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떴다방' 등에 업힌 건설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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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떴다방' 등에 업힌 건설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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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당첨되면 파실 건가요?"

견본주택에서 나올 때면 으레 앞에서 기다리던 누군가가 말을 붙여온다. 살갑게 다가와 무작정 펜과 종이를 들이밀면서 이름과 전화번호를 비롯해 청약 예정 주택형 등을 적어달라고 요구한다. 어떤 이는 별 말도 없이 명함 뭉텅이를 손에 쥐어준다. 속칭 '떴다방' 업자들이다.

떴다방은 건설사가 직접 운영하는 소수의 전용 갤러리를 제외하곤  안 나타나는 곳이 없다. 매 주말 보다 보니 떴다방은 금세 낯설지 않은 존재가 됐다. 초보 부동산 기자에게 제법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다.

떴다방은 정식으로 사무실을 내지 않고 특정 분양현장을 쫓아다니는 이동식 중개업소를 말한다. 이들은 대개 견본주택 인근에 파라솔을 쳐놓고 방문객을 공략한다. 이런 식으로 당첨된 분양권을 끌어 모아 높은 웃돈을 붙여 되판다.

"비싸게 팔아줄게요. 이건 1년 안에 P(프리미엄)가 4000만원은 붙어요."

최근 2~3년 사이 수도권과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 아파트값이 폭등한 배경에는 떴다방과 같은 투기꾼들이 있다. 이렇게 떴다방 손을 타고 몇 차례 거래되면 분양권 가격은 금세 수천만원씩 오른다. 이는 고스란히 아파트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거품 가득 붙은 아파트를 비싸게 사는 건 실수요자들이다. 달콤한 말에 넘어가 웃돈 두둑이 얹어 주고 마련한 아파트값이 폭삭 주저앉으면 하우스푸어가 되는 것도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11.3 부동산 안정화 대책과 후속 조치가 연이어 나왔다. 부동산시장 이상과열을 조장하는 투기꾼들을 잡겠다는 취지로 현장 점검도 여러 번 이뤄졌다. 관련자들이 대거 실형을 받기도 했다. 떴다방도 이젠 자취를 감추겠거니 했다.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11.3대책 이후 흔히 '규제를 피한 지역'이라고 홍보되는 수도권 현장 곳곳에서 심심찮게 떴다방을 만난다. 여전히 그들은 방문객을 붙잡고 펜과 명함부터 들이민다.

정당계약 이후 잔여세대 분양 현장에서 떴다방은 더 활개친다. 안 그래도 혼잡한 곳에서 자기네끼리 싸우고 고성을 주고 받는다. 싫다는 방문객을 억지로 끌다시피 데려가는 경우도 다반사다.

떴다방에 이끌려 얼떨결에 중복신청을 했다가 결국 당첨되고서도 계약을 포기했다는 한 지인은 "내가 너무 순진했나 보다"라며 허탈해했다.

따지고 보면 사업장을 단속할 책임은 건설사와 시행사에 있다. 그런데 건설사들은 떴다방과 상부상조하는 모양새다. 법적으로 저들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회피한다. 실은 떴다방이 많이 모일수록 '핫'한 분양 단지로 인식돼 경쟁률이 높아지고 마케팅하기 유리하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면서.

건설사도 떴다방과 한통속인지, 그게 아니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소비자도 묻기 시작했다.

건설사가 행동으로 대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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