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유통가 '추석선물세트' 눈속임 빼고 정성 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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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통가 '추석선물세트' 눈속임 빼고 정성 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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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유진 기자] "아무리 선물용이라지만 돈주고 공기를 사는 것도 아니고 돈이 아깝네요. 경기도 불황인데 실속보다 화려한 포장에 집중해서야 되겠습니까. 그래도 추석인데 선물세트를 안 살 수도 없고…"

오는 추석을 맞이해 주변 지인들에게 보낼 선물을 사러 대형마트를 찾은 쇼핑객 A씨의 한탄이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유통업계가 선물세트 판매로 분주하다. 업계에서는 가족과 친지 등 평소 고마운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을 내밀수 있는 '명절 특수'를 맞이해 너도나도 화려하고 예쁜 선물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문제는 실속있고 정성이 가득한 선물세트가 아닌 화려하고 예쁜 선물세트라는 점이다.

이번 명절도 어김없이 전국 시∙군∙구 지방자치단체들은 선물세트 과대포장 집중 단속에 나섰다. 환경부의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포장횟수가 과도하거나 제품 크기에 비해 포장이 지나친 제품을 대상으로 한다.

규정에 따르면 식품·화장품 등 종합선물세트는 포장횟수 2차 이내, 포장공간비율 25%(제품차지비율75) 이내여야 한다. 규정을 어긴 제조∙수입자의 경우에는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최근 백화점, 대형마트에 진열된 추석선물세트를 보면 '최대 과태료 300만원'이 아깝지 않은 모양새다. 지난 설 명절 때 59개 제품이 포장기준을 위반해 총 5370만원의 과태료를 물렸다지만 효과는 미미해 보인다.

지난 설 명절과 다를 것 없는 선물세트가 진열돼 있고 좀 더 실속있는 선물을 고르려는 쇼핑객들은 머리 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린다.

더군다나 김영란법에 대한 우려로 5만원 미만의 중저가 제품 수요가 늘고 있는데 5만원에서 포장값을 빼면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그야말로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다.

경제는 연이어 불황을 달리고 소비심리는 계속 위축되고 있다는데 '명절 특수'라는 이유로 공기를 돈 주고 사는 격이다. 선물을 주는 사람도 미안해 지고 받는 사람도 괜히 씁쓸하다.

포장지의 재활용 여부도 또 다른 문제로 떠오른다.

지난 2013년 환경부가 국내 주요 유통사들과 협약을 맺은 '1차식품 친환경 실천협약'을 보면 선물세트에서 과일세트에 두르는 띠지 등 포장부속품은 없애고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재만 사용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약을 맺은지 3년이 지났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포장부속품도, 재활용이 안되는 포장재도 남발하고 있다. 민족 대명절 추석이 자원낭비, 쓰레기 증가를 낳은 격이다.

추석 선물세트의 과잉포장. 겉치레를 중시하는 우리의 관습이 민족 대명절 추석에도 보이는 것 같아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한낱 초라해진 선물세트가 추석의 이미지를 실추하고 있는건 아닌지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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