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문시장 불, 정책성 보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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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문시장 불, 정책성 보험 아쉽다
  • 이화연 기자 hylee@cstimes.com
  • 기사출고 2016년 12월 12일 0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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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이화연 기자] 화마(火魔)가 연말 특수에 들떠있던 대구 서문시장 4지구를 휩쓸었다.

통상적으로 매출이 급증하는 연말을 맞아 물건을 비축해놨던 상인들은 망연자실했다. 실낱같이 부여잡고 있던 특별재난지역 선정이 불발되면서 탄식이 쏟아졌다.

정부와 금융권이 대출한도 확대, 상환 유예 등 지원에 나섰지만 1000억원대로 추산되는 피해액을 아우르기엔 역부족이다.

점포별로 적게는 5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피해를 입었다.

피해를 본 서문시장 4지구 상가 중 약 70%가 개인 화재보험에 들지 않은 점이 치명적이었다. 그나마 가입한 상가의 보장한도도 5000만원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상인회 단체 화재보험이 있지만 이 역시 보장한도가 76억원에 불과해 턱없이 낮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서문시장뿐 아니라 모든 전통시장에서 화재보험 가입률이 저조하다고 설명한다. 그 이유는 높은 보험요율과 보장한도 제한에 있다.

소방 시설이 미비한 전통시장은 화재 발생률이 높아 보험료가 높게 책정된다. 특히 지난 2005년 대형 화재가 발생했던 서문시장은 보험 가입장벽이 더욱 높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손해 규모가 크기 때문에 국내외 재보험사에서도 보험 인수를 잘 허용하지 않는다.

이 같은 이유로 업계에서는 예전부터 정책성 화재보험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그것도 서문시장 화재가 발생하기 바로 2년 전, 제도 도입이 가장 유력하게 검토됐던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당시 정부와 관련업계는 전통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재물손해는 5000만원, 배상책임은 1억원 범위에서 실손보상하는 상품을 설계했다.

상인들이 지불해야 하는 보험료를 정부가 50%까지 지원해주고, 보험사 리스크 관리를 위해 손해율이 180% 넘는 보험금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내용도 담겼다.

그때 정책성 보험 제도가 통과됐다면 피해가 줄었을 것이라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우선 중소기업청이 내년 1월부터 '전통시장 화재 공제 상품' 시행에 들어가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 상품은 높은 보험요율 등으로 상대적으로 보험가입이 어려운 전통시장 상인들을 위한 상호 부조 형태의 전통시장 전용 공제상품이다.

정부와 업계도 서문시장 화재를 거울삼아 정책성 보험 제도화를 재추진하기로 했다.

보험의 본질은 신뢰에 있다. 가입 장벽이 높을뿐 더러 보장 액수도 바닥 수준에 그치는 상품을 원하는 소비자는 없다. 민간 보험사가 할 수 없다면 민관이 힘을 합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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