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전자 '2조원' 내주고 '100조원'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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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전자 '2조원' 내주고 '100조원'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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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서순현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야심차게 발표한 '갤럭시노트7'는 불완전했다. 충전 중 폭발하는 사고를 일으키며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삼성SDI의 배터리 생산 공정상 오류가 원인이었다.

삼성 측의 대응여부를 두고 수많은 추측들이 난무했다. 배터리 부품만 교체해줄 가능성, 발표가 주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 등이 줄을 이었다.

경영진의 판단은 빠르고 파격적이었다. 지금까지 판매된 갤럭시노트7 총 250만대 전량에 대한 리콜 조치를 발표한 것.

비용적 관점에서 삼성전자의 출혈은 상당하다. 피해액만 어림잡아 2조원이 넘는다. 이는 지난 2분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영업이익의 절반, 삼성전자 전체 영업익의 4분의 1에 버금가는 금액이다.

삼성전자는 소비자와의 신뢰를 택했다. 당장 조단위 손실을 입더라도 단기적인 시련을 극복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신뢰를 상실한 기업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리콜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정이 배경에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주요 계열사인 삼성SDI 배터리를 갤럭시노트7에서 제외시킨 것도 이 부회장의 결단으로 알려졌다.

분석은 적중했다.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실제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분했다. 지난 3~4일 주말 동안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서 갤럭시노트7을 환불해 간 소비자가 없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갤럭시노트7 리콜 발표에 대해 "애플에 선물"이라고 평한 일부 외신들의 '설레발'은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빠른 리콜 결정으로 삼성전자의 브랜드인지도가 오히려 확산될 것이라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시장의 신뢰는 높아졌다. 이 부회장의 리더십은 더욱 견고해졌다.

최근 옥시, 코웨이, 폭스바겐 등 기업들이 제품 하자를 숨긴 채 장기간 동안 피해 규모를 키워 소비자들의 지탄을 받았던 사례들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고 일갈했던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은 유명하다. 이 부회장도 부친인 이건희 회장의 원칙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강도 높은 개혁의 분위기가 삼성에 새롭게 불고 있다. '환골탈태'나 '구조개혁'이라는 단어가 삼성 안팎에서 자주 들리고 있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근시일 내에 삼성전자뿐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하청업체를 모두 소집해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삼성 전체 개혁을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이번 리콜 결정이 삼성의 경영을 더욱 쇄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3월 '스타트업 삼성'을 표방하며 재도약을 선포한 이 부회장식 실용주의에 다시금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제 첫 번째 고비는 넘겼다. 삼성전자의 이번 결단이 2조원의 손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소비자 신뢰∙충성도를 확고히 하고 '뉴 삼성'으로의 변화를 이룩할 수 있을지 이재용 부회장의 어깨는 아직도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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