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미약품의 구원투수는 '신뢰 회복'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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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미약품의 구원투수는 '신뢰 회복' 뿐
  • 오경선 기자 seon@cstimes.com
  • 기사출고 2016년 10월 10일 0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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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오경선 기자] 한미약품이 '늑장 공시'로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피해를 준 일련의 사태가 빚어진 후 금융당국과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공시제도 개선, 공매도 규제 등의 이슈가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외부적인 제도 변화로 투자자들의 '기업에 대한 신뢰 훼손'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시작은 기술수출 계약 해지라는 악재성 공시를 늦게 한 것으로 비롯됐지만 현재는 공시 시점의 의도성, 공시 이전 내부 정보 유출, 과도한 공매도 물량이라는 문제점들이 뒤섞여있는 상황이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30일 장 시작 직후인 오전 9시 29분께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항암제 '올리타정'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고 공시했다. 전날 로슈의 자회사인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표적 항암제 기술계약을 채결했다고 밝힌 상태여서 주가는 폭락했고, 개장 직후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는 최대 24%에 이르는 손해를 입었다.

기술수출 계약 해지 공시 직전에 대량의 공매도가 발생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관련 정보가 미리 새나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한미약품의 주식을 둘러싼 불공정거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공매도 공시제도를 전반적으로 분석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기술 도입과 이전, 제휴 등에 관련한 사항을 현행 규정인 자율공시에서 의무공시 대상으로 바꾸는 방안도 언급했다.

하지만 기업의 자정 노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회초리'를 들고 지켜본다 할지라도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투자자들은 한미약품이라는 기업의 미래 가치를 보고, 발전 가능성을 믿어 주식을 사들였다. 이들을 위해 기업의 이슈를 적기에 공시하고, 정보의 비대칭으로 불공정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상장 기업의 가장 중요한 책임 중 한 가지다.

한미약품은 이러한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기업이 윤리적 경영을 등한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살만하다.

부진한 실적은 다음 기회에 만회할 수 있고, 실패한 기술수출은 다른 방법으로 재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바닥에 떨어진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무슨 수로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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