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에 당한 대기업? 당해도 싼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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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에 당한 대기업? 당해도 싼 대기업
  • 김재훈 기자 press@cstimes.com
  • 기사출고 2016년 11월 04일 0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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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의 늦었슈] 이승철 부회장 "청와대 지시로…" 전경련 해체 '초재기'

'늦었슈'는 '늦었다'와 '이슈'를 결합한 합성어입니다. 이른바 '한물간' 소식들 중 여전히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합니다. 물론 최신 이슈에 대한 날카로운 의견도 제시합니다. 놓치고 지나간 '그것'들을 꼼꼼히 점검해 나갈 예정입니다.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을 총괄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특별수사본부에서 조사를 받은 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자료사진)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최순실 씨에게 당했다고 합니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POSCO) 등이 최 씨가 개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르재단에 486억원을 사실상 강탈당했다고 합니다. K스포츠재단에는 이들을 포함해 한화, 신세계, GS, CJ 등 15개 그룹사가 288억원을 토해냈다고 합니다.

앞서 밝혔듯 전체적인 분위기는 '피해자'에 가깝습니다. 거리를 걷다 느닷없이 '퍽치기'를 당한 상황과 유사하다고 할까요. 그런데 그 과정을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최순실 사태 초기 '자발적 모금'임을 강조해 왔습니다. 정부가 좋은 일을 벌인 만큼 기증에 가까운 선택적 후원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도마 위에 오른 대기업들 일부도 이 부회장과 호흡을 함께 했습니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정부 사업을 두고 '나몰라라' 할 수 있는 기업들이 현실적으로 몇이나 될까요. 국내 이윤창출 활동에 크고 작은 '딴지'를 걸 수 있는 행정권한은 기업들 입장에서 공포입니다. '눈 밖에 나면 죽는다'는 암묵적 우려입니다.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자발'이지만 실제론 '억지춘향' 식에 가깝다고 보는 편이 맞는 것 같습니다. 대기업들에 대한 동정여론을 일부 불러일으킨 요인이기도 합니다.

그랬던 분위기가 삽시간에 뒤집어졌습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청와대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바꿨다고 합니다. 일종의 '모금총책' 이었다는 실토입니다. 사실인 경우 전경련은 정부와 재계를 잇는 브로커 조직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요청(?)이 있었다고 합니다. 도와달라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삽시간에 수백억원의 돈뭉치가 줄지어 전달됐습니다. 대화 간간이 '윗분'을 언급했을 뿐이랍니다.

정경유착이란 단어를 현실세계에서 눈으로 직접 확인한 셈입니다.

대기업들도 책임을 피하긴 어렵습니다. 위기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보험가입'으로 인식했다는데 이견을 제시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경련 그 자체가 대기업들의 속내를 응집한 집합체가 아니겠습니까. 

최순실 사태가 자극제가 돼 그들의 '민낯'이 수면위로 훤히 드러났을 뿐입니다. 이전 정부들 아래서도 전경련은 그렇게 장기간 생존해 왔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961년 민간경제인들의 자발적 의지에 의해 설립된 순수 민간종합경제단체로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올바른 경제정책을 구현하고 우리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하는데 설립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전경련 홈페이지에 적시된 창립 취지입니다. 얼마만큼 지켜져 왔는지 여부를 떠나 곧 짧은 역사를 마감할 것 같은 분위기가 파다합니다. 예상치 못한 다른 치부가 추가로 드러날까 염려한 각 대기업들의 자발적 해체 움직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산업 전반에 엄청난 폭풍이 불어 닥치고 있는 상황임은 분명합니다. 체질개선이란 말이 무색한 수준의 '체질개혁' 바람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진동하고 있는 구린내를 걷어내기 위한 대기업들의 '분골쇄신' 행보가 명분을 갖췄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거리 아닐까 싶습니다. 모종의 외부 압력에 이제 그만 휘둘릴 때가 됐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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