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치혀'에 기업 흔들…CEO '막말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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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치혀'에 기업 흔들…CEO '막말주의보'
  • 이보미 인턴기자 lbm929@daum.net
  • 기사출고 2016년 12월 01일 0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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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사회적 책임과 의미를 돌아봐야

 
[컨슈머타임스 이보미 인턴기자] '구화지문(口禍之門)'이라는 옛말이 있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라는 뜻이다. 입조심하란 얘기다.

최근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과 이봉진 자라코리아 회장이 그 주인공.

김영식 회장은 본인이 운영하는 카페에 현 정부를 옹호하는 듯한 글과 동영상을 올렸다.

"최근 뉴스가 보기 싫어졌다"며 "촛불시위, 데모, 옛날 이야기 파헤치는 언론 등 왜이러는지 모르겠다. 국정이 흔들리면 나라가 위험해진다"는 내용이었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국민들을 '폭도'라고 칭하기도 했다.

이봉진 회장도 동참했다. 이 회장은 한 대학교 특강에 참석해 "여러분이 시위에 나가 있을 때 참여 안 하는 4900만명은 뭔가 하고 있다"며 "여러분의 미래는 여러분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부 열심히 하라는 의미였다는 식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촛불집회 참가자를 폄하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들은 즉각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비판 여론은 쉽게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다.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음 아고라 청원 게시판에 지난 19일 오후 발의된 천호식품 불매운동 게시글에는 28일 기준 6000명 가까이 서명에 참여했다.

자라코리아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제기되는가 하면 네티즌들 사이에서 스페인 자라 본사로 항의 메일을 보내는 등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해당 매장에서 이 같은 이상기류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반감이 거센 것으로 파악됐다.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되는 현 시국에 두 사회 지도층의 이같은 의식수준은 국민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사한 상황은 올해만 하더라도 더 있었다. 

김만식 전 몽고 식품 회장은 운전기사와 직원에게 욕설과 폭행을 일삼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명예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의 불매운동 앞에 매출은 반 토막이 났다.

미스터피자 또한 지난 4월 정우현 MPK그룹 회장이 '건물 경비원 폭행' 사건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가맹점 매출이 30~40% 급감해 11월30일 현재 60여 개 가맹점이 폐점을 결정했다. 추가 폐점도 잇따라 예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조직 내에서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인사들의 경거망동에 따른 '오너리스크' 책임을 이하 임직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는 점이다.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가 미칠 사회적 파장을 면밀히 고려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천호식품과 자라코리아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은 그 세를 넓혀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업 이미지 실추는 물론 매출액 감소, 나아가 존폐 위기에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두 회장의 사과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진정성 있게 비칠지가 관건이다. 이미 엎지러진 물을 얼마나 주워담을 수 있을지 쉽게 예단할 수 없는 정치·사회적 환경이 조성돼 있음은 분명하다. 소비자들의 뇌리에 오랜 시간 각인돼 있을 것이란 의미다.  

기업들, 특히 CEO들은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기업 윤리를 되새기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의미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천호식품과 자라코리아는 분명한 '본보기'가 됐거나 또는 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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