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철 이놈들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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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철 이놈들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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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내 선두두자 목표…꾸준히 혁신 이어나갈 것"
   
 

[컨슈머타임스 서순현 기자] 사내 벤처가 흥하고 있다. IT∙전자업계를 넘어 패션계 심지어는 금융계에서도 사내 벤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대기업을 스스로 박차고 나와 자신의 길을 설계하는 사람들. 안정감 있는 직장 대신 새 시작을 하려는 과감한 포부를 지닌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무모한 도전으로 비칠 수 있지만 그렇기에 더 가치 있다.

이들 중 국내∙외를 넘나들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일궈내고 있는 기업이 있다. 삼성전자 최초의 스핀오프(분사) 기업으로도 유명한 '이놈들연구소'가 그 주인공이다. 현재 신제품 출시를 위한 막바지 준비에 여념이 없는 이놈들연구소 최현철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신제품 '시그널' 킥스타터 147만달러 달성…"비결은 제품 자체"

Q. 이놈들연구소에 대해 소개하자면

== 이놈들연구소(Innomdle Lab)의 이름은 '혁신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이노베이션 메들리, Innovation Medley)는 뜻을 담아 지었습니다.

저희는 삼성전자에서 최초로 스핀오프한 기업입니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 'C-Lab'이 처음 시행됐을 당시 최우수 과제로 선정됐고 회사에 스핀오프 제도가 생기면서 창업기회를 얻었습니다.

지난해 8월에 퇴사한 뒤 9월 11일에 법인을 설립했고요. 함께 퇴사한 3명과 따로 설득한 후배 등 현재 10명의 팀원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놈들연구소는 신체를 통해 소리를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을 통해 손가락 끝을 귀에 대면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 시계줄 '시그널(Sgnl)'을 지난 9월 발표했습니다.

Q. 신제품 '시그널'의 콘셉트가 상당히 독특하다

== 시그널은 작은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스마트워치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한 선배가 스마트워치를 자랑하며 통화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스마트워치는 스피커 모드로 통화를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주위에 통화내용이 노출됐고 민망해 하는 선배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인체를 통해 소리를 전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아이디어 구체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시그널은 체전도 기술(신체를 통해 음향을 전달하는 기술)에 기반한 제품입니다. 시그널에 탑재된 체전도 유닛(BCU)은 단방향으로 큰 진동을 전달할 수 있는 인체 전도 부품입니다. 음성신호를 진동으로 변환하고 손목에 전달하는 진동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진동은 인체를 타고 손가락 끝까지 전달되며 손가락으로 귀를 막으면 진동이 귓속 공기와 만나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Q. 킥스타터 모금액 147만 달러(약 16억원)를 달성했다. 비결이 무엇인가

== 가장 큰 비결은 제품 자체였습니다. 손가락을 통해서 소리를 듣는다는 개념이 사용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갔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007 같다'며 재미있는 댓글을 달아주셨고요. 제품이 시계줄 형태라는 점 또한 매력포인트였습니다. 기존에 착용하던 시계에 줄만 갈아 끼우면 손끝통화와 더불어 건강 측정, 스마트 알림 등 스마트 기능을 차용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제품을 사용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것 또한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제품의 강점을 잘 담아내는 영상, 사진, 설명문구 등을 제작하는 데에 저희 팀원들이 많은 노력을 해줬습니다.

Q. 해외 공략은 어떤 식으로 진행할 예정인가

==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유럽, 인도 등 다양한 국가에서 협업요청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우선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뒤에 차츰 일본과 유럽 등지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특히 많은 관심을 보이는 중국에 우선적으로 진출할 예정이고요. 다만 중국은 기술개발 속도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조금만 탄력을 잃으면 금방 추월 당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우선 시장 내 선두주자가 되는 것이 이놈들연구소의 목표입니다.

Q. 시그널 이외에 개발 중인 제품이 있는지

== 저희가 보유한 기술은 보안분야에 응용할 수 있습니다. 보안업계에서는 주위 사람들에게 노출되지 않으면서 정확한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죠. 인체를 통해 소리를 전달하면 사용자만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보안 업계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스탠드얼론(스마트폰 연동 없이 자체적으로 구동되는 독립 장치) 웨어러블 기기에도 적용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키즈폰'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시계 자체가 모바일 이동통신사와 연결돼 전화통화를 하거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제품입니다.

실제로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키즈폰을 사주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이들은 친구들 앞에서 스피커폰으로 부모님과 통화를 꺼려한다고 합니다. 부모님과의 통화내용이 옆 친구에게 들리는 것이 창피하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이러한 문제점도 이놈들연구소가 가진 기술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동통신사와 협업을 통해 체전도 유닛을 키즈폰에 적용시킬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Q. 이놈들연구소가 추구하는 목표는

== 단기적으로 중요한 것은 역시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 입니다. 시그널은 여전히 개발중인 제품입니다. 더 좋은 음질, 더 얇고 심플한 디자인, 더 나은 소재로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내년 2월로 잡혀있는 킥스타터 배송기한을 지키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우선 순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장기적인 목표는 회사의 이름처럼 지속적으로 혁신을 이어가는 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단순히 1개의 아이템으로 사업을 지속하는 게 아니라 꾸준하게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연구소'같은 플랫폼을 만들고 싶습니다.

   ▲ 이놈들연구소 스마트 시계줄 '시그널'의 사용 모습. 착용 후 손 끝을 귀에 대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 "꾸준히 혁신 이어가는 기업 될 것"

Q. 삼성전자로부터 분사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듯 한데

==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삼성전자는 사내 벤처에 아낌없이 지원을 하고 있었고 저희 또한 삼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초기 개발을 진행하고 독립할 수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이었습니다.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하고 제품으로 제작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기도 했고요. 의기투합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다는 것도 분사 결정을 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팀과 함께라면 설령 실패하더라도 다른 아이템을 찾아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Q. 삼성전자가 이놈들연구소 운영에 도움을 주는 부분이 있는지.

== 네. 여전히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 초와 9월에 열렸던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와 같은 세계 굴지의 전시회에서 제품을 소개할 기회를 제공받았고 생산을 위한 좋은 벤더사(물류 도매업체)를 소개받는 등 여러 분야에서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Q. 이놈들연구소 설립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 킥스타터 캠페인을 시작했던 날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삼성전자 내에서 개발한 기간을 포함해 2년 동안 준비를 했던 제품이고 소비자에게는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거든요.

IFA 전시회에 참석차 독일에 있었던 터라 노트북을 들고 숙소 근처 카페에서 캠페인 시작을 지켜봤습니다. 캠페인 시작과 동시에 많은 분들이 몰려서 얼리버드 제품은 금방 동이 나고 원래 목표였던 5만 달러도 4시간 만에 달성했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그널을 선보였는데 너무나도 좋은 반응에 벅차 올랐던 기억이 있네요. 앞으로도 열심히 달려가야겠다는 다짐도 다시 한번 하게 됐습니다.

Q. 벤처 창업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 한마디

== 창업은 많은 어려움을 필히 수반합니다. 때로는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 모든 어려움을 감내할 수 있을 만큼 창업에는 매력이 있습니다.

실제로 창업을 망설이는 주위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있고요. 인생에서 꼭 한번 해볼 만 한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 최현철 대표는?

최 대표는 고려대 뇌공학 석사과정을 마쳤고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연구소에서 선임으로 근무하며 5년간 빅데이터와 영상처리 분야를 연구했다.

삼성전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 C-lab에 공모한 아이디어가 최우수 과제로 선정돼 1년 여간 기술개발을 진행한 후 '이놈들연구소'를 창업하게 된다. 신제품 '시그널'이 킥스타터 모금 147만 달러를 달성하고 중국 벤쳐캐피탈들로부터 투자유치를 받는 등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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