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종이통장 발행중단 소비자는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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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종이통장 발행중단 소비자는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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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조선혜 기자] 모바일뱅킹을 애용하는 터라 종이통장의 필요성도 의미도 몰랐는데, 최근 그 생각이 좀 바뀌고 있다. 의외로 소비자들이 여전히 종이통장을 선호한다는 사실도 얼마 전 알게 됐다.

'실물'을 가지고 있어야 안심이 된다는 것이다.

예상과 다르게 20·30대 젊은 층에서도 이러한 반응이 적지 않았다. 모바일·인터넷뱅킹을 이용하지만 가끔 자동화기기(ATM)로 통장 정리하는 맛이 있다나. 가계부 대신으로 쓴다는 소비자도 있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다양한 소비자들이 있으니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었다는 점이 부끄러웠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내년 9월부터 원칙적으로 종이통장 발행을 중단하고 60세 이상인 경우, 종이통장을 희망하는 경우 등에 대해서는 일부 허용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오는 2020년부터는 종이통장 발행에 비용이 든다는 점도 포함됐다. 

종이통장 발행이 중단된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은행 전산망에 대한 '불신'이 기저에 자리잡고 있다.

북한 혹은 해외에서 국내 은행 전산을 해킹하면 숫자로만 표기돼있던, 평생 모은 내 돈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안이다. 국내법으로는 이 같은 소비자 피해에 대해 은행의 책임을 온전히 물을 수 없는 구조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금감원은 해당 정책의 취지에 대해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전산화 등에 따라 오래 전에 사라진 재래식 통장거래의 관행으로 인해 소비자와 금융사 모두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고 불편이 초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금융사고 때 금융사에 100% '이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결국 내 돈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이 될 수 있는 게 바로 '종이통장'이라는 것이다. 전산자료가 날아가더라도 종이통장에 찍힌 거래내역을 통해 내 돈을 입증할 가능성이 남는다는 것이다. 실로 눈물 나는 논리지만, 반박할 수 없다는 게 더 슬픈 일이었다.

모바일뱅킹으로는 거래내역 조회 기간에 한계가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기자가 사용하는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에서는 과거 거래내역조회 부분을 봐도 12개월 이전 내역까지만 확인 가능하다. 지금은 종이통장을 몇 개 내지는 수십 개씩 가지고 있으면서 지난 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지만, 미래에는 이 같은 일이 다소 불편하거나 혹은 비용이 드는 일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이 큰 상황에서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곤란하다.

나이나 개인적 사정과 관계 없이 누구든지 종이통장 사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괜찮은 대안이다. 이미 모바일 등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종이를 쓰지 않으면 혜택을 보는 선에서 해당 정책을 마무리 짓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언뜻 보기에 획기적이고 편리해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금융소비자들이 진심으로 호응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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