고배를 마셨습니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다행스러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너무 몰아 세우다 보니 말이 (최 회장의 의도와 다르게) 그렇게 나왔다. 면세점 사업권과 관련해 민원이든 청탁이든 (박 대통령에게 부탁을) 했다면 우리가 심사에서 탈락했겠나."

SK그룹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최 회장을 포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등 재벌 총수들은 혹시나 '말실수'가 나오지 않을까 사전에 크게 염려했다고 합니다.

모의 청문회 환경을 조성한 채로 장시간 리허설을 한 사례도 있다고 하니 입단속에 얼마만큼 심혈을 기울였는지 짐작이 됩니다. 그럼에도 사실관계가 당장 드러날 찰나의 한마디는 예상치 못한 위기를 낳게 된다는 걸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외통수에 걸려 다급한 마음에 쏟아낸 최 회장의 그 한마디 말실수는 어쩌면 '현재진행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칼자루를 쥔 특검이 칼집을 만지작 거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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