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철 오르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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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환경 무해한 친환경 플라스틱 자리잡아야"
   
 

[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바다 한가운데 대륙만한 플라스틱 섬이 떠 있다.

네덜란드 단체인 오션클린업이 이달 초 '태평양의 거대한 쓰레기 밀집지역'으로 불리는 태평양 북단을 들여다 보니 거대한 플리스틱 더미가 발견됐다. 100만㎢를 중심으로 350만㎢까지 퍼진 거대한 플라스틱 섬은 만리장성처럼 우주에서도 관측될 법하다.

이대로라면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아지는 건 시간문제다. 바닷속 플라스틱은 해양생물을 통해 다시 사람 입으로 들어온다. 피부와 세포를 관통해 몸 속에 축적된 플라스틱은 어떤 식으로든 인체를 해한다.

최근 남부지방을 덮친 태풍 '차바' 역시 플라스틱과 무관치 않다. 플라스틱 제조 과정 발생하는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지구를 뜨겁게 달구면서 각종 자연재해를 불러오고 있다.

플라스틱 생산∙소비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때다. 친환경소재 전문 기업인 오르의 김진철 대표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 친환경 플라스틱, 깐깐한 엄마들 전유물?…전 세계 석유 플라스틱 사용 중지해야

Q. 석유에서 유래한 기존 플라스틱에 대한 우려가 심심찮게 나온다.

== 일상에서 사용하는 모든 플라스틱은 석유를 고분자화한 석유화학 플라스틱입니다. 석유유래 플라스틱엔 문제가 많습니다. 우선 썩지 않고 쌓여서 지속적으로 환경을 오염시킵니다.

또한 플라스틱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입니다. 석유를 가공하는 과정에선 무조건 이산화탄소가 나옵니다. 특히 석유 원액을 정제해 플라스틱을 만들 때 이산화탄소 발생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이산화탄소는 오존층을 파괴하죠.

열이나 마찰 등이 가해지면 포름알데히드 등 환경호르몬이 나오기도 합니다. 환경호르몬은 여성호르몬과 비슷한 성질이 있어서 많이 노출되면 내분비계에 이상을 주고 생식기능을 저하시킵니다.

남성의 경우 환경호르몬 과다 섭취로 남성성이 약해지고 여성화 될 수 있습니다. 요즘 젊은 남성들 몸매가 여성 못지않게 늘씬한 경우가 많은데 어릴 때부터 환경호르몬에 자주 노출된 데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 최근 4년 동안 나온 플라스틱 유해성 관련 연구가 이전 40년 동안 발표된 것보다 많다고 한다.

== 석유화학 플라스틱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세계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엘런맥아더재단이 이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해당 발표 내용에 따르면 전체 석유 중 플라스틱으로 가공되는 양은 지난 2014년엔 6% 남짓이나 오는 2050년이면 20%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됩니다.

해양에 축적된 플라스틱 양은 2014년 물고기 5마리당 1개 수준에서 2050년 1마리당 1개 꼴로 급증할 전망입니다. 세계가 석유 플라스틱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으며 환경적으로 문제 없는 플라스틱을 만들자는 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Q.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미세플라스틱을 화장품에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 석유유래 플라스틱은 썩지 않고 쌓입니다. 플라스틱은 물보다 가벼워 비가 많이 내리거나 하면 바다로 떠내려갑니다. 바다 한가운데 대륙만한 플라스틱 섬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게 조류에 떠다니며 작게 쪼개집니다. 

애초에 인위적으로 플라스틱을 미세하게 갈아 미세플라스틱을 만들기도 합니다. 미세플라스틱은 각질제거제나 세정제에 주로 첨가됩니다. 미세플라스틱은 물에 씻겨 바다로 떠내려갑니다. 바닷가 모래를 들여다 보면 플라스틱이나 유리 등 썩지 않는 인공물질들이 상당량 섞여 있습니다.

미세한 입자가 바다에 퍼지면 이 것을 1단계 수생동물이 섭취하고 이를 어류가 먹습니다. 어류를 사람이 먹으니 결국 인체로 들어오게 됩니다. 

Q. 플라스틱에도 종류가 있지 않나.

== 플라스틱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석유에서 유래된 기존 플라스틱과 바이오플라스틱, 생분해성플라스틱(생분해성수지) 등입니다.

바이오베이스드플라스틱은 석유화학플라스틱과 자연물질을 섞어 만든 것이고 생분해성플라스틱은 100% 천연물질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자연에서 온 물질이라 자연으로 돌아가면 모두 썩어 없어집니다.

오르는 바이오플라스틱과 생분해성수지 2가지를 만듭니다. 생분해성수지는 옥수수를 발효시켜 나온 젖산을 활용해 제조하고 있습니다.

◆ 친환경 소재 전문기업 '오르'…옥수수·잣송이 등 자연재료로 플라스틱을

Q. 오르는 어떤 회사?

== 친환경 소재 연구∙제조 전문 기업입니다. 부설 연구소와 공장을 갖췄고 다수의 특허와 실용신안을 보유했습니다. '굿디자인상' 수상 이력이 있으며 환경인증을 받았습니다. '리그노' '오르코' '오르컷' 이라는 3가지 핵심 브랜드를 보유했습니다.

리그노는 나무의 구성요소인 '리그닌'을 고분자화하는 기술로 만든 친환경플라스틱 제품 상표입니다. 오르코는 기존 옥수수 젖산으로 만든 친환경플라스틱 브랜드입니다. 오르컷은 쿠킹호일이나 랩 등에 부착된 스테인리스 칼날을 대체하는 친환경 칼날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옥수수 말고 다른 원료도 플라스틱화 가능하지 않을까.

== 생분해성플라스틱이 오래되지 않은 분야라 현재까지 옥수수 등 일부 소재만이 친환경 플라스틱 제조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 오르코가 이런 옥수수 젖산 플라스틱 제품 브랜드고요.

오르는 나무나 잣송이, 밤껍질 등 자연산물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이 기술로 만든 소재를 위한 브랜드가 리그노입니다. 잣송이나 밤껍질과 같은 자연 유래 소재, 즉 바이오매스의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른 성질과 용도의 생분해성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습니다.

현재 오르는 이 같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이용해 아동용 식판이나 컵 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Q. 나무로 플라스틱을 만든다는 얘긴 생소하다.

== 우리의 핵심 기술은 리그닌 고분자화 기술입니다.

리그닌은 셀룰로오스, 헤미셀룰로오스와 함께 대략 3:3:3 비율로 나무를 구성하는 성분입니다. 제일 바깥의 거칠고 어두운 부분입니다. 보통 셀룰로오스만 추출해 펄프를 만들고 리그닌은 폐기물로 버려집니다.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리그닌 중 극히 일부만 자원화되고 나머진 폐기됩니다.

리그닌을 가공하면 플라스틱처럼 어떤 형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과 똑 같은 분자량과 성질을 가진 순수 천연물질로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서울대 바이오소재공학부에서 세계 최초로 이 원천기술을 개발했고 오르가 이를 이전해온 것입니다.

국내에선 리그닌이 충분히 나오지 않아서 한국에 가장 흔한 농업부산물인 잣송이와 밤껍질에 리그닌 고분자화 기술을 응용하게 됐습니다.

Q. 옥수수나 잣송이로 만든 친환경 플라스틱의 가장 두드러진 장점은 환경오염과 환경호르몬 염려를 덜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이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 리그노 플라스틱으로 농산품 보관 등을 위한 농업용 상자로 만들면 나무의 피톤치드와 송진 등이 그대로 포함되기 때문에 병충해 염려를 덜 수 있습니다.

현재 평창지역과 사업 연계에 대해 협의하고 있습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선수촌에 생분해성플라스틱 식기 등을 공급함으로써 '환경올림픽'을 실천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또한 강원도 전체 농업인들을 위해 농업용 박스를 만들어 제공할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평창은 리그노 소재를 가장 용이하게 구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해서 이쪽에 공장을 건립할 계획입니다.

Q. 생활용품만큼이나 자주 피부에 닿는 게 주거공간이다. 건축자재에도 친환경 플라스틱 적용이 가능한지.

== 플라스틱화된 모든 것이 생분해성플라스틱으로 대체 가능합니다. 건축 외장재나 실내 장판 등에 활용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Q. 앞으로 목표는.

== 2013년 3월 회사를 창립했습니다. 사람들이 환경호르몬에 실질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던 시절입니다. 다만 어린이들에 대한 환경호르몬 유해성이 조금씩 부각되기 시작한 때입니다. 환경적으로 전혀 문제 없는 상품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생각은 했습니다. 소비자가 환경문제를 피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플라스틱 생산∙사용 관련 규제가 법제화되지 않는 한 친환경 플라스틱이 자리잡기까진 시간이 더 걸릴 것입니다.

현재 미국으로부터 투자가 확정돼 있습니다. 국가가 지원하는 연구개발(R&D) 프로젝트도 2건 진행하고 있습니다. 투자와 연구가 계속 누적되면 친환경 소재기업으로서 우뚝 설 날이 오겠죠.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 김진철 대표는?

건국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중앙대학교에서 유통산업을 전공했다. 그랜드백화점 매입부, 프라임정보통신 테크노마트 쇼핑몰 팀장, 이지클럽 본부장, 발렉스코리아 본부장 등을 거쳐 2013년부터 오르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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