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 회장의 '사이다 발언' 1분 16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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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LG 회장의 '사이다 발언' 1분 16초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6년 12월 09일 0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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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의 늦었슈] "왜 굴복하나?"…"국회가 막아달라"

'늦었슈'는 '늦었다'와 '이슈'를 결합한 합성어입니다. 이른바 '한물간' 소식들 중 여전히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합니다. 물론 최신 이슈에 대한 날카로운 의견도 제시합니다. 놓치고 지나간 '그것'들을 꼼꼼히 점검해 나갈 예정입니다.

 ▲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 명' 청문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지난 6일 오후 모 기업 사무실. 재계 총수들을 국회로 불러들인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청문회가 비치된 TV를 통해 흘러 나왔습니다. 

대한민국 산업계를 이끌고 있는 9명의 기업 총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 자체가 회사원들 입장에서 비상한 관심사일 수 밖에 없는데요.

소문난 잔치였던 걸까요. '모른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식의 연이은 맥 빠진 답변에 지루한 공기가 실내에 팽배했습니다. 적막을 깬 TV속 누군가의 일침이 있기 전 까지는 그랬습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었습니다.

"국회가 입법을 해서 (정부의 부당한 압력을) 막아달라."

"우리 기업들이 정부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는 이유가 뭐냐"는 하태경 의원(새누리당)의 질문에 대한 간곡한 부탁이었습니다.

방송에 집중하고 있던 한 임원은 무릎을 탁 치며 속이 후련하다는 식의 '캬~'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다른 임직원들 사이에서도 공감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습니다.

구 회장의 표정은 이후에도 시종일관 평온했습니다. '돌부처'라는 닉네임이 네티즌들 사이에 실시간 빠르게 돌았습니다. 수 십 년간 쌓인 내공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평도 나왔습니다.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이재용, 정몽구, 최태원, 신동빈, 손경식, 김승연, 허창수, 조양호 등 다른 총수들이 속으로 쾌재를 부르지 않았을까 예상해 봅니다.

정경유착의 고리에서도 철저히 '을'에 불과했던 기업의 설움을 그대로 투영한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정치권력의 꿈틀대는 행정권력은 기업 존립을 위협하는 요소임에는 분명한 탓입니다.

담을 넘고 위협을 가하는 쪽은 항상 가지지 못했거나 필요한 쪽입니다.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했던 박근혜 정부였기에 이전 정부들 대비 기업들 옥죄기에 보다 심혈을 기울이지는 않았을까요.

보안설비를 강화하고 경비인력을 강화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올 수 있는데요. 적법한 절차를 앞세운 '털이'라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제보를 근거로 국세청이나 검찰이 느닷없이 들이 닥치면 기업들은 앉아서 그냥 당할 수 밖에 없다. 사무실에 있는 각종 서류들을 비롯해 PC등 집기류를 압수당하는 경우 업무 자체가 그 순간 '올스톱' 된다. 발생되는 금전적 손실이 엄청나다."

재계 관계자의 푸념이었습니다.

때문에 사전 급습정보라도 얻기 위해 행정권력과의 '끈'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말도 곁들였습니다. 불리한 물증을 숨기려는 게 아닌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업무 인프라를 남기기 위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물론 기업들의 엄살인 경우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특정인의 금고가 비어있거나 비밀문서로 추정되는 소각더미가 발견되기도 하니까요. 진실은 여전히 '안갯속'이라고 보면 틀림 없을 것 같습니다.

최소한 청문회 이전까지는 기업도덕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굳건하지 못했던 걸 부정하기 어렵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기업들이 피해자에 가까웠던 게 이번 청문회의 전체적인 흐름이었습니다. 그렇더라도 권력과의, 또는 권력 실세와의 음습한 결탁은 비난 받아 마땅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구 회장의 발언은 어쩌면 구습, 구악과의 영원한 단절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에 화답 하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를 공식화 했습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과 더불어 3세 경영인으로 꼽힙니다.

전경련이 각 그룹사 창업주 세대의 상징으로 통하고 있어 즉각 해체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일부 교통정리 이후 실제 결행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2세 경영인들의 '음지'를 포함한 구 정치권, 즉 오래된 것들과의 결별 선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시간 3세 경영인들이 '단톡방'에 모여 구체적인 차후 실행 계획을 세우고 있을지 또 모를 일입니다.

"우리(2세대 경영인들)가 모두 다 짊어지고 가겠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정치인들도 후대 경영인들을 등쳐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구 회장의 발언을 이렇게 해석하면 '오바' 일까요? 이제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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