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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자동차 명장

“나라도 ‘쓴소리’…친기업적 법 테두리 변화 필요해”

양대규 기자 daegyu.yang@cstimes.com 기사 출고: 2016년 07월 18일 오전 7시 55분
   
 

[컨슈머타임스 양대규 기자] ‘폭스바겐 배기가스 서류조작 사건’이 자동차 업계를 휩쓸고 있다. 그런 가운데 소비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는 찾기 힘들어 피해보상과 관련한 과정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명장 1호’인 박병일 명장은 이 같은 현실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박 명장은 이미 지난해 소비자의 입장에서 현대자동차와 치열한 싸움을 벌인 경력이 있다. 현대차와 9건의 소송 결과 그는 전승을 거뒀다.

박 명장은 스스로에 대해 ‘소비자 편에 선 자동차 독립군’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바른 말을 할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양심’에 따라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박병일 명장. 그에게 최근 자동차 업계의 이슈인 폭스바겐 사건과 국내 자동차 산업에 관해 들어봤다.

◆ “벌금은 기업에 큰 피해 없어…징벌적 과징금 필요”

Q. 폭스바겐 배기가스 서류조작 사건이 요즘 자동차 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 폭스바겐 사건은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의 문제를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어요. 폭스바겐이라는 업체가 이번 사건을 통해 대응하는 모습은 국내 대기업들이 소비자를 대하는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법을 두려워하지 않고, 소비자를 쉽게 여깁니다. 지금 검찰 조사로 큰 이슈가 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잠잠해질 거에요. 기업은 국내서 차량을 잘 팔고, 소비자들은 적당히 구매할 것입니다.

해외 시장에서 기업들의 대응과는 전혀 다르죠.

Q. 최근 폭스바겐은 “한국시장 철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 여기서 폭스바겐이라는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가 국내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을 알 수 있어요. “한국시장 철수 없다”는 것은 한국이라는 시장이 폭스바겐에는 좋은 먹거리라는 겁니다.

‘한국’이라는 나라만큼 장사하기 쉬운 나라가 없다는 거예요.

서류조작이라는 불법을 저질러도 그 벌금이 많지 않아요. 시간이 지나면 그 손해는 금방 복구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다시 구매하거든요. 올해 초 ‘티구안’ 구매율이 올라갔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이 한국 시장을 철수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겁니다.

Q. 정부가 판매금지 계획을 밝혔는데도 폭스바겐은 국내에서 리콜이나 보상을 하지 않는데

== 우선 리콜을 하면 무조건 큰 비용이 들어갑니다. 보상도 마찬가지고요. 가만히 있다가 벌금을 내면 그것보다 싸게 먹혀요.

우리나라는 징벌적 과징금 제도가 없어요. 현재 차종당 최대 10억의 벌금밖에 부과 못 합니다. 향후 100억으로 오른다고 하지만, 이것저것 따지면 더 줄어들어요. 단순 벌금만으로는 회사 입장에서는 판매 이익이 더 큰 셈입니다.

국내 법은 기업에 손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기업은 아무리 잘못해도 낮은 벌금 때문에 손해 보지 않아요. ‘친기업적’ 법 테두리 때문에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겁니다.

Q. 이런 상황과 반대로 올해 초 폭스바겐 티구안의 판매량이 늘었다

== 폭스바겐 사건이 생긴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았어요. 근데 티구안 판매량이 늘어났습니다. 시끄러운 와중에도 차가 많이 팔리니, 기업들은 소비자를 만만하게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앞으로도 폭스바겐이 ‘미안하다’며 할인해서 차량을 판매하면 국내 소비자들은 ‘싸게 수입차를 구매할 기회’라며 많이들 살 것입니다. 해외에서 팔리지 않는 차량을 국내에서 팔 수 있다는 거죠.

소비자들의 의식이 전환될 필요가 있습니다. 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불량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손해입니다.

특히 배기가스를 조작한 것은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일입니다. 가습기 살균제처럼 순간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아요. 지금 당장은 안 보여도 후대까지 큰 피해를 줄 거에요.

Q. 배기가스 조작 같은 사건이 해결되려면

== 소비자와 기업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고쳐야 합니다.

‘클린 디젤’이라며 디젤 차량을 팔았지만 그 관리를 전혀 하지 않고 있어요. 질소산화물 측정은 처음 인증받을 때만 측정값을 올리는 것으로 대신해요. 정기검사 때는 매연만 체크하고 질소산화물은 체크 안 하는 게 현실입니다.

휘발유 차량의 경우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경유 차량보다 현격히 낮습니다. 하지만 휘발유 차량 검사에는 질소산화물을 포함하죠. 검사기준이 설득력이 없습니다.

정책 결정에 현장 기술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공무원들과 기업, 학계만으로는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없습니다.

   
 

◆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다”

Q. 우리나라는 기술자에 대한 인식이 좋은 편은 아닌데

== 현대차와 소송에서 이긴 후 세상의 인식이 조금은 바뀐 것 같아요.

얼마 전 현대차 광고에서 ‘청년 명장’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기술자를 조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현대차 내부에서도 기술자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거죠.

자동차 독립군으로 앞으로도 기술자의 처우 개선과 소비자 권리 신장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일 예정입니다.

Q. 혼자서 대기업과 소송을 진행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 현대차와의 소송에는 두 가지 사명감을 가지고 끝까지 이겨냈습니다.

하나는 실업계 아이들에게 롤모델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마음입니다. 실업계 아이들은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이 많아요. 그 아이들에게 기술자 선배로 “솔직하고 정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소비자와 기술자를 우습게 여기는 풍토를 바꾸고 싶었습니다. 기업은 소비자를 무서워하고, 기술자를 존중해야 합니다. 국내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끝까지 싸우는 모습을 보여서 올바른 세상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Q. 일각에서는 현대차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데

==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국산차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쓴 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국산차에 대해 요즘 소비자들은 실망이 크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기업들은 신뢰를 잃고 있어요. 신뢰를 잃으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흡니다.

최근 수입차들이 국내에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독일차와 일본차는 국산차보다 품질이 좋고 브랜드 인지도도 높습니다. 저가차는 중국이 치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자유무역협정이 실행되면 국산차는 중간에 끼게 됩니다.

현대차가 무너지면 그 아래 수많은 중견, 중소기업들이 무너집니다. 상생을 위해서 현대차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합니다.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다’고 합니다. 대기업들의 눈치를 보며 바른말을 못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저라도 쓴소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박병일 명장은 2002년 대한민국 자동차 명장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1971년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자동차 정비에 입문했다. 그는 지난해 현대차의 소송에서 승리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0년 인천 남동단지에 자동차 정비소를 차리고 2006년부터 초중고 진로지도 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2007년 한국마이스터연합회 이사장을 맡았고, 2012년부터는 자동차정비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자동차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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